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은 중국 남송시대 유학자인 주희(朱熹)가 편찬한 소학에서 나왔으며, 더 근원으로 올라가면 춘추전국시대의 역사서인 국어(國語) 중 진어(晉語)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가 같다’라는 뜻으로 조선 중기의 학자인 율곡 이이(李珥)는 ‘소학집주(小學集註)’에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일체이니 정성껏 받들어야 하며, 자기 생각대로 스승을 비난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좋지 못하다.’라고 주석해 놓았다.
20여 년 전만 해도 당연시되던 말이었는데 요즘은 군사부일체 보다는 두사부일체니 상사부일체니 하는 말이 더 현실감 있게 와 닿는 것이 사실이다. 전쟁이나 굶주림과 같은 절박함이 사라진 시대적 상황으로 보인다. 이유야 어쨌거나 군사부일체의 정신이 이렇게 희석되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한번 되짚어볼 필요는 있겠다.
조직을 이끌어 감에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하지만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리더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조직원들의 협조(팔로십)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육군사관학교는 하버드 경영대학 보다 더 많은 리더를 배출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리더십을 가르치기에 앞서 좋은 부하가 되는 팔로십을 먼저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팔로십은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존경심’과 ‘자율’이다. 존경심은 성인군자와 같이 완전한 사람들에게만 보내는 찬사가 아니다. 수많은 단점이 있더라고 장점 한 가지를 보고도 가질 수 있는 마음이 바로 존경심이다. 한 가정을 보더라도 완전한 부모의 역할을 하는 가정이 어디에 있겠는가? 어떤 부모라도 장점이 있는가 하면 단점이 있다. 그런데 부모의 단점을 크게 보고 부모의 은혜도 저버리는 자식이 있다면 어찌 좋은 자식이 될 수 있을까?
명품(名品)이니 명문가(名文家)니 하는 말도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보아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그런 물건, 그런 가문을 일러 하는 말이다. 명품은 편하고 새로운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불편하다고 뒷방에 처박아 두거나 버려 버리게 되면 결코 명품은 생길 수 없다. 장점은 장점대로 살리고 단점은 보안해 나가면 된다. 단점 때문에 옛것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배척하게 되면 옛 것의 장점도 보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자신도 많은 단점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옛 것을 소중히 여기고 새것을 지향한다는 온고지신의 정신, 그러한 마음으로 상관을 대하는 것이 바로 존경심이다.
다음은 옛 것의 단점을 보완해 나갈 때의 마음가짐이 바로 자율(自律)이다. 자율은 스스로 한다는 뜻이다. 시키기 전에 알아서 하는 것이다. 상관의 단점이나 잘못을 불평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 자칫 반항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책임 의식을 갖고 과감히 도전하는 마음이 바로 자율이다. 그 가운데 발전이 있다. 반항이란 책임의식도 없고 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이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것이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가장 나쁜 사고방식이다.
한해를 시작하면서 자칫 나태해지기도 하고 불평불만이 커지기도 하는 달이 아마 오월쯤 되나보다. 그래서일까 오월은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스승의 날도 모두 들어 있다. 오월을 자율 정신과 존경심으로 모든 조직의 관계를 다시 한번 재확립하라는 의미로 해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