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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의 세상보기] 요즘의 대학가 풍경


김성열 기자 / kims@daejin.ac.kr입력 : 2011년 05월 30일
 
↑↑ 김성렬 대진대 중앙도서관장, 본지 칼럼위원
ⓒ (주)포천신문사 
내가 대학을 졸업한 지도 삼십년이 훌쩍 넘는다. 이른바 한 세대를 넘는 시기가 지나간 셈이다. 이만한 시간이 지났으니 캠퍼스의 풍경이 내가 대학을 다닐 때와 달라졌을 것은 당연지사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는 것은 몸이고 마음은 변치 않는다던가, 내가 다닐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하는 마음이 드는 풍경들도 많다. 가령 여학생들이 흡연을 하는 모습들이나 한 쌍이 된 남녀 학생들이 공공연히 자기들의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들을 보면 머리로는 허용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는 ‘허, 참’하는 개탄이 아직도 일어나는 심사를 부인하지 못한다.

이런 풍경은 세대 간의 감각 차이라 할 렌즈 때문에 포착되는 모습들이고 굳이 이런 렌즈의 착용 여부와 관계없이 들어오는 풍경들이 실상 더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들의 아르바이트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거의 대학생활의 필수코스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듯하고 이 탓에 휴학도 많다. 학비 마련을 위해,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두 학기 하지 않는 학생들은 없는 것 같다. 힘들여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외국여행을 다녀오는 학생들은 부럽기도 하다. 편입을 해서 다른 학교로 옮겨가는 학생들이 늘 나오는 것도 요즘의 관행적 풍경이다.

지방에서는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는 서울로. 이래서 각 대학들이 학생들의 유출을 막기 위해 부심하는 것도 내가 학교 다니던 때와는 다른 생소한 풍경이다. 학생들이 저마다 휴대폰을 갖고 있어 전에 없던 풍경도 많이 본다. 전화 받느라고 강의실을 뜨고 수업시간에도 문자를 주고받는다. 출석을 부르다 ‘아무개는 요즘 잘 안 보이네’ 하면 즉시 한 학생이 전화를 걸어 ‘야, 너 교수님이 찾으신다. 어디냐?’고 직통해서 나한테 연결까지 해주어 어이없는 홍소(哄笑)를 터뜨리게 한다.

그러나 요즘 대학사회에서 무엇보다 달라진 풍경은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대학들이 거의 전쟁을 하다시피 하는 모습일 것이다.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교수들이 뛰어야 한다는 개념은 내가 대학 다니던 1970년대엔 상상치도 못할 풍경이었다. 그때 취업은 학생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개개인의 사정이고 간혹 제자의 취업을 위해 어렵사리 직장을 알선해 주는 교수란 신문에 날 정도였다. 그때는 그럴 수 있었던 것이 아무리 지방의 2,3류 대학을 나와도 은행원나 교사직을 얻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대학생 비율이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20~30%밖에 안되던 시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대학 진학률이 고교졸업생들의 80~90%를 점한다.

YS 정권 시절에 대학설립을 마구 남발하는 제도의 변경이 있었던 탓이다. 대학 졸업생 수는 부쩍 늘어난 데 더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들은 학생들을 많이 뽑으려 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기업들의 이기적인 인색함만 따질 수 없는 시대적 여건 변화가 있다. 기업의 수익과 생산성의 창출에 필요한 모든 과정들이 자동화 · 첨단화된 탓이다. 모든 것을 컴퓨터가 알아서 해결해 주니 사람이 많이 필요 없는 것이다.

새로 직장에 진입하는 신출내기 보다 경력이 쌓인 경력직 채용을 자꾸 더 늘이는 이유이다. 올해 초 기업들이 예년에 비해 대거 신입사원을 많이 채용한 것은 작년에 정부 덕분에 돈 많이 벌었으니 신입사원 많이 뽑아 사회분위기를 바꾸는데 일조하라는 이명박 정부의 강요가 작용한 탓이 크다. 기업들로서는 몹시 탐탁지 않았을 요구였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대학생들의 취업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집집마다 취업재수생들이 아마 한두 명 없는 집이 없을 터이다. 이러한 사정은 집안의 고민에 그치지 않고 대학교 안으로도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형국이다. 앞서 말한 사정 탓에 취업률이 50%를 넘기면 웬만한 수도권 대학으로서는 좋은 실적에 속한다. 그런데 60, 70%를 올려야 한다고 정부는 요구한다. 그러면서 취업률, 학생 충원률을 걸어 지원금을 준다 안 준다로 경쟁붙이고 심지어 대출제한대학에 명단을 올리느니 어쩌니로 겁박해 대니, 연구실에서 삶과 우주의 원리를 고민하며 책을 읽는 교수는 퇴출되기 딱 좋게 되었고 파이프 물고 캠퍼스를 소요(逍遙)하던 교수의 고고하던 모양새는 약에 쓸래도 찾기 힘든 요즘의 대학 풍경이다. 이래서 누구나 바쁘고 영일이 없다.

요즘 촉망받는 젊은 소설가 중 한 사람인 이장욱은 그의 소설에서 ‘자본주의는 불안과 공포를 먹고 번식하는 체제’라 했거니와 참으로 적실한 통찰이다. 불안이야 인간존재의 근본조건임을 키에르케고르가 이미 갈파한 바 있지만 여기에 더해 공포까지 얹어야 하는 것은 요즘의 사정일 시 분명하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여기에서 탈락하면 생존이 문제되는 요즘의 현실인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인들이 이처럼 집단적 취업 공포증에 빠져있는 것은 단군 이래 처음 겪는 상황일 것이다. 이러한 공포증의 심층에는 경쟁을 발전과 생존의 제일 원리로 삼는 신자유주의 사조의 전 세계적 확산이 그 큰 이유로 자리한다.

요즘 전 세계적 이슈가 되어 있는 양극화도 신자유주의의 기승 탓이다. 양극화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일기 시작해 점차 그 파고가 높아진 시대적 난제인데 노무현 정부 시절 언론들은 노 정권의 실패인 양 극악하게 몰아붙여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켰으나 그 폐해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무현 정부가 과제로 삼았던 복지확충을 이제서야 한나라당에서도 들고 나오는 판국이지만,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도 이러한 관점에 선다면 대학만 몰아붙인다고 될 일은 아니다.

우선 지나치게 숫자가 늘어나 학생 충원이 40~50%도 안 되는 대학들도 있는 만큼 이런 대학들은 구조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교, 전문대만 졸업하더라도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취업과 직업 체계가 열려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이 튼실하게 크고 경쟁의 룰이 원칙대로 작동하는 사회가 되면 불가능한 꿈도 아니다. 그리하여 교수가 연구, 교육, 여러 잡무, 이에 더해 취업 중개까지 해야 하는 슈퍼맨의 신세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김성렬 / 대진대학교 중앙도서관장. 문학평론가 겸 소설가, 본지 칼럼위원
김성열 기자 / kims@daejin.ac.kr입력 : 2011년 0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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