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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104] 전사(戰士)와 기사(騎士)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1년 02월 19일
 
↑↑ 이규임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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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戰士)와 기사(騎士)라는 말이 있다. 전사하면 현대적(現代的)인 느낌이 들고 기사하면 고전적(古典的)인 느낌이 든다. 그런데 유럽의 초기 중세사회에는 전사와 기사가 동시대에 공존(共存)하고 있었다. 그 당시 전사는 무(武)를 숭상하는 사람들이었고 기사는 의(義)를 숭상하는 사람들이었다.

전사는 명을 따르는 사람들이었고 기사는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전사는 거칠고 잔인(殘忍)한 반면 기사는 예의 바르고 정직하며 약자를 배려하는 의인(義人)이었다. 이들은 전쟁을 위한 전략과 무술뿐 아니라 정직 관용의 정신과 예의를 갖춘 몸가짐을 배웠다. 특히 약자의 이야기를 경청(傾聽)하며 이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품성과 자세를 함께 배웠다.

전투 용어에 전술(戰術)과 전략(戰略)이란 말이 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볼 때 전사가 전술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기사는 전략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술은 전방에서 적과 직접 대치해 싸우는 전투(戰鬪)를 말하는 것이고 전략은 후방에서 전체적인 전투현황을 파악하고 작전(作戰)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흔히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전략에서는 졌다는 말들을 한다. 얼른보아 이긴 것 같으나 긴 안목으로 볼 때는 그렇지 않을 경우 그리 말하는 것이다.

작전을 세울 때는 전체적인 전황(戰況)을 봐야 하는 것이다. 한쪽에선 이기고 다른 한쪽에선 졌다면 완전한 승리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완전한 작전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양쪽에서 모두 이겨야 진정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술에 앞서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고 전술보다 전략이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전략을 잘 짰다 하더라도 실전(實戰)에서 이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 낭패(狼狽)가 되고 만다. 전략을 잘 짜야 하지만 실전에 임하는 전투요원들의 능력 또한 필수적(必須的)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평소에 전투요원들이 그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에 합당한 담력(膽力)과 실력을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훈련에서 쏟는 땀 한 방울이 실전에서 나의 생명을 지켜준다는 사실을 절감(切感)해야 한다. 내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지면 처자는 남의 노예(奴隸)가 된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중세의 전사(warrior)들은 전장에서의 용맹성(勇猛性을) 널리 인정받았지만 지나치게 투쟁적이고 야만적이며 순화(純化)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영주들은 이들을 성숙한 공동체의 리더로 양성하기를 원했다. 당시 귀족 집안 소년들은 7세가 되면 명망 있는 영주의 집으로 보내져 엄격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시종(page)으로서 교육기간을 보내며 15세가 되면 각각 한 명의 기사에게 보내져 기사의 종자(squire)로서 훈련을 받게 했다.

그리고 21세가 되면 성숙하고 완벽한 기사(knight)로 다시 태어나 작위 수여를 받고 주군 앞에 무릎을 꿇고 용맹과 충성을 다짐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기사는 전쟁에서의 선봉장(先鋒將) 역할과 함께 공동체의 정신적 지도자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이들의 삶에 중요한 지침이 바로 기사도(chivalry) 정신이다. 이들에게 전장에서의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동체 전체의 품격(品格)이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전사를 요구할 뿐 기사를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 정치와 경제 그리고 교육 현장에는 전투와 승리라는 목적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경쟁 과정에서의 상호 존중과 배려 그리고 경청의 자세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 과정은 모두 묻어 버린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한 것이다. 특히 민주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소통과 협의를 통해 타협(妥協) 을 이끌어내는 것이 민주사회의 근간(根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자의 도는 협일무위(協一無違)라고 옛 분들이 말하는 것이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1년 0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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