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칼럼에서 필자는 요즘 대학들의 취업전쟁에 대해 쓴 바 있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큰 이슈로 반값 등록금 문제가 제기되어 이래저래 대학이 요즘 한국 사회의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나름으로 고심이 되어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두서없는 생각을 몇 자 옮겨 보려한다.
반값 등록금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말할 나위도 없이 등록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1년에 약 800~1000만원 가까운 액수의 등록금은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도 대학등록금이 너무 오른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늘 가질 정도로 고액인 것이 사실이다. 일반인들이 잘 몰라 그렇지 서울의 모모 한 대학들의 대학원 등록금은 이보다 더 비싸서 대학들이 교육 소비자들을 완전히 봉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이런 사정은 OECD국가 중 등록금이 비싸기로 2위에 든다는 통계에 잘 반영되어 있다. 그러면 대학록금은 왜 이렇게 비싸게 되었나?
교육정책 전공이 아니라 정확한 통계치를 댈 순 없지만 대학등록금이 표 나게 인상되기 시작한 것은 신자유주의의 파고(波高)가 높아지기 시작하던 1990년대 중후반 무렵부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글로벌화 된 세계를 거론하면서 세계적 경쟁이 시작된 마당에 이런 흐름에 앞서 가려면 대학들도 세계화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외국인 교수 영입, 영어교육 강화, 디지털시대에 맞는 시설확충 등을 강조하면서 언론이 대학들의 씀씀이 증가에 불을 붙인 것이 이 무렵부터로 기억한다.
대학들은 이런 주장을 받아 하드웨어 측면의 확장, 즉 기계장비나 연구시설 등의 확충에도 열을 올렸지만 특히 건물 증설에 가장 열을 올렸다. 이는 대학들이 온갖 호화스러운 건물을 지어 수익사업에조차 열을 올리고 있다는 요즘 뉴스에서 잘 확인된다. 놀랄만한 수익을 올리는 대학들이 그것을 어떻게 환류시키는지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도 그 뉴스에 함께 보도되기도 하였다.
위상이 그리 높지 않은 지방대들의 경우도 수익사업을 위한 건물 신축은 꿈도 못꾸었지만 그러나 역시 마치 유행사조에 편승이나 하는 것처럼 건물 신축과 확장에 무리한 예산을 퍼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이나 방송들이 대학들의 화려한 변신을 거론하면서 모대학은 이런 변신으로 신세대 학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런 시설로써 외국 유학생들을 대거 끌어들여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둥의 논조를 무책임하게 띄우고 대학들이 아무 자의식 없이 여기에 뒤지면 큰일 난다는 식으로 필요한 비용을 염출하려다 보니 등록금 의존 비율이 높은 우리 대학들의 거듭된 등록금 인상을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도 이런 문제의 제공 요인이 되고 있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를 살려냈다고 선전을 요란히 했지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학생들로 하여금 광장으로 나와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라고 길거리에 드러눕게 만든 원인의 제공자들은 결국 현 정부에 속한 탓이다.
그러면 이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무책임하게 반값등록금을 불쑥 내놓은 정부여당 , 부자 감세를 철회하면 등록금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들은 온당한 주장들일까?
교육정책이나 정치를 전공하지 않는 인문학 전공자의 소견에도 이는 참으로 개탄스런 주장들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우선 현재 전국에 200개가 넘는 4년제 대학들의 등록금을 반으로 줄일 재원은 아무리 부자감세를 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부실대학들에게도 이런 혜택이 주어지면 세금의 낭비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지난 번 글에서도 주장한 바 있듯이 취업난을 완화시키 위해서도,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우선 부실대학의 퇴출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다음으로 반값등록금 운운으로 국민을 현혹시킬 것이 아니라 정부나 정당들이 냉정하게 계산하고 판단하여 지금의 고액등록금의 일부나마 덜어주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본다. 우리처럼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나라에서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 일률적으로 등록금을 깎는 것은 결국 대학들의 발전에 장애 요인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발전을 위해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한 등록금 인상도 불가피 한 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고비용 등록금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 모두가 냉정한 머리로, 감정적으로 욱 쏠림 없이, 반값등록금이라는 말 자체에 솔깃해 하거나 집착하지 말고, 학생과 부모가 살고 동시에 대학이 사는 방법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