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가 화장장과 봉안당, 자연장지 등을 골자로 하는 장사시설을 건립하기 위하여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여기에는 의정부시와 양주시, 동두천시 등 경기북부지역의 인근 자치단체도 참여하는 이른바 광역 장사시설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장사시설이 없는 포천시민들은 타시의 주민에게 10배 이상을 부과하는 차별요금제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타시의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터라 금번의 장사시설 건립계획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표적인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시설로 인식되어 있는 장사시설은 주민들의 반발이 우려되어 어느 지자체라도 선뜻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따라서 포천시에서 나서겠다고 하니 주변 지자체들은 포천시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보자고 애쓰는 형국이다. 국비와 도비를 기반으로 참여를 희망하는 인근 지자체들이 재원을 분담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이 사업은 포천시의 예산 없이도 우리의 해묵은 숙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포천시로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타 지자체에서도 해결 못하는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인가가 큰 과제이다. 이에 대하여 포천시는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지원책)가 제공되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적인 님비시설을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시설로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한 해답으로 일본의 이즈모시(出雲市)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즈모시는 일본서쪽 시네마현에 위치하고 포천과 같은 인구 15만의 작은 도시이다. 중의원을 4차례나 지낸바 있는 이와쿠니 데쓴도씨가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1989~1996년) 그는 화장장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혐오시설에 주민 편의시설을 한데 엮어 시설에 대한 혐오감을 불식시켜 보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혐오시설인 시립화장장을 건립하면서 여기에 주민들이 희망하는 온천을 함께 조성해 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그 지역에는 지질여건상 온천이 생기지 않는 지역이어서 지역주민들이 온천을 이용하려면 먼 곳까지 가야만 하는 불편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온천은 주민들이 매우 선호하는 시설이었다.
그는 무려 1.5km나 파들어 간 끝에 결국 온천수를 끌어 올려 노천온천을 조성하였다. 여기에다가 스포츠시설과 문화센터, 카페 등을 덧붙여 복합 문화센터를 마련하였다. 노인이나 어린이를 대동할 경우 입장료를 무료로 하는 식의 소프트웨어의 운용까지 덧붙여 이 곳은 화장장이라기보다는 항상 많은 이용객들의 발걸음으로 북적대는 매력적인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자리잡게 되었다.
화장장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치밀한 배치계획과 오염이 전혀 없는 청정설비를 갖추고 여기에 주민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함께 조성함으로써 화장장에 대한 거부감을 완전히 없애버린 대표적인 사례이다.
화장장과 함께 마련할 자연장지는 손쉽게 친근한 공원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이다. 정부에서는 자연장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현재 각 지자체마다 자연장 시설을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포천시도 자연장 활성화를 위한 대안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자연장지에 관하여는 유럽의 사례에서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유럽에서는 공원묘지 나무에 산골(散骨)하는 것 뿐 아니라 장미와 같은 다년생 화초에도 산골하도록 하여 넓고 다양한 형태의 화원을 조성하는 사례들이 많다.
스웨덴에서는 ‘메모리얼’이란 뜻의 ‘미네스룬드(Minneslund)'라고 하는 화장유골 처리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다수의 유골을 주로 화단이나 원형의 조경수, 돌무지, 잔디 등의 형태로 그대로 묻거나 뿌리는 방법이다. 같은 장소에 묻힌 사람들은 책자나 바닥에 공동비문을 작게 만들어 함께 있는 이들을 공동으로 기억하게 하고 유족들간 서로 교류하게 되는 동기도 만들어 내고 있다.
주위에는 산책로와 벤치 등으로 한적한 공원을 조성하여 추모객들이나 일반인들이 한적한 산책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이처럼 형형색색의 꽃밭이나 다양한 조경으로 이루어진 자연장지는 고인들을 아름답게 모심과 동시에 유족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동기를 유발하고 나아가 일반인들도 거리낌없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관광지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추모를 위해 동행한 가족이나 지인들이 함께 모여 정담을 나눌 수 있는 널찍한 잔디광장이나 야외 조각공원, 많은 추모객들을 대상으로 분위기에 걸맞은 음악, 연극 등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소규모 노천극장이 마련된다면 더더욱 매력 있는 시설이 될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화장장의 배치, 산골(散骨)로 조성된 형형색색의 꽃밭, 조경수, 돌무지,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한 넓은 잔디광장이나 야외조각공원, 소규모 노천극장, 나아가 지역주민들의 커뮤니티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스포츠시설이나 문화센터, 카페 등이 한데 어우러진 장사시설이라면 이는 님비시설이 아니라 대표적인 핌피시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장사시설이라면 시의 입장에서는 주민설득을 위한 소모성 지원을 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지역간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정된 마을은 이로 인해 마을의 품격이 높아짐은 물론 이를 이용하는 수많은 방문객들로 인해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포천시가 금번에 추진중인 장사시설은 마지못해 일 년에 한두 번 찾고 잊어버리는 일반적인 추모공원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이즈모시와 유럽의 사례에서처럼 추모객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휴식이나 문화의 향유를 위하여 즐겨 찾는 포천의 또 하나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