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유 기 고 ] 서예는 진정한 삶의 동반자

서실 가득 묵향이 번져오면 붓끝 가득 우리의 그리움도 묻어 나온다.
바쁜 일상을 잠시 접고 고르게 마음 속으로 숨고르기를 하며 곱게 접은 흰 종이 위에 한 획 한 획 붓을 긋노라면 가빴던 숨결도, 어수선했던 마음속도 어느새 붓끝 한 점 한 획에 몰입되어 잠시 무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조금은 젊었던 시절, 그런 어머니의 이름으로, 아내의 이름으로 이러저러한 일상에 묶여 나 자신에 대한 계발의 시간을 접하기 어려웠기에 늦게나마 찾아온 여유로운 시간에 호젓이 문방사우와 벗하여 붓 끝에 숨죽이며 정진할 수 있음은 이 또한 여인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은은한 녹차 향이 서실 가득 채울 즈음, 한 장의 화선지위에 마음을 옮겨 놓고 잠시 빛 바랜 찻잔에 따라진 녹차 향으로 입안 가득 채우면 인생의 골짜기에도 분명 봄이 있음을 실감한다.
밤 꽃 향기가 서실 주변에 가득히 맴돌고, 은은한 고서의 향기가 흐르는 작은 서실에 모여 나름대로의 삶을 논하고 미래를 이야기하며 정신수양과 더불어 매사에 침착함을 알게 일깨워주는 서예야말로 감히 진정한 삶의 동반자란 생각을 해 본다.
이 서실이 문을 연 지 올해로 7년째,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회원도 많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붓끝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현재 꾸준히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회원은 20여명에 이르는 정도이다. 서실의 지도교사이자 현 동남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신 한영수 선생은 국민대 한문서예과를 졸업하고 ‘옥동이서 서예론 연구’라는 논문도 발표하시는 등 활발한 서예 활동도 하고 계시며 서에를 통한 전통문화 연구와 더불어 ‘학생서예동아리’ 운영은 물론 ‘가훈써주기 운동’도 적극 참여하시고 경기도 우수 동아리로 활동하는 등 후학양성에 온힘을 쏟으시는 바가 인정되어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훌륭한 교사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서예란 한걸음에 만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지속적이고 꾸준한 정진을 위해 안목을 키우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으신다.
이에 잔꾀나 게으름을 비켜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몇몇 회원에게 ‘한겨레 서예대전’을 비롯한 각종 공모전과 현장휘호대회를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기도 하였고 포천시에서 주관하는 ‘반월문화제’, ‘여성기예 경진대회’등에서 최우수상을 비롯한 크고 작은 상을 부상으로 선물 받아 자신이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하기도 하였다.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 하였다.
표암 강세황 선생께서 하신 ‘창송불노(倉松不老)라는 말씀처럼 푸른 소나무는 늙지 않음에 부디 그 사람의 인품과 학덕을 그대로 나타나는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말고 푸른 소나무처럼 자신을 푸르게 가꾸기를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