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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남의 불행을 바라보는 마음과 인격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3월 17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이 사고는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 지진에 이어 쓰나미가 밀려오고,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 수만 명의 사상자와 행불자가 발생하고 많은 공장과 주택의 파괴로 생산과 유통이 중단되어 있다.

기본적인 생필품을 구하기 위하여 시민들이 슈퍼마켓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침착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은 안타깝지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재민들은 추위와 배고픔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질서를 지키려는 시민의식이 모범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945년 2차 대전의 패전국으로서의 어려움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 국민들은 뜻하지 않은 자연재앙으로 인해 심리적 공황이라 부르는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불행을 맞은 일본인들에 대해서 많은 한국인들이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한류 스타들이 억대의 기부금을 쾌척하는가 하면 일본학교와 자매결연을 통해 우정을 쌓아가고 있었던 어린 학생들은 즉석으로 성금을 걷고 위로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불행한 사태를 맞은 일본에 대해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도움을 주도록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탓에 오랜 역사에서 우호적이기 보다 어두운 면으로 점철되어온 두 국가는 가깝고도 먼 사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지난 36년간의 일제강점기는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크나큰 상처를 주었고 무의식 속에 일종의 복수심의 씨앗이 심어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일본의 불행에 대해서 냉소적이기 보다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당했던 고통을 생각하면서 그들의 아픔을 자기화하는 차원 높은 인간애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본 열도가 쓰나미를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한국의 동해안은 결코 안전할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자연재앙이란 어느 한 나라나, 한 국민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걱정하고 고민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은 불난 이웃집을 팔짱을 끼고 구경할 입장이 아니다. 이번 재앙으로 인해 일본 경제가 추락할 위험이 다분히 있다. 혹자는 한국이 이로 인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일본으로부터 주요 부품을 공급받아 생산하는 많은 기업체들은 지금 좌불안석이다. 국제정치적 관점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함께 노력하여 중국 일변도로 갈 수 있는 동북아 경제의 균형을 맞추어가야 할 판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국 기독교 지도자는 일본 국민들이 기독교의 유일신을 믿지 않아 신의 벌을 받았다고 주장하여 네티즌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할 기독교 교단이 그들의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하여 많은 생명을 앗아간 이 사건을 기독교적 징벌의 의미로 해석하였다는 것은 종교인으로서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가족과 재산을 잃고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냉소적인 발언에 얼마나 상처를 받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일제의 위안부로 끌려가서 무관심한 일본정부에 분노로 대항하던 한국 할머니들조차 일본을 위해서 기도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는가. 비록 그의 발언을 거두어들였다고 하나 남의 불행을 비판의 소재로 이용하였다는 것은 그의 인격을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일본의 재앙이 하루 빨리 회복되도록 기도하고 협력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부족한 생필품을 비롯해서 생산시설이나 유통시설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가솔린과 의약품 등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여 도움의 손길을 주어야 한다. 오히려 어려움에 빠져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온정을 베풀어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역사 교과서 왜곡 등의 현재와 과거의 역사적 오류에 대해서 스스로 깨닫고 수정하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인간이란 자신이 가장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은인에 대한 고마움은 가슴 속에 새기는 도덕적 존재이기에 더욱 그렇다. 필자는 “일본 지진의 애가”라는 시를 적어 보았다.

지구인들의 놀란 눈들이
밀려오는 쓰나미에 경악한다.

인간이란 별개 아니구나
세계 경제 대국도 성난 대자연 앞에서는
한 줌의 주먹에 불과하구나
탄식이 절로 난다

깊은 바다 아래에서
지구가 조금만 몸을 뒤틀어도
인간의 문명의 금자탑이란
바닷물에 쓸려 들어가는
모래탑에 불과하구나

영화 ‘해운대’에서 본 쓰나미가
긴장과 서스펜스로 즐기는
영상 놀이인줄 알았더니
순식간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바닷물에 휩쓸려 사라지고

선박과 바다의 잔해들이 파도를 타고
바람처럼 뭍 위로 밀려들더니
가옥과 자동차 거대한 공장들이 불타오르고
위용을 자랑하던 문명의 질서가 뒤엉켜
무의미와 암흑의 카오스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더라

혹자는 예측할 수 없는 우주의 움직임이
가소로운 인간의 문명을 비웃노라고 말하고
혹자는 언제 덮칠지 모르는 신의 심판에
귀를 기울이라 하더라

무력한 사람들은
눈앞의 일에만 급급하다
그저 할 말을 잃고
망연하기만 하더라

박정근 /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이해조문학회 회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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