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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장자마을 사람들의 해맑은 미소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29일
↑↑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며칠 전 장자마을 사람들에게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다. 장자마을이 포천 신북면에 위치한 완치된 한센병 환자 정착촌이란 사실도 처음 알았다. 우리 사회에는 오래 동안 그 병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 병과 관련된 사람들을 사회에서 격리시켜왔다. 필자도 사회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나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 그들과의 만남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왔다. 그것은 사람의 가치가 어찌 외형적인 것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하는 도덕적인 회의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필자는 쏟아지는 비 때문에 겨우 시간에 맞추어 주차하는 순간 걱정스럽게 기다리는 담당자들을 만났다. 산길을 돌아 깊숙한 곳에 이런 커다란 마을이 있다니 다소 어리둥절한 심정으로 강연장으로 들어갔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편견어린 걱정은 그들을 만나는 순간 사라지고 속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우선 학습에 임하는 그들의 표정이나 자세가 매우 적극적이고 기대감에 차서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의 병은 완치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의 겉모습에 상처가 조금씩 드러나 있었지만 강의에 임하는 자세나 이해는 정상인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각자의 자만심으로 강사에게 의심이나 경계심을 보이는 정상인들보다 따뜻한 눈길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마음 속 긴장을 풀어버릴 수 있었다.

아이러닉하게도 나를 당혹하게 만든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낙후된 강의 시스템이었다. 강의진행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한 담당자의 말과는 달리 강의실에 인터넷이 연결이 되어있지 않았다. 셰익스피어작품의 동영상을 사용하려고 했던 필자의 계획이 완전히 어긋나고 말았다. 필자는 별 수 없이 셰익스피어 비극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하면서 강의를 진행하였다.

그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장면마다 필요한 대사를 실감나게 처리하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마치 배우처럼 액션을 곁들여 보여주었다. 그들은 고맙게도 열성적인 관객이 되어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슬픈 표정을 짓기도 하였다. 어느덧 그들과 필자는 관객과 배우로서 감정이입이 되어 깊은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사대비극 『햄릿』을 강의하면서 클라우디우스가 햄릿의 부왕을 귀구멍에 독약을 부어 시해하는 장면이나 유령이 되어 나타나는 장면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수강자들은 모두 실제 연극이라도 보는 듯 상상력을 발휘하며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또한 햄릿이 레어티스와의 펜싱시합에서 독을 묻힌 칼에 찔리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섬세한 감수성도 보여주었다. 그들은 정상인과 똑같이 문학과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감수성을 소유한 자들임을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미 한센병이 완치된 정상인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외부사회가 그들에게 보이는 부정적 편견에 의해서 엄청난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물론 한센 병에 대한 전염에 대해서는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하겠지만 완치된 자들이 사회 속에서 당당하고 밝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옛날 그 병의 환자에 대한 구전적 루머들은 어린이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러나 첨단 의학이 발달한 선진국 한국에서 아직도 루머에 의한 편견이 존재한다면 우리들의 후진성을 반증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들이 사회의 외딴 정착촌에서만 생산 활동이나 주거 생활을 해야 하는지 이제는 재고해야할 시점이다. 강의시간에 밝은 웃음을 보여주며 밝은 유머를 즐기는 그들의 정상적인 삶이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경기도가 그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제공하는 정책을 마련한 것은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의도로 파악하고 싶다. 기왕에 그들에게 학문과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면 시내의 복지시설 못지않게 현대적 시설을 갖추어주기 바란다.

필자는 강의를 마치고 그들의 적극적인 수강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명태”를 노래선물로 불러주었다. 그들의 큰 박수소리를 뒤로하고 떠나면서 편견으로 가득 찬 사회의 냉대에 대한 슬픔을 노래하였던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를 머리에 떠올리며 이별의 손을 흔들었다.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봄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그 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 ~~ㄹ 닐리리


박정근 /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이해조문학회 회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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