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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황금찬이 보여주는 한국 문학계의 방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20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필자는 최근에 황금찬 시인을 위한 문학행사를 기획한 바 있다. 그가 비록 생존시인이지만 “황금찬 문학의 만남”이란 타이틀로 그를 존경하는 후배 문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문학행사여서 의미가 깊었다. 많은 후배 문인들과 지인들이 모여서 그의 시를 애송하고 가곡으로 작곡된 곡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시집을 내온 열정과 업적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보답하였다면 만족할 것 같다.

황금찬 시인은 한국 문단에서 가장 연세가 많은 분이다. 올해 94세가 되셨지만 건강하시고 연세가 걸맞지 않게 기억력이나 기지가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있다. 게다가 오직 시작에 모든 것을 바친 덕택에 36여권의 시집을 출판하였다. 다수의 산문집도 낸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글쓰기에 전념하였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황금찬 시인은 오염되고 정치화 되어가는 한국문단에 순수의 상징으로서 평가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비방의 글이 오가고 법정 싸움이 비일비재한 이 때에 문인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알 수 있는 표본으로 내세워야 할 존재가 바로 황금찬 시인이다. 물론 현실의 문제를 감당하는 참여적 관점에서는 미흡한 면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시적 내용보다 시인의 영혼을 순수하게 지켜나간다는 점에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많은 문인들이 끝까지 문학적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문학을 이용하여 상업적 목적에 빠진다든지, 세속적인 자리를 탐한다든지, 붕당을 만들어 문단에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지키는데 급급한 모습들은 참으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여기에 비하면 황금찬 시인은 마치 소년의 순수한 마음을 노년에 이르러서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어느 문학회 회장에도 나서려고 하지 않고 원로시인으로서 친절히 문학의 길을 가르치는 문인으로서의 귀감이 되어온 것이다.

그의 시적 세계는 순수와 낭만, 인간주의가 조화롭게 녹아있다. 그는 “산골 사람”이란 시에서 그의 시세계를 환하게 보여주며 “그는 물소리만 듣고 / 자랐다 / 그래, 귀가 맑다 / 그는 구름만 보고 / 자랐다 / 그래. 눈이 선하다 / 그는 잎새와 꽃을 이웃으로 하고 / 자랐다 / 그래, 손이 곱다”라고 노래한 바 있다. 그의 눈에는 능력 있고 힘 있는 자보다 시골의 선하고 착한 사람이 더 아름다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어 영국의 “워즈 워스”을 닮았다.

이날 행사의 취지가 “황시인은 현존하는 국민 시인으로 추대되어도 조금의 손색이 없으신 분으로 그의 애송시를 후배시인들이 낭송하고, 그를 기리는 시와 산문을 곁들이는 형식을 갖춤으로써 그의 업적을 깊이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라는 자평의 말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황금찬 시인은 첫 시집 『현장』에서 출발하여 『느티나무와 추억』에 이르기 까지 참으로 인간의 순수한 마음을 그리고자 하였다. 정말 세속적으로 물들어 있는 문인협회와 모든 문인들이 황금찬 시인의 마음을 닮기를 배워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독자들이 양심과 정의를 지키고 선과 미를 추구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사랑하고 자신들의 삶도 시인들을 닮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을까. 모름지기 시란 오염된 인간성에 의해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필자도 시를 사랑하며 쓰는 사람으로서 황금찬 시인을 존경하여 “황금찬 시인”이란 시를 적어보았다.

느티나무 같이 포근한 시인
황금찬 선생님
만날 뵐 때마다 환하게 미소를 지으시며
손을 잡아주시면
세월은 어느새 달아나버리고
그 환한 얼굴 속에서
새싹을 닮은 순수한 소년이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동네 어귀에
고목이 된 느티나무가 서있었는데
나무도 나이가 들면
얼굴에 검버섯이 피어나듯
줄기에 크고 작은 상처가 보였지만
봄이면 어김없이 파릇파릇 돋아나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여름 내내 온 동네 사람들이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정담을 나누게
두 손을 넓게 펼쳐주었습니다.

어느덧 구십 평생의 세월이
구부정한 노구를 지팡이로 세우게 하지만
부드러운 어조로
삶의 역정을 이야기 하시는 순간만은
녹색의 느티나무 잎사귀들이
시가 되어 흘러나와
우리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느티나무 같은 당신은
영원한 시인입니다.

아, 당신은
시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
영원한 시인입니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시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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