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2일의 소매물도 여행. 28인승 관광버스엔 한자리의 여유도 없이 만차가 되어 만남의 광장을 출발했다. 인솔자는 내일 새벽부터 오전 내내 거제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걱정스럽게 전한다. 무박으로 바다여행을 할 때는 일출도 기대해 보지만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나마 비가 일찍 멈춰주기를 바랄뿐이다.
저구항 선착장에 도착하여 날이 밝기를 기다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피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식당 처마밑에서 끓여 먹는 라면맛도 별미다. 경험하기 쉽지 않은 추억을 만들며 궂은 날씨에도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핀다.
이렇게 계속 비가 오면 매물도 들어가도 다니기 힘들텐데 버스로 거제도 관광이나 하고 점심때쯤 왕복 뱃삯으로 회나 실컷 먹고 올라가자는 의견도 있었고 나도 내심 그게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우리를 소매물도로 데려갈 배는 선착장에 도착을 하고 잠시 오늘의 목표를 잃었던 마음을 털어내고 소매물도로 향한다.
작년 소매물도에 왔을 때는 망태봉에 올라 포인트에서 등대섬만 찍고 돌아와 공룡바위와 등대섬까지는 들어가 보질 못했기에 이번엔 빠진 곳 없이 돌아보자 마음먹었으나 비는 계속 내리고 우의를 입고 카메라 젖을까 꺼내기도 그렇고 그저 산책하는 마음으로 매물도 좌측 둘레길부터 걷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비도 멈춰가고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등대섬은 아직 물길이 열리지 않아 공룡바위부터 가보기로 했다. 공룡바위에서 바라보는 등대섬은 크고 작은 바위들의 조화로운 절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망태봉에서 바라보는 소매물도의 대표적인 전경에 못지않은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섬이다. 바다물길이 열리고 등대섬으로 들어가 바라보이는 공룡바위와 바다위에 떠있는 섬들을 바라보며 회나 먹고 올라갔으면 큰 일 날뻔 했다는 생각을 했다. 몸이 날아갈듯 흔들어대는 바람에도 소매물도의 모든 장면을 놓치지 않고 찍고 싶었다.
잘 찍은 사진도 그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풍경이 멋있는 곳으로의 여행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찍을 대상을 찾는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러나 취미로 하는 사진 찍기라도 진지하게 자연을 바라보고 심혈을 기울일 때 약간의 차별성이 생긴다.
처음엔 기념사진 이어도 좋고 이를 발전시켜 낯선 여행지에서의 경이로움과 감동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여 기록으로 남겨둔다면 세월이 흐른 뒤 개인의 삶을 좀 더 보람되게 돌아볼 수 있는 회고록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