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각자 사회생활을 하다 결혼한 후 10년, 20년 지나고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다시 만나 어렸을 때의 마음으로 다시 친숙해 지고, 그중에도 몇몇은 한 달 혹은 두 달에 한번 씩 만나 마음을 읽어가며 서로의 희로애락을 공유하게 된다.
이런저런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할 시절에는 "여자들의 우정은 왜 남자들과 다른 것일까" 하는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었고, 주부들로서는 집을 떠나 외박을 하는 여행이 그리 만만치만은 않았기에 이제 아이들 키워놓고 엄마와 아내의 자리에서 자신의 시간을 낼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야 친구들과 편하게 여행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오래전부터 마음먹고 강원도 한번 가기로 약속한 날 하필이면 하루 종일 억수같은 비가 내리고, 그래도 우리는 쏟아 붓는 빗속을 뚫고 춘천고속도로를 달려 설악동 예약한 콘도에 도착했다.
횟집에 차를 불러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한 친구는 몸이 아파서, 또 한 친구는 일이 바빠 함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침대방은 제쳐두고 한방에 모여 나란히 자리 펴고 누워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누었다.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넘어갈 듯 웃기도 하고 연락이 안되는 동창들을 손꼽아 보기도 하고 녹녹치만은 않은 현실의 얘기를 나누며 그저 들어줄 수밖에 없지만 함께 마음으로나마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로도 하고 내일 아침 일어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하고, 그것은 단지 내 잣대로 타인을 생각하는 기우일 뿐이길 바라며 친구들에게 그런 일로 후회하지 않을 친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친구들의 얘기와 낯선 곳에서의 경험이 가물가물…
아침에 일어나니 창문으로 들어오는 밝은 태양빛과 함께 어제의 회색빛 세상은 까마득하게 오래전의 일인 듯 했다.
돌아오는 길 강릉 휴휴암에 들러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기억의 통로가 되어 현재가 먼 과거가 되었을 때 기억을 살려내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연결고리가 되어 생생한 추억이 되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