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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112] 선정(善政)과 선교(善敎)

자발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29일
 
↑↑ 이규임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 (주)포천신문사 
선정(善政)과 선교(善敎)라는 말이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낯설게 들릴지도 모른다. 선정은 나라(國家)를 잘 다스리는 것이고 선교는 백성[國民]을 잘 가르치는 것이다. 선정이 형이하학적(形而下學的)인 것이라면 선교는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나라를 잘 다스리고 백성을 잘 가르치는 것인가? 그 요체는 민심(民心)을 잡는 것이다. 민심이 천심(天心)이기 때문이다. 백성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이요, 백성이 지향하는 바가 곧 하늘이 지향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민심잡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백성들을 부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맹자(孟子)는 말한다. 맹자 진심(盡心)장에 ‘선정을 하면 백성들이 재물을 얻게 된다(善政得民財)’는 구절이 있다.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경제정책이 곧 선정의 첫걸음이라는 말이다. 정책만이 아니다. 백성들을 경제생활에 전념하게 하는 것도 선정이다. ‘칼을 팔아서 송아지를 산다’는 뜻의 매도매독(賣刀賣犢)이란 말과 ‘팔배나무를 사랑한다’는 뜻의 감당지애(甘棠之愛)란 말이 선정의 대명사가 된 이유이다. 한서(漢書) 공수(龔遂)열전에 보면 공수가 발해(渤海) 태수가 되어 선정을 베풀자 백성들이 칼을 팔아 송아지를 사서 열심히 농사지었다고 한다. 또 주 문왕(周武王) 때 소공(召公)이 선정을 베풀었는데 훗날 백성들이 소공이 잠시 햇볕을 피하기 위해 쉬었던 팔배나무를 잘 가꾸고 보존하며 노래를 지어 불렀다는 것이다.

당(唐)나라 이한(李瀚)이 쓴 어린이용 학습서 몽구(蒙求)에 나오는 곽급죽마(郭伋竹馬)도 선정이란 뜻이다. 후한서(後漢書) 곽급(郭伋)열전에 보면 병주(幷州)목사로 선정을 베풀었던 곽급이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수백 명의 아이가 죽마(竹馬)를 타고 나와서 환영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정은 이처럼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들이 격양가(擊壤歌)를 부르며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누리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정약용(丁若鏞)의 이야기다. 정약용은 곡산(谷山)부사 시절의 선정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정조 의문사 후 정권을 독차지한 노론 벽파(僻派)는 정조의 측근이었던 정약용을 천주교도로 몰아 죽이려고 했다. 그 때 황해감사 정일환(鄭日煥)이 나섰다.‘정약용이 곡산부사로 있을 때 끼친 칭송이 자자한데 사형시킨다면 옥사(獄事)를 잘못 처리했다는 비방(誹謗)이 일 것’이라고 말려 유배형(流配刑)으로 낙착되었다. 곡산의 선정이 정약용의 목숨을 건진 것이다.

그런데 맹자는 선정보다 선교를 더 높게 평가했다. 경제정책 같은 물질적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교육 문화 같은 정신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맹자 진심에 ‘선교는 민심을 얻는다(善敎得民心)’는 말이 있다. 선교야말로 민심 획득의 요체라는 말이다. 스승은 말한다. “물려줄 재산도 없지만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진 않겠다. 다만 그들이 원한다면 공부는 끝까지 시켜주겠다.” 바로 이것이다. 물질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을 물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교는 정도(正道)를 가도록 잘 가르치는 것이다. 의(義)의 길을 가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利)를 보면 의를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명분(名分)과 당위성(當爲性)을 가르치는 것이다. 부사군(父師君)의 도(道)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스스로 깨우치고 스스로 행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선교의 울림이 큰 것은 스스로 하도록 유도(誘導)하기 때문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율적(他律的)이 아니라 자율적(自律的)으로 하는 것이다.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가발전(自家發電)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 만큼 파급력(波及力)이 큰 것이고 울림이 큰 것이다. 맹자가 선정보다 선교를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이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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