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포천에서 출발하여 앞뒤로 오고가는 차 한 대 없는 고속도로를 홀로 질주해 보기는 처음이다. 춘천고속도로를 벗어나 인제를 지나 구불구불 한계령을 넘을 때 쯤 산 너머 동이 트는 것을 느끼며 6시에 오색약수터 설악산 입구에 도착했다.
이미 입구 도로변엔 양쪽으로 많은 차량들이 주차해 있고 우리도 도로 한쪽에 주차를 하고 산행 준비를 마치니 6시 20분. 등산로 입구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오니 어둑한 새벽 차가운 기운이 남아 상쾌함이 그지없다.
등산로 옆 계곡물 졸졸졸 흐르는 소리와 산새 소리 경쾌하나 초입부터 올려다 보이는 경사가 예사롭지 않아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비장한 각오를 하게 한다. 숲속의 어둠은 서서히 물러가고 짙은 녹색은 밝은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등산로 바위에는 수시로 다람쥐가 나와 즐거움을 준다. 쵸코바를 주니 가까이 와서 손(?)으로 들고 간다. 다람쥐답게 입으로 물고 갈 줄 알았는데. 설악산은 동물보호가 철저한 때문인지 다람쥐들이 수시로 보이고 제법 가까이 와서 쉽게 도망가지도 않는다. 다람쥐는 볼 때마다 반갑고 귀여워 사진 찍는 시간을 꽤 길게 빼앗는다.
며칠전 일기예보에 주말에 비가 온다하여 산행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하늘은 가을하늘 같이 맑고 푸르다. 대박이다! 오색에서 대청봉까지는 5Km. 대부분의 구간이 계단으로 되어있고 경사가 심해서 한 발 한 발 딛을 때마다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게 심호흡을 하며 걷는다. 몇 시간이나 올라왔을까. 땀도 많이 흐르고 다리도 아프지만 오늘은 설악산에서 걷고 또 걸으며 하루를 보낼 것을 결심했기에 아직은 힘들다 하면 안된다. 이제 시작인데… 오늘 걷기로 예상한 코스는 지도상으로만 18km이다.
첫번째 목적지인 대청봉까지는 초입에 불과하다. 중부지방엔 벌써 다 져버린 꽃들이 이곳엔 6월인 지금 한창 곱게 피어있다. 높은 산은 기온이 차갑기 때문이리라. 아~~ 눈이 시리도록 밝고 고운 싱그런 녹색빛 만으로도 흐르는 땀을 식혀내기에 충분하다. 드디어 탁 트인 파란하늘에 멀리 중청봉이 보이고 대청봉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안내표시판을 보니 이제 500m 남았다. 학교 다닐 때 운동장 한 바퀴에 200m였으니까 두 바퀴 반만 올라가면 된다. 30분 안에는 올라가겠지. 바위틈에서 예쁘게 자라고 있는 어린나무와 바위위에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고목 틈에서 살고 있는 진달래를 보며 땀 닦고 숨 한번 고르며 잠시 쉬어간다. 정상이 코앞인데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에 취해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내려가는 사람이 정상엔 멋있는 게 더 많은데 여기서 뭘 찍느냐고 웃으며 지나간다. 들길에서 흔히 보던 양지와 민들레도 어쩌면 그렇게 진하고 선명한 노란색을 하고 있는지…. 대청봉 정상석 앞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드디어 난생 처음 대청봉에 올랐다. 오늘은 내생에 최고 높은 곳에 오른 날이다. 내 생애 최高의 날이다.
동행한 친구는 철마다 몇 번을 와놓고 “너도 한번은 꼭 봐야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뭐 세상에 좋은데가 얼마나 많은데 그거 다보고 살 수 있나?”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비 오면 가지말자”고 엄살 부리며 겁내고 망설이는 날 기어코 끌고 온 친구. 왜 날 대청봉에 데려오고 싶어서 “가자고 가자고…” 졸랐는지 눈앞에 펼쳐지는 대청봉에서 바라보이는 설악산의 전경들을 보고서야 그 마음을 비로소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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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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