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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에세이=10] 내 마음에 슬픔이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1년 07월 16일
 
↑↑ 김형출 시인,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텅 빈 방에 아들냄새를 킁킁대며 컴퓨터를 켰다. 액정에 나타난 아들의 사진을 보고 섬뜩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산 기장에 있는 용궁사 부처님 형상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 놓은 검정 사진이다. 아내와 함께 부산에 가서 잠시 들렀던 절이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능청을 떨고 있지만, 아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할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나와 아내도 아들 못지않게 속이 타고 불안해서 현실을 애써 지우고 싶을 뿐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반갑지 않은 악연을 끊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들의 모습이 거울 속에 투영되었다. 어젯밤부터 하염없이 내리는 빗방울 소리에 잠을 깼다. 오늘은 아들이 골수검사를 받는 날이다. 아들이 간밤에 편하게 잤는지 궁금했다. 큰 검사를 앞두고 편히 잤을 리가 만무하다. 아들은 계속 하품을 쏟아낸다.

“아들아, 어젯밤 몇 시에 잠자리에 들었어?” 물으니 새벽 네 시경에 잠자리에 들었단다. “오늘 검사하는 것 알면서 그때까지 뭐 했어?” 또 물었다. 아들은 모 자동차회사 사이트에 접속하여 여러 종류의 승용차에 대해서 조목조목 살펴보았단다. 아들의 끈질긴 집념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 경차와 소형차 두 종류를 가지고 어떤 것이 좋을지 저울질을 하면서 싱글벙글 좋아 했단다. 지금 아들에게는 무엇보다 안정과 용기가 필요할 때이다. 아내와 함께 병원 가는 아들을 지하철역까지 태워 주었다.
“좀 아파도 꾹 참고 치료 잘 받고 와라!”

↑↑ 지난 2006년 9월 대학로 ‘신사뮤지컬극장’에서 열린 전국대학뮤지컬페스티벌에서 아들(맨왼쪽)이 출연한 판타스틱스(Fantasticks) 한 장면. 당시 아들은 혈액암 방사선 치료 중이었다.
ⓒ (주)포천신문사

오후에 S병원 ‘낮병동’에 들렸다. 아들은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척추에 구멍을 뚫고 골수를 채취하는 검사가 끝나고 휴식을 취하는 중에 지금 퇴원해도 좋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아들을 흔들어 깨웠다. 검사 때 통증으로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옆으로 낑낑대며 겨우 앉는다. 몇 시간만 지나면 평소처럼 좋아질 거라는 말에 아들은 기운을 차린다. 우리 가족은 대학로 거리로 나와 점심을 먹었다.

식사 중에 오간 대화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검사 때 얼마나 아팠는지 넌지시 물어봤다. 아들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아픈 통증을 느꼈다면서 승용차 사 준다는 기쁨으로 고통을 꾹 참았다면서 피식 웃었다. 아내와 나도 덩달아 “하하하, 호호호”하고 크게 웃었다. 그 와중에서 승용차를 생각하고 있었다니 참 대단한 녀석이다. 아들에게 물었다. “지금 승용차가 중요한가? 아니면 몸이 중요한가?” 아들은 둘 다 중요하단다.

“아버지도 이번 기회에 담배를 단칼에 끊으시라.”며 나의 얼굴을 살핀다. 음, 아들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한 번 더 신중하게 고려해서 내일까지 알려 주마.” 내일까지 생각할 필요 없이 아내와 아들이 있는 자리에서 와이셔츠 주머니에서 피우다 남은 담뱃갑을 꺼내 탁자 위에 탁 치면서 자신만만하게 아내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담배와 전쟁을 선포하노라!”

몇 년 전에도 담배를 일 년 가까이 끊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도 나의 건강은 물론, 가족 건강을 위해 나의 의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담배 끊는다는 말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아내였다. 일상에서 말 한마디가 아픔을 치유하고 사람의 마음을 바꿔 놓기도 하지만 오늘도 그때처럼 장맛비가 지겹게 내린다.

장마가 끝날 때쯤이면 내 가슴도 환해질 수 있을까,

김형출 / 시인, 수필가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1년 0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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