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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3월 28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필자는 며칠 전에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는 올비의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라는 작품을 함께 감상한 바 있다. 송현옥 교수가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은 미국의 대표적인 부조리극으로 현대인들의 허위적인 삶을 풍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으며, 리챠드 버튼이 조지역을, 얼마 전에 타계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마사역을 맡아 열연하여 더욱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조지는 총장의 딸인 아내 마사와의 20년이 넘은 결혼생활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고 대학의 권력에서 조차 소외되어 있다. 대학이란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들이지만 그 안에서 권력에 영합하며 살아가는 교수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행태에 대해서 염증을 느끼고 책속으로 도피하는 교수들도 존재한다.

조지는 후자에 속하며 총장인 장인으로부터 눈밖에 나있어 마사에게도 무능력한 교수라고 핀잔을 받는다. 이들 부부는 가치관의 차이와 소통의 부재로 인한 갈등이 잠복한 상황에서 이를 완화시킬 최소한의 도피책으로 상상의 아들을 창조하여 게임을 벌인다.

조지와 마사는 지인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아들이 그들 입맛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다는 허위적 환상을 심어준다. 이 환상은 그들의 정신적 또는 육체적 불임을 감추기 위한 기만책에 불과하다. 진실을 외면한 일시적 미봉책은 언젠가 구멍이 뚫리기 마련이다. 부부동반 교수 만찬이 끝나고 일찍 돌아온 조지는 아내 마사가 다른 좌석에서 사귀었다가 데려온 생물학과 교수 부부 닉과 허니를 맞이하게 된다.

마사는 책 속에 빠져있는 조지보다 권투선수 출신의 닉에게서 삶의 활력을 느끼고 술에 취해 남편을 힐난과 냉소로 공격한다. 그녀는 허구적 삶이 가져오는 권태를 깨뜨리기 위해 남편과 합의했던 선을 위험하게 넘나든다. 그들이 금기시하는 소재는 상상의 아들의 안위에 관한 것이다.

송현옥 교수는 작품 속에 들어있는 폭력적 언어게임에서 머무르기 않고 그 폭력성을 술병을 위태롭게 주고받게 한다든지 춤을 난잡하게 추게 하는 수법으로 연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성공적인 연극적 효과는 부부간의 심리적 언어적 갈등을 게임 차원의 연극적 행위로 연결시킴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유치한 술병 주고받기 게임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이다.

이 작품의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조지와 마사는 상상의 아이가 점점 위태로움을 암시하는 폭로적 발언을 하게 되면서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더 커지고 급기야는 조지가 방관하는 가운데 마사는 닉과 정사를 벌인다.

이에 대한 조지의 보복은 간단하다. 자신의 불임을 상상의 아이의 창조로 감추고 있는 아내 마사에게 아이가 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고 선언해버리는 것이다. 마사는 아이의 사망의 선언을 듣는 순간 남편에 대한 공격의 전열이 흔들리고 오열하며 쓰러지고 만다. 그녀의 삶을 허위적 장막으로 감싼 채 살아온 세월이 강풍에 잔인하게 찢어지는 아픔을 겪는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요?”라는 마사의 울부짖음은 이러한 허위적 환상의 삶을 청산하고 바로 잡아야겠다는 조지의 침묵의 포옹과 대비 된다. 비록 일시적인 아픔이 오더라도 허위성을 깨뜨리지 않고는 가족의 건강성을 되찾을 수 없다는 조지의 이성적 결단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물질주의와 배금주의로 물들어 있는 한국사회의 가정들은 이들 부부의 허위적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극 속에서 조지는 속물적 대학사회에서 도피하는 수단으로 책 속에 빠져든다. 조지는 또 하나의 게임으로 자신이 읽은 책 더미를 발로 밟고 균형 잡기 게임을 벌이는데 이것은 지식인 사회의 관념성을 풍자하는 의미로 보인다. 사실 속물적 삶이나 이에 대한 도피적 관념적 삶이나 모두 건강하지 못하다는 암시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삶들이 사이버시대에 더욱 진실과 실체에서 멀어질 위험이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인간관계의 실체성보다는 사이버 공간의 가상적 공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더욱 실질적인 접촉이 불가능하게 되기 쉽다. 어떤 사람들은 사이버에 몰입한 나머지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저지르는 폭력성을 실제 삶에서 무의식적으로 저질러 범죄인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삶이 허위적이라고 판단되면 조지처럼 철저히 부수고 현실을 대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이해조문학회 회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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