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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수기8] 감사 만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1년 03월 31일
 
↑↑ 조수기 의정부문화원장
ⓒ (주)포천신문사 
지난 3월 30일 오전에 지방자치단체의 간부공무원으로부터 전화로 만찬 초대를 받았다.

저녁 초대를 한 공무원은 나하고 아주 가까운 친구도 아니고, 공직 직열도 달라서 35년 공직생활중 한 번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도 없었다.

의외의 전화를 받고 “무슨 좋은일이 있느냐. 왜 갑자기 저녁을 사겠다고 하느냐?”고 묻자 그는 “원장님 후배가 선배한테 밥 한 그릇 산다고 하는데 특별한 일인가요? 부담 갖지 마세요”라고 대답해서 나는 그의 저녁초대에 응하고 나서 그를 생각해 봤다.

학연, 지연, 혈연관계도 없는 사람이고 그는 최근에 병원에서 성인병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해서 건강도 안 좋다고 들었는데 무슨 나쁜 일이 있나? 아니면 좋은 일이 있나?

퇴근 후 약속장소에 나가보니 저녁을 초대한 후배와 1980년부터 1982년까지 의정부시청 새마을과에서 나와 같이 근무했던 H씨와 같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견례 후 “무슨일이 있느냐?”고 물은 것은 나였다. 남에게 밥을 얻어먹으려면 자초지종을 알고 싶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서 모신 것은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드시라고 하며 술잘못하는 내 입장을 알고 백세주잔을 권했다. 술이 몇 잔 돈 다음 초대자인 L소장은 입을 열었다.

“조원장님. 저는 내일 명예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퇴임을 하면서 생각해보니 제가 감사인사를 드려야 될 분으로 조원장님 생각이 나서 H형과 같이 모셨습니다”

사연인즉 지난 1989년 3월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에 그가 계장진급 대상자였고, 나는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시정계장였다. 그는 진급을 하는데 도움을 받기위해 나를 만나서 인사청탁을 하려고 나와 가까운 H씨에게 “시정계장을 만나서 부탁을 할일이 있는데 조계장이 어떤 사람이냐”고 자문을 구했다.

H씨는 “조 계장은 독일병정이다. 그를 사무실로 찾아가서 공개적으로 만나야지 사적인 부탁은 오히려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충고해서 L소장은 그때 사무실로 나를 찾아와 자기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

까맣게 다잊은 20년 전 일을 회상해 보니 생각이 난다. L소장의 진급결재서류를 시장에게 올렸더니 그 당시 시장은 다른 사람을 진급시켜야 한다고 했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묻자 시장은 서울 D구청 출신 모국회의원의 친척이 경쟁자라고 하면서 그 국회의원의 인사청탁을 거절할 수 없다고 했다.

몇 번에 걸쳐 설득을 했지만 시장은 완강히 거부했다. 근무평점 결과 승진서열도 앞서있는 L이 안 된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승진서열을 무시하고 정치적인 청탁에 의한 인사를 하겠다는 시장의 태도가 나의 행정소신으로 받아 드릴 수 없는 일이였다.

나는 고심하면서 인사서류를 한 달간 보류하면서 방법을 찾았다. 의의(義意)가 있는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한 달 후 다른곳에 6급 계장 자리가 생겨서 시장이 계장을 시키라는 사람과 L씨가 동시에 승진을 하게 됐다. L씨는 그당시 나에게 감사한 인사를 못하고 있다가 그도 막상 승승장구 후에 퇴직을 하는 마당에 신세를 갚는다고 우리를 초대한 것이다.

함께 참석한 H씨는 L씨와 나 사이에서 다리를 놓아준 인연으로 오늘도 동석해서 옛추억을 회상하면서 술잔을 건냈다. 따뜻한 우정도 나누게 됐다. 술을 잘못하는 나였지만 우리는 초청자의 따뜻한 마음과 공직 36년을 마무리하는 추억을 화두로 안주삼아 백세주 3병을 비웠다.

조수기 / 의정부문화원장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1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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