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라고 부르는 응용 프로그램이 각광(脚光)받으면서 통섭(統攝)이라는 말이 대중에게도 회자(膾炙)되고 있다. 통섭이란 말은 미국의 사회생물학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쓴 ‘Consilience-The Unity of Knowledge’를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가 우리말로 ‘지식의 대통합’이라고 번역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통섭은 ‘큰 줄기’라는 뜻의 統과 ‘잡다’ ‘쥐다’라는 뜻의 攝을 합쳐 만든 말로서 ‘큰 줄기를 잡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사전에선 ‘전체를 도맡아 다스린다’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영역과 분야를 단순히 넘나들거나 널리 통하는 것 하곤 개념(槪念)이 다르다. 넘나들거나 널리 통한다고 할 때는 통섭(通涉)이란 글자를 쓴다.
우리말에는 이처럼 발음은 같으나 뜻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이 저술의 묘미는 여러 학문 영역을 넘나드는 통섭과 집요한 분석의 힘에서 우러나오는 듯하다” ‘21세기형 인재는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형 인재’와 같은 경우에는 통섭(統涉)을 써야 하고 “IT가 득세한 뒤에는 융복합 기술이 답이며 애플의 혁신 제품들은 통섭형 연구개발의 전범이다”와 같은 경우에는 통섭(統攝)을 써야 한다. 統攝과 統涉을 혼동해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할 일이다.
구별하자면 전자[統攝]는 후자[通涉] 이후에 오는 것이다. 전자의 통섭은 아우르는 것이고 후자의 통섭은 넘나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넘나들어야 한다. 특히 청년시절엔 폭넓은 독서를 해야 하고 여러 분야를 섭렵(涉獵)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다양(多樣)한 삶, 다양한 풍토(風土), 다양한 사고방식(思考方式)을 접해야 한다. 그러한 연후에 사유체계(思惟體系)를 세워나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서양에서는 분석적(分析的)인 사유체계가 강하고 동양에선 종합적(綜合的)인 사유체계가 강하다.
분석적인 사유체계란 학문 분야를 쪼개어 세분해나가는 것이다. 세분된 전문 분야만을 파고드는 것이다. 좁고 깊게 보는 것이다. 물론 장단점(長短點)이 있다. 자신이 보는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박사(博士)소리를 듣지만 그 영역을 조금만 벗어나도 문외한(門外漢)이 되고 만다. 인접(隣接)학문에 눈을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우물만 팠기 때문이다. 때로는 옆의 우물도 들여다봐야 한다. 무엇이 다른가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야 한다, 또 그 연유가 무엇인지 궁구(窮究)해야 한다. 그래서 통섭(統攝)이란 말이 생겨난 것이다.
통섭(統攝)한다는 것은 종합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본다는 것은 넓고 깊게 본다는 것이다. 좁게 자기 분야만 보는 것이 아니다. 넓게 깊게 타 분야도 보는 것이다. 인접학문에도 눈을 돌리고 그 상관관계(相關關係)를 살피는 것이다. 외통수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눈으로 보는 것이다. 이리저리 넘나들면서 통섭적(統涉的)으로만 보던 것을 집약하여 상호보완적(相互補完的)으로 보는 것이다. 무언가 하나로 아우르는 것이다. 한 마디로 통섭(統攝)하는 것이다. 통섭적으로 관찰하고 새로운 것을 창안(創案)해내는 것이다.
좋은 다기(茶器)를 만들려면 차(茶)도 알아야 하듯이 좋은 애플리케이션을 창안해내려면 하드웨어의 기능(機能)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활용(活用)도 잘 알아야 한다. 싸이언스(science)뿐만 아니라 인문분야(人文分野)도 알아야 한다. 인문분야에서 아이디어가 샘솟기 때문이다. 인문분야가 애플리케이션의 원천(源泉)이자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호핑(hopping) 점핑(jumping)만 할 것이 아니라 조용히 바라보면서 관조(觀照)할 줄 알아야 한다. 상관관계를 살피고 상호보완하는 가운데 새로운 것을 창안해내는 지혜(智慧)를 발휘해야 한다. 하드웨어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統涉에만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統攝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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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7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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