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를수록 장례문화가 변하여 우리나라 사망자 중 화장률이 70%에 육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어온 매장 위주의 장례문화가 급속하게 변화되어 이제는 매장보다 화장이 더 보편적인 추세가 되었다. 그렇지만 화장장 시설이 부족해서 3일장을 치루지 못하고 4일이나 5일장을 치러야 하는 일이 자주 벌어져 유족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이 더 심각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으며 국가나 지자체에서 화장시설 설치를 위해 애를 쓰고는 있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떤 지역이라도 내 지역으로 화장장이 들어온다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님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화장률은 급증하고 수요도 그만큼 늘어나서, 장소를 정하려고 할 때마다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빚어져, 선출직에 있는 자치단체장들은 사업을 철회 하든가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되어 그동안 화장장 건립 부지를 선정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다.
가까운 예로 화장장 설치와 관련해서 전국 최초로 주민소환운동을 초래했던 하남시의 광역화장장 유치 갈등에서 보듯이,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주민의 반대여론을 넘어서기가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각 지자체마다 주민들에게 각종 성과 보수와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하며 유인도 해보았지만, 화장시설을 기피하는 반발이 워낙 드센데다가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어지럽게 꼬여 화장장 건립 사업은 지금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열악한 재정여건과 고질적인 교통상황 그리고 어려운 교육환경 등 경제적으로 부족한 난관을 극복하려는 돌파구로 인센티브를 노려서인지는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포천시는 광역 화장장 유치를 위해 분주하고 급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느 곳에서 그랬듯이 부지선정 과정에서 항상 불거지는 불신과 우려가 해소되지 못해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이 더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다른 지역이 꺼리는 광역화장장을 유치해서라도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최대한 확보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의욕이 너무 강해서인지, 주민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치신청을 받아 진행하는 입지선정 방식을 선택했지만, 이것도 다른 지역에 비추어 보면 주민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엄청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 장례문화의 흐름의 변화나 지정학적인 장점을 부각하여 그 명분을 쌓으려는 모습은 감지되고 있으나, 왜 하필 우리지역에 그것을 유치하느냐는 질문에 설득력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자료와 유치하면 좋은 점은 무엇이고, 지장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를 자세하게 안내하는 홍보가 부족하고 꼭 추진해야할 사안이라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논의 과정이 허술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최근 보도된 화장장 유치와 관련한 일들을 돌이켜보면, 지역 주민과 행정기관이 불신하고 반목하여 이장과 면장이 서로 주먹다짐을 하는 폭행사건까지 벌어졌다고 하며, 사업이 반대에 부닥치니까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들은 뒤로 빠지고, 이·통장과 같은 애꿎은 마을 대표들을 흔히 말하는 총알받이로 내세워 여론의 뭇매를 맞게 하는 것도 그리 떳떳해 보이지 않는다.
그 원인으로 포천의 공직사회가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 경직되어 있거나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라고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포천이 세련되지 못한 행정의 집행으로 시민과의 소통이 부족하여 민원처리에 유연성이 결여 되었거나, 변화를 싫어하여 과거행정의 고루한 습성을 그대로 유지해도 윗선에만 잘 보이면 생존할 수 있다는 비효율적인 행정체제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시·군마다 1개의 화장장을 설치한다던 경기도의 장밋빛 구상도 실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포천이 경기동북부 광역화장장을 유치한다고 하니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인근 시·군들도 자기지역에 배정된 장례관련 예산을 포천으로 밀겠다며 차후 협약체결에 동의하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포천시가 추진하는 광역화장장 유치는 처음 시작 단계와는 다르게 주민의 반대에 부딪쳐서 당장 주민들을 설득하여 사업을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더 큰 반발에 부딪쳐 모든 것이 백지화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고비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얼마나 많은 주민들에게 민주적이고 실질적인 설득과 합의를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성패 여부가 전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 진정으로 필요한 사업이라면 이 사업과 관련하여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럴 때일수록 주민에게 진정으로 몸을 낮추어 광역화장장 유치가 지역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임을 듣는 자세로 자세하게 충분히 이해시킨 후, 시민 스스로의 의사를 통해 찬반을 결정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사안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우물에서 숭늉을 먹을 수는 없듯이 다시 한 번 다른 지역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심사숙고하여, 이번을 계기로 주먹질과 분열이 아닌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진정한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