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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에세이=8] 슬픈 귀가(歸家)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22일
 
↑↑ 김형출 시인,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하루가 고달프게 길어도 돌아올 수만 있다면,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루 이틀쯤 늦어지면 어때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무소식에 화들짝 놀라지도 못하는 슬픈 군상이여! 이별이 서러운 것들아! 서러운 것은 살아생전 돌아올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작은 기도를 올린다.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오시라고,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오월은 초록이 싱싱하고, 무청 같은 파도가 넘실댄다. 범접할 수 없는 스승의 그림자가 있고, 부처님의 자비와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한데도 슬픔이 있다. 그래서 오월은 찬란함과 아픔이 공존하는 달이다.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탔다. 평일이라서인지 고속도로는 뻥 뚫렸다. 시원스럽게 달리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오월은 얄밉도록 푸르다. 두 동강이 난 차디찬 서해에서 생때같은 내 자식들아, 날벼락 같은 어부들아 영영 기억할 수 없는 이 세상의 망자들아! 연평도는 잠시 기억력을 상실하고 구멍이란 구멍은 모조리 뚫렸다. 지금 어디 있느냐, 캄캄한 무소식아!

엊저녁에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사돈께서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전해 들었다. 폐암진단을 받고 6개월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인생, 말이 씨가 됐다는 박 서방에게 어떤 위로의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차피 한 번 가야 하는 인생이라지만 눈물 같은 미련이 남아 있어 서럽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장례식장 입구에 일렬횡대로 늘어선 조화만이 근엄하다 “마음 독하게 먹고 몸 잘 추스르고, 뭐라 위로할 말이 없네.” 이것이 내가 상주에게 해준 전부였다. 낮술 한잔 탓인지 술잔에 죽음들이 우글거린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동생도 보인다. 모두 상갓집에 문상 왔나 보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서러움을 감추고서. 나는 아직 귀가할 수 있는 집이 있어 행복하다. 하지만 이별이 서러워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 눈물이 은류처럼 투명하고 세월처럼 망각할 때 다 잊으리다.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한 걸음씩 다가오기 전에 우리는 이 자리에 머물다 돌아가야 한다.

염라대왕에게는 늘 불만이 있다. 데려가는 순서가 없다는 것이 불만이다. 태어날 때처럼 떠날 때에도 순서대로 데려가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그렇게 되면 누구 한 사람 불평불만 없이 수긍하고 순순히 따를 텐데, 병 주고 약 주고 인간을 조롱하는 염라대왕이시다.

고속버스는 서울로 거침없이 달린다. 하루가 걸린 서편에 노을이 붉다. 어느덧 고속버스는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다. 서둘러 지하철을 탔다. 왁자지껄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전철 안에 빽빽하다. 부모·형제와 귀가할 집이 있고, 친구와 이웃이 있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전철에서 내리는데 아내가 전화했다.
“지금 어디쯤이에요?” “늦더라도 집에 와서 저녁 드세요.”

아내의 이 말이 그리도 고마울 수가 없다. 아직도 귀가하지 못하는 무소식이여! 살아 있는 존재들이 가장 싫어하고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죽음이라 했으니 죽음은 삶의 그림자와 같다. 죽음이 불안과 공포의 대상인 것은 이별에 대한 서러움과 귀가하지 못하는 무소식 때문이다. 고달픈 하루해가 길어도 돌아올 수만 있다면 너를 기다리고 나를 기다리련다.

김형출 / 시인, 수필가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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