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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명 칼럼=2] 사음수성독(蛇飮水成毒)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1년 02월 21일
 
↑↑ 석보명 보문정사 주지스님
ⓒ (주)포천신문사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을 만들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만든다’는 뜻인 ‘사음수성독 (蛇飮水成毒) 우음수성유(牛飮水成乳)’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래 이 말은 지눌스님(知訥1158~1210)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 나오는 말로써 이 세상 그 어떤 것이라도 고정적으로 좋고 나쁜 것은 없다는 말이다.

물은 독도 되고, 유유도 된다. 물이 좋고 나쁜 것이 아니다. 물은 물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칼은 흉기도 되고 과도도 된다. 칼 자체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다. 이 세상 어떤 것도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없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 이상 아름답지 못한다. 곧 악취를 풍기는 거름으로 변한다.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 아름답고 추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해가는 과정일 뿐. 아름다움 속에 추함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추함 속에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소중한지 알게 된다.

이집트가 혁명을 일으킨지 18일 만에 무바라크가 하야되었다. 결과적으로는 18일 만이었지만 사다트가 암살당하고 무바라크가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 1981년의 일이니 30년이 지나 하야한 것이다. 이집트 시민들은 무바라크가 취임할 때만 해도 그가 그리 오랫동안 독재를 하리라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무바라크 자신도 그리 오랫동안 독재할 마음을 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독재를 하였고 독재자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무바라크는 무바라크로 봐야 한다. 무바라크를 독재자라로만 보게 되면 그만 없으면 독재가 끝나는 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무바라크의 독재가 가능했던 이유는 미국의 지원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집트는 미국이 중동에서 안정적으로 석유를 확보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판단한 미국 자본가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일 뿐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렇다. 그렇다고 미국이 독재의 원흉이라고 보는 것도 옳지 않다. 미국도 미국일 뿐이다. 의존할 것도, 적대적으로 대할 것도 아니다.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된다. 같은 물이라도 어떤 인연을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뱀이 독을 만드는 이유는 그 독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소가 우유를 만드는 이유 역시 필요에 의해서이다. 인연은 이렇듯 필요에 의한 열망과 노력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똑같은 미국이지만 미국도 만나는 인연에 따라 그 모습과 역할을 달리한다. 똑같은 이집트였지만 이번 민주화 혁명처럼 시민들의 활화산 같은 열망 앞에서는 미국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집트가 진정한 민주화의 꽃을 피우기에는 아직도 많은 장애가 있을거라고 진단한다. 무바라크 정부를 축출한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지금 같은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반듯이 그 꿈을 이룩하리라 믿는다.

다시 한 번 정리 해보자.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된다. 원래 독도 우유도 없다. 만나는 인연에 따라 독도 되고 우유도 된다. 그리고 그 인연은 필요에 의한 열망과 노력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석보명 / 대한불교 삼론종 총무부장, 보문정사 주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1년 0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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