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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우리들의 제2의 인생은 어떤가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10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흘러넘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우리 사회는 부족한 것보다 좀 남아돌아가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왔다. 손님이 오면 박하게 대접하지 않고 밥그릇에 밥이 수북하게 담겨있는 것을 인간미가 있다고 보았다. 조금 남아서 버리더라도 인심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음식의 잉여 문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의학이 발전하고 영양공급이 좋아지면서 늘어난 인간수명의 잉여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옛날에는 가족을 부양하느라고 들판에 나가 날이 저물도록 일하며 살다가 세월을 보내면 되는 수동적인 삶을 살았다. 나이가 육십이 넘어가면 가족들과 가족들이 환갑잔치를 해주고 집안에서 손자 손녀나 보아주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평균 수명이 팔십이 넘어가면서 세월의 잉여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평생직장으로 알았던 회사는 효율성을 빌미로 50대의 중년을 휴지조각처럼 버리고자 한다. 가족을 위해서 퇴직할 때까지 또는 자식을 키울 때까지 뼈골이 빠지도록 일하였건만 이제는 쓸모없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 되어 혹자는 산으로, 혹자는 거리를 헤매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요즘 미국과 유럽에 번역이 되어 선풍처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한국인의 제2의 인생이 얼마나 비극적인가를 보여준다. 물론 이 작품은 부모 중에서 여성인 어머니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주인공은 아버지가 되어도 별로 차이가 없다. 이런 흘러넘친 여생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그 의미를 상실한 사람들은 너무 거리와 산에 흘러넘치기 때문에 특별한 비극의 주인공도 못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지금의 한국 경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최대의 공을 세운 세대들이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경숙 작가는 엄마라는 존재는 당연히 희생해야만 하는 존재로 여기던 자식들이 엄마가 실종된 지 일주일이 넘어서야 그 존재감을 깨달아가는 것을 그리고 있다. 자식들은 엄마가 자신들의 중요한 일부이며 그녀도 자신들과 똑같은 인격체이고 제2의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간과해왔던 것이다. 물론 작가는 사회의 병적 증후군을 나름의 통찰력으로 들여다보고 그 심각성을 진단하고자 한다. 신경숙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철저하게 희생해온 노년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보호되어야할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나이가 들었지만 신체가 건강하고 일할 의욕이 있는 노년들에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람이란 자신이 일이 있을 때 삶에 대한 활력을 찾게 된다. 비록 그 일이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땀을 흘리며 살아가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마을청소, 어린이 돌보기, 장애인 돌보기, 환경운동 등 자원봉사부터 시작해서 유료봉사에 이르기까지 지자체 중심으로 협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이주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복지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무 할일 없이 빈둥거리도록 하는 것보다 작은 봉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그들로 하여금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불어넣을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신경숙의 작품 속의 어머니가 그저 픽션에 불과하다고 좌시하지 말고 각자 가까운 이웃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눈길을 던져서 말 못할 소외감 때문에 사랑의 공동체라는 가족으로부터 스스로 사라져버리는 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거리를 헤매고 있을 어머니가 바로 나의 미래의 자화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각자 자신의 가슴에 손을 놓고 생각해보아야 한다. 부모가 애정의 대상이 아니라 필요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들이 불필요하기에 사랑의 대상에서 무자비하게 퇴출시키지는 않았는지 자문해야 한다. 하나의 가족 공동체, 사회 공동체에 살면서도 부모나 노년들을 의사결정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는지 주위를 둘러보아야할 시점이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이해조문학회 회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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