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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5.18 기념일에 기억해야 할 의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5월 19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올해도 어김없이 5월 18일은 돌아왔고 우리는 그날을 새기기 위해서 혹자는 망월동 묘지에 서서 묵념을 올리고 혹자는 그날의 원죄에 해당하는 5.16의 의미를 확대하기에 급급하다. 일부 정치인들은 5.18을 싫어하면서도 호남민심이 두려워 우호적이거나 정치적인 제스처를 쓰기도 한다.

이제 남은 임기에 지지 세력만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MB는 망월동에 나타나지 않았고 야당인사들은 그의 무관심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어느 쪽도 5.18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않고 이날이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를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파악하려는 이기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참으로 비극적인 현대사의 터널을 관통해왔다. 해방이 되어서 일제의 식민지의 압제에서 벗어나자마자 미소 강대국의 의지에 따라 남북이 분단되었고 국민 모두 이념의 대립으로 고통을 겪어왔다. 민주주의를 선택한 남한마저도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독재정치로 치달은 이승만 정권에 의해서 민주의 씨앗이 짓밟히고 말았다.

부정한 지배자에 저항해온 동학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은 국민들은 4.19라는 귀중한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역사의 신은 한국인들의 손을 쉽게 들어주지 않았고 사회불안이나 무질서란 애매모호한 명분을 내세워 5.16군사혁명을 허용해버린 것이다.

5.16은 많은 보수주의자들로부터 국가의 산업화와 근대화란 화려한 월계관을 받아쓰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무고한 시민들과 학생들의 희생을 낳았는가를 생각하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후진국가에서 발전하기 위해서 개발독재란 필요악이라는 독선적인 논리는 우리 국민들의 근면성이나 창의성을 평가절하는 것이다.

약간의 무질서가 일사분란한 질서를 내세우는 독재에의 유혹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이 주는 자유로움이 더 높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허용함으로써 더 많은 발전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방적으로 접으려고 하는 우매한 행위이다.

10.26이후 한국인들은 자유의 꽃을 기대했지만 전두환 정권에 의해서 노예의 사슬을 부여받았다. 5.18은 전두환 쿠테타 세력이 시민들의 목에 걸려고 달려드는 치욕의 사슬을 거부하려고 보여준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요즈음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스민 혁명들의 원조가 될 수 있는, 인류역사에서 보기 드문 민주혁명의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5.18의 과정들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개인적인 불평불만의 요소들이 시민들의 숭고한 민주정신에 의해서 정화되어 그야말로 자유의 꽃들이 붉게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한국인들은 5.18의 본질적인 의미를 되새기고 오래 반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5.18의 과정에서 보여준 시민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려고 하는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주화의 열망과 인권을 억압하려는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서 쿠데타의 부당함을 주장하였던 저항정신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실존적 가치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이 그토록 용감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재의 노예로 살기보다는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초인적인 정신에 불타올랐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요즘 한국사회는 각 지역발전에 유익한 국책사업을 유치하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물론 표를 얻기 위해서 국책사업에 대한 공약을 남발한 현 정권에게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보다 지역의 이익에 매몰되어있는 현상들은 5.18의 희생자들에게서 무엇을 배워야할까.

수많은 중소기업과 공생하기보다는 자기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안달을 하는 대기업과 재벌은 그들의 정의에 대한 투쟁에서 무엇을 깨달아야할까. 각 사회의 조직체에서 발생하는 부정한 일들에 대해서 눈감아주고 자신의 이익을 취한 공직자들은 5.18 영령 앞에서 참으로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물질만능사회에서 돈이 인간의 최고의 가치가 되어 사회적 부정의를 비판하기 보다는 쉽게 영합해버리는 수많은 지식인들은 5.18을 맞이하여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재고할 시점이라고 보는 것이 필자의 절박한 심정인 것이다. 박선욱 시인은 5.18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희생된 위대한 시민들에게 대해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누이야
봄이면 앞산에 꽃 보러 가자던 누이야
길바닥에 꽃도 없이 쓰러져 버린 지금 넌
무엇이 그예 볼 게 있다고
핏발선 두 눈 치켜뜨고 있느냐
터지는 함성 무수한 돌비로 떨어지던 날
치마폭에 맑은 울음 담아
정성들여 날라다 주던 누이야
네 머리 위에
사납게 발톱 세운 날카로운 야욕의 부리가
눈 부라리며 사정없이 내려꽂힐 때
네가 섰던 자리엔
빨간 비명이 훍 얼굴에 자지러졌다
누이야
밤마다 흐드러진 별떨기로 피어나던 누이야
네 부푼 젖가슴이 봄날의 미친 거리에서
한 송이 꽃봉오리로 잘려 갈 때
누이야 넌
메마른 벌판 때리는 바람이 되었다
누이야
망월동 흙 한줌으로 누운 누이야
햇살처럼 부드러운 봄이 오면
햇살처럼 부드러운 봄이 오면
햇살보다 부드러운 웃음을 나누자던
네 말은 끝내 함께 묻힐 수 없어
무덤 위 억새풀로 돋았구나
무덤 위 억새풀로 돋았구나

박정근 /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이해조문학회회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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