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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111] 형식지(形式知)와 암묵지(暗黙知)

사소하고 미묘한 그 차이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15일
 
↑↑ 이규임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 (주)포천신문사 
형식지(形式知)와 암묵지(暗黙知)라는 말이 있다. 형식지란 외면적인 것이고 암묵지란 내면적인 것이다. 형식지란 외부로 나타난 것이고 암묵지란 내부로 스며든 것이다. 형식지는 얼른 알 수 있으나 암묵지는 그렇지 않다. 오랜 동안 경험(經驗)을 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일본 맥주는 맛있다.” 상대적으로 “한국 맥주는 맛없다.”고 맥주 애호가(愛好家)들은 말한다. 왜 그런가? 품평(品評)에서 대비되기 때문이다. “원료와 제조 설비의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흔히 “일본 맥주가 맥아 함량(含量)이 많아 맛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의 수퍼드라이는 맥아 함량을 줄여 대히트를 친 상품이다. 맥아 100%를 자랑하는 반값의 국산 맥주 시장에서도 2,400만 캔이나 팔렸으니 맥아 탓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일본의 오키타 회장은 “맥주는 효모 맥아 숙성 온도 호프의 투입 같은 여러 가지 기술적 요소가 중첩(重疊)된 상품”이라고 전제하면서 “공정(工程)의 사소한 것이 맛의 미묘(微妙)한 차이를 만들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사소하고 미묘한 차이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집어내지는 못한다. 왜 그런가? 암묵지(暗黙知) 때문이다. ‘표현하기 어려운 주관적 직관적 현장지식’인 암묵지 때문이다. 맥주뿐이 아니다. 일본의 모든 산업이 다 그렇다. 일본 산업의 강점이 바로 이 암묵지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한국 맥주가 원료와 설비를 통해 일본의 형식지(形式知)는 따라갔지만 암묵지는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그 사소한 차이가 두 배 가격에도 팔리는 맥주를 만들어 냈으니 결과는 절대 사소하지 않다. 일본 산업의 힘은 이처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본 자동차를 3년째 타는 지인에게 “한국차 보다 무엇이 좋으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오래 타보면 안다”는 것이었다. 대답은 애매하지만 확신에 차있었다.

TV완제품에서 2차전지(電池)까지 한국 산업이 일본을 극복(克服)하는 과정은 바다처럼 깊은 일본의 암묵지를 하나씩 실체화(實體化)시키는 과정이었는지 모른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쓰나미와 원전폭발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전문가들이 일본의 미래를 낙관하는 것도 바로 이 암묵지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생각지 못하는 암묵지의 위력이다. 일본의 대재앙(大災殃)을 보면서 서구 언론들이 ‘인류의 진화(進化)’라고 극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형식지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형식지에 도취(陶醉)되어서도 안 된다. 암묵지로 내면을 충실하게 채워나가야 한다. 글만 읽어서도 안 되고 이론(理論)만 앞세워서도 안 된다. 수레바퀴의 공이를 깎는 것은 이론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말과 글로 되는 것도 아니다. 해봐야 되는 것이다. 조금만 느슨해도 안 되고 조금만 빡빡해도 안 된다. 적당해야 한다. 적당해야 바퀴가 잘 굴러간다.

바퀴뿐이 아니다. 매사가 그렇다. 적당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충 대충하라는 것이 아니다. 적당하다는 것은 중정(中正)을 말하는 것이다. 중정을 지키는 것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행[實行]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몇 번이고 시행착오(試行錯誤)를 거친 후에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갈고 닦고 수없이 반복하는 가운데 깨우쳐가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야 ‘사소하고 미묘한 그 차이’를 알게 되는 것이다.

‘반찬은 손맛’이란 말이 있다. 다 같은 재료로 반찬을 만들어도 손맛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그 손맛의 비결을 산업에도 이어가는 것이다. 그 손맛의 비결이 바로 암묵지가 되는 것이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사소하고 미묘한 그 차이’가 되는 것이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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