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중에는 흔하게 사용하지는 않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보면 볼수록, 느끼면 느낄수록 정겨운 말들이 있다. 어쩌면 사투리 같기도 하고 순우리말 같기도 한, 정감 가는 말, 우리가 아껴주고 사랑해줘야 한다. 감칠 맛 나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뿐이다. 어쩌면 저리도 그 자리에 꼭 들어맞는 적절한 말을 끼워 넣었단 말인가,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할 수밖에….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 처음 입을 뗀 후 지금까지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강산이 몇 번을 바뀌어도 제자리에 꼭 맞는 언어를 찾는 데 실패하고 지금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장과 어휘에 꼭 맞는 언어를 찾는 일이 힘들고 쉽지 않겠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언어구사에 사투리가 심하다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온 세월을 생각하면 표준말을 쓸 때도 되었건만 사투리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일부러 사투리가 심하다며 오해를 받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가능하면 남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과 글을 구사하려 하는데 생각보단 어렵다. 글 한 편 쓰고 보면 사투리억양이 그대로 써져 있으니, 나중에를- ‘난중에’로, 거기를- ‘그기’로 등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경향이 몸에 배었다.
한글만큼은 융통성을 적용받지 않은 것도 찾기 어렵다. 요즈음 우리 한글이 변형되어 사용하기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하다. 어떤 글이든 한글은 융통성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형어, 외래어, 신조어, 외계어 등 멋대로 사용되어 우리 한글이 핍박받고 있다. 우리가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할 건가?
이것 또한, 한글에 대한 이해부족과 문법에 대한 지식부족 탓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도 이렇게 적절한 언어의 구사가 어려운데 일반 사람에게는 어떠하겠는가? 나 자신에게 문제가 없는지,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우리말 풀이사전’을 한 권 샀다. 이 사전에 정겨운 순우리말이 해당 말에 대한 해설과 함께 알기 쉽게 소개되어 있다. 순우리말이 좀 생소하지만, 몇 차례 써 보니 색다른 아름다움을 느낀다. 여기 ‘마디다’도 참 정겨운 순우리말이다.
마디다는 형용사로써 “쉽게 닳거나 없어지지 않고 오래 지탱한다. 자라는 속도가 더디다.”라는 뜻이다. “불꽃도 화려하지만, 장작보다 훨씬 마디게 탈뿐 아니라 불길이 서너 길씩 치솟아,”(이문구, 으악새 우는 사연), “짚신은 잘 닳는다. 그렇지만, 고무신이나 운동화는 잘 닳지 않는다. 그래서 고무신이 마디다. ‘사람이 참 마디다’라고 하면 ‘헤프지 않다.’라는 뜻이다.”(우리말 풀이사전-서해문집)
어릴 적 즐겨 신었던 검정 고무신은 아주 마디다 보니 잘 닳지를 않았다. 검정 고무신이 헤져야 엿 한쪽이라도 바꿔먹을 수 있었으니, 부모 마음은 아랑곳없이 철없는 생각만 했다. 때로는 너무 마딘 것이 싫증나 헤픈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 해도 변질되어서는 안 되는 도덕과 사상이 있는 법이지만, 때로는 건전한 발전과 혁신을 위한 소비성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금싸라기처럼 귀하고 마딘 하루하루였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