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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봄꽃이 불편하다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4월 06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올봄에도 어김없이 꽃은 피어오른다. 이 봄꽃은 지난겨울의 추위가 혹독하였기에 더욱 반갑고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유난히도 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많이 와서 따뜻한 방속으로 몰아넣었던 시간들이 지겨울 정도였다. 거기다가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나 하는 지 삼월 늦도록 꽃샘추위까지 기승을 부르니 인내하기 어려운 것은 필자만은 아니었으리라.

아마도 독자들은 칼럼의 제목이 모순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기나긴 겨울을 마감하는 상징적인 현상이 개나리, 진달래를 필두로 해서 산야를 노랗고 붉게 물들일 봄꽃일진대 불편한 감정을 갖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말이다. 사실 아름다운 꽃봉오리가 꽃잎을 살짝 열어 보일 때 사람의 감정이 어찌 부정적으로 흐르겠는가. 중년인 필자의 마음도 젊은이 못지않게 약동하고 심장의 박동도 활발하게 두근거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가 봄꽃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쩐지 불편함을 지우지 못한다. 그것은 지난겨울의 혹독한 흔적들이 아직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그 후유증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날씨가 풀리자 구제역파동으로 살처분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들의 추출물들이 검붉게 노출되어 흐르지 않는가. 단지 감염지역에 양육되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산채로 땅에 묻어야 했던 짐승들의 억울한 울부짖음이 우리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 촉발되어, 이집트, 리비아로 이어지는 중동의 민주화운동이 겨울의 끝을 달군 바 있다. 중동 민주화의 불길이나 시민들의 인권향상 등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동안에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독재자들에게 항거하는 그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이미지가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차가운 겨울의 잔인함이라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것뿐이 아니라 일본지진 발생 후 일어난 쓰나미로 인해 목숨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자들이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이 전 세계를 원전에 대한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는 방사선의 후유증이 인간의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사선에 장시간 피폭을 당할 경우 후유증의 발생확률은 선량에 비례하며, 구체적인 증상은 악성종양(암), 백혈병, 수명단축, 겉늙음현상,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돌연변이나 염색체 이상으로 나타난다. 시민들은 한반도가 일본에서 동해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지만 히스테릭한 군중 심리로 인해 방독면을 한다든지, 요오드가 들어있는 식품을 사재기하는 불안감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겨울의 잔해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데 봄꽃을 바라보는 시선이 반갑고 편안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 지나친 것일까. 오랜만에 피어난 난꽃을 바라보며 호들갑을 떠는 아내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였다. 베란다 구석에 방치해두었던 난꽃이 고맙게도 꽃을 피운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우리가 그 아름다움을 누릴만한 자상함을 보였는가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필자는 “’난 꽃“이란 시에서 ”추웠던 지난겨울에도 / 귀퉁이에 볼품없이 처박혔던 네가 / 숨겼던 비장의 무기일까 / 신비한 속살을 드러내는데, / 소박맞은 마누라 빨간 루즈 칠하고 / 화사하게 차려입고 나면 / 달리 보이듯이 / 잊었던 옛정이 불쑥 솟아나더라“라고 노래한 바 있다.

올봄에는 단순한 봄꽃놀이 정도의 감정놀음에 머물러있기에는 착잡한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현재 인류에게 불어 닥치고 있는 불행을 망각하고 봄꽃놀이에만 빠져있을 순 없지 않은가. 이런 시인적 딜레마에 대해서 박 영근 시인은 ”저 꽃이 불편하다“라는 시를 쓴 바 있다.

모를 일이다 내 눈앞에 환하게 피어나는
저 꽃덩어리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는 거
불붙듯 피어나

속속잎까지 벌어지는 저것 앞에서 헐떡이다
몽뚱어리가 시체처럼 굳어지는 거
그거
밤새 술 마시며 너를 부르다
네가 오면 쌍소리에 발길질하는 거
비바람에 한꺼번에 떨어져 뒹구는 꽃떨기
그 빛바랜 잎술에 침을 내뱉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흐느끼는 거

내 끝내 혼자 살려는 이유
네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박정근 / 대진대 교수, 윌더니스 주간, 이해조문학회 회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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