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족 3]방학은 자신을 찾는 시간

  방학이 시작되면 부모는 이번 방학에는 또 무엇을 시킬 것인가에 관심을 모으게 된다.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 할 수 없었던 부족한 활동이나 모자란 공부도 시켜야 하고, 남들 다가는 여행도 가야 하고 정말이지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그런데 이렇게 바삐 움직이는데도 방학을 그다지 만족스럽게 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와 자녀가 모두 방학을 잘 보내기를 원하고 있으면서도 부모는 부모 나름 대로, 자녀는 자녀 나름대로 계획한 일이 있어 방학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 지고 그로 인해 갈등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부모의 입장은 기초 학력이 부족하니 신학기 준비도 시켜야 하겠고, 정서 교육에도 신경을 쓰고 싶다. 또 집중력도 향상시켜야 하므로 자녀의 학습을 강요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자녀는 자녀대로 하고 싶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배우는 것에만 매달리게 된다.

  그 결과 자녀의 의사는 무시된 채 수동적인 학습만 강요받는 꼴이 되어 버린다. 문제는 그런 학 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복되는 실패가 장기적으로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을 지니게 한다는 사실이다.

어느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방학을 맞아 부족한 학습을 보안해 주려고 속셈학원에 보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학습태도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요. 집에 들어오면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요.
  그래도 학원에 다니니까 낫겠지 하며 마음을 놓고 있다가 시험 문제를 내주고 풀어 보라고 하니 글쎄, 맞추는 것보다 틀리는 것이 더 많으니 이를 어째요? 혹시 제가 교육을 잘못시키고 있는 건 아닌가요?

이번에는 자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자.

  ‘엄마는 제가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나 봐요. 무조건 오래 앉아 있으라고만 해요. 저도 경우에 따라서는 만화책을 보기도 하고, 멍하니 공상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런 마음을 조금도 이해해 주지 않아요. 괴로운 건 저도 마찬가지라구요.
  속셈학원에서 2~3시간 공부하고 온 다음에 학원 숙제를 하는데 1~2시간, 학습지 푸는데 1시간. 그리고 나서 학교 방학 숙제를 하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게 무슨 방학이에요.  차라리 학교에 가는게 더 낫겠어요.

  엄마는 오로지 공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내 마음이 지금 어떤지는 조금도 몰라요. 사실, 따지고 보면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구요’

  위의 두 상황에서 나타난 것처럼 방학을 맞이하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시각 차이 때문에 계속적인 갈등만 쌓인다. 이 상황을 호전시키려면 부모는 평소 자녀의 시간을 분석하여 어떤 활동에 몇 시간이 소요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그러므로 부모는 먼저 자녀와 함께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학생활 시간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지키지도 못하는 일일 시간 계획표를 작성해서 책상 앞에 붙여놓을 게 아니라 방학 중 자신이 꼭 해야되겠다, 꼭 할 수 있겠다고 마음먹은 활동만 정해 놓고 그 시간을 결정하여 방학생활을 운영하면 훨씬 뜻깊게 보낼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시간 활용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실천 가능한 계획만 작성한다면 지금까지 와는 다른 방학을 경험할 수 있다. 

  공부를 할 때도 방학이 40일이라고 하여 여유를 부려서는 안된다. 실제 방학 동안 부족한 과목을 보완 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100시간 정도밖에는 안된다. 여러 가지를 하겠다고 계 획을 세우기보다는 한 가지 계획이라도 분명하게 세워 실천해 보자. 심리적 만 족감은 물론이고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자녀가 수학이나 자연 그리고 자기 표현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방학동안에 이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려 하면 안된다. 대신 각 영역에 대한 가치의 높낮이를 고려하여 자신이 선택한 목표 활동한 가 지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실천해 나가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다.

  부모는 자녀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자녀와 함께 찾 아보는 것만으로도 방학의 의미는 커진다. 자녀의 문제 행동 지도에 있어 부모가 해결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과 함께 왜 그러한 문제가 일어났는지, 어떻게 고치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의논하는 동반 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부모는 대안만 제시해 줄 것이 아니라 그 대안을 실천할 때 나 타나는 어려운 점을 극복할 수 있는 힘도 길러 주어야 한다.

방학은 단순히 놀거나 학습만을 준비하는 기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속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나를 찾고, 부모와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간으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