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식물원을 갈까? 지난번 출사 때 가려다 못간 아쉬움이 있어 일요일 오후 어영부영 시간보내기도 아깝고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출발하려 준비하고 있을 때 남양주 지인으로부터 전화벨이 울린다.
마음은 산정호수인데 그래도 불러주는 이 있을 때가 좋을 때지. 차는 남양주로 달리고 있다. 식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멍게비빔밥을 했다고. 배도 부르고, 따뜻한 봄기운에 가물가물 잠도 오고 밖으로 나오라고 유혹도 한다.
과감한 (?) 나의 선택은 노을 지는 두물머리였다. 여러 번 갔었기 때문일까. 새로운 것도 안보이는데 그래도 사진 찍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면 나만 보지 못하는 뭔가가 있나보다. 전부터 두물머리를 다녀올 때마다 했던 생각이다.
봄날 같은 날씨 때문인지 산책 나온 사람들이 꽤 많다. 카메라 삼각대에 고정시켜 어깨에 둘러메고 수령 4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 둘레를 빙빙 돌아본다.
새벽 일출이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찍으러 온 것도 아니고 잎이 무성한 여름날의 느티나무도 아니고 사진가들이 주 모델로 삼는 황포돗배도 어디론가 치워져 없고 하늘엔 구름 한 점 안보이니 붉은 노을과 구름의 환상적인 조화도 보기는 틀린 것 같고.
오늘도 드라이브 하고 맑은 공기 마셨으면 된 거지. 궁시렁 궁시렁. 오래전 갯벌에서 바지락을 줍던 일이 생각난다. 처음에는 갯벌을 파도 바지락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돌멩이와 조개껍데기만 나올 뿐.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삼십분 정도 호미질을 하다 보니 바지락이 하나씩 둘씩 보이기 시작하고 한 시간여를 쭈그려 앉아 다리가 저리도록 캐다보면 어느새 바구니로 가득 바지락이 담겨있었다.
어제는 두물머리와 많이 친해진 느낌이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 갈 때까지 다른 때 보다는 많은 시간을 머물렀다. 멀리보이는 산자락의 여운과 이제 막 해동을 시작한 한강의 물길. 강렬하진 않아도 어슴프레 주홍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강 건너 멀지않은 마을의 한그루 나무 밑,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
어디서 날아 왔을까. 오리가족 네 마리가 뒤뚱거리며 사람들 곁에서 한참을 서성댄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는 조용한 평화로움. 가끔은 혼자 천천히 그곳에 푹 잠겨 풍경을 담아 보는 것이 휴일 잠으로 피곤을 푸는 것보다 훨씬 더 피로가 풀린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