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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박완서 선생의 영면에 대한 소고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1월 27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한국문단의 큰 별 하나가 졌다. 그러나 그 별은 동쪽도 서쪽도 아닌 사방에서 그 신비한 아우라를 발하고 있다. 결국, 별은 졌는데 빛은 발하고 있는 꼴이다. 따라서 문호의 죽음이란 물리적인 현상만으로 정의할 수 없다.

박완서 선생의 죽음을 슬퍼하는 많은 독자들은 영전에 고개를 숙이면서 자상한 선생의 미소를 보고 선생의 수많은 작품들을 떠올리고 있다. 선생의 작품은 박경리의 대서사가 아니고 조정래나 황석영의 남성적 웅장함도 아닌 일상적 서사라고 해야 할 특유의 작품의 풍취로 남아 우리들 가슴에 훈훈하게 적시고 있음을 깨닫는다.

독자들은 선생의 죽음 앞에서 작가의 작품세계가 면면히 살아있음을 체험하고 있으니 슬프다고 눈물만 흘릴 일이 아니다. 셰익스피어는 영국인들을 포함한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의 서가에 영원히 남아서 그의 명대사를 되새기게 하지 않는가. 우리는 한국문단의 거장을 진정으로 영생하도록 만들 준비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도리이다. 셰익스피어가 무대에서, 교실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의 손에서 영원히 살아있듯이 말이다.

필자는 서가에서 선생의 작품집을 꺼내 읽기로 한다. “조그만 체험기”란 작품을 택하여 읽으면서 선생이 그리고자 하는 인물의 성격을 생각한다. 선생은 대단한 능력과 품위가 있는 영웅이 아니라 그야말로 순진하기 짝이 없는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을 좋아하셨다. 이 작품에서 세상물정을 모르는 한 여성이 우연한 계기에 모순된 사회의 제도의 폭력 앞에서 공포와 모순을 체험하고 한탄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남편의 아내로서 밥하고 빨래만 하던 일상적 삶이 세상의 부정의에 의해서 산산조각이 난다. 남편이 갑자기 검찰에 연행되어 구속되어버린 것이다.

남편의 부재는 보호막 속에서 안주하던 여성을 갑자기 세찬 세상의 찬바람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녀는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역할을 가진 검찰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들의 가증스러운 마스크를 보게 되고 그들의 언어의 이중성을 파악하게 된다. 그녀는 형광등을 재생하여 팔아넘긴 전공에게 당한 사기에 자신도 모르게 연루되어 검찰의 언어적 폭력에 의하여 또 다른 사기꾼으로 전락한 무력한 남편을 발견한다.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서 인간의 인격조차 무시되는 사회제도의 폭력에 의해 치를 떨고 오열하는 평범한 여인에 대한 박완서 선생의 묘사는 한 치의 과장이나 꾸밈이 없다. 그녀가 지향하는 사실주의적 문학세계는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작가 자신을 상정하고 우리들의 일상을 섬세한 심리적 묘사로 터치하였다. 독자들은 선생이 그린 인물이 가공의 인물이 아닌 우리들 자신임을 체감한다. 이러한 일체감이 작가와 독자 간의 일체감과 친밀감을 더해주었으리라.

선생은 평범한 소시민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적 삶의 편린들을 소설이라는 예술로 승화시켜주었다. 물질주의적 사회 풍토 속에서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살아가다가 우리가 매달려온 사회적 제도에 의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격마저 상실하는 소시민들의 삶을 선생은 소설화한다. 그러나 선생은 소시민으로 안주하거나 삶의 무의미로 멈추지 않는다. 독자로서 우리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모순된 사회현상에 대해 사실적으로 직시하게 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눈을 뜨게 하는 선생의 작품을 소중하게 간직해야할 시점이어야 한다.

수많은 독자들이 조문객으로 선생의 영정 앞에 서있다. 적지 않은 후배문인들은 선생과의 따뜻한 만남에 대해 회상에 젖기도 하고, 돌아가지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지 못한 회한에 빠지기도 한다. 이것이 위대한 작품을 남기고간 거장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포근한 친정어머니로, 혹자는 따뜻한 누님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그만큼 정이 많고 자상한 선생의 인간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선생의 작가정신을 선양하고 40여년 정진해온 작품세계를 후대가 사랑하고 깊이 간직하는 일이다.

문학이란 한 시대의 화석으로 그 시대를 상징하는 본질적 요소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어 그 시대를 이해하고 평가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된다. 이제 박완서 선생의 작품들을 그 분께서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하고자 했던 한국 현대사의 질곡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온 소시민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국민적 작품으로 사랑하는 것이 절실하다. 선생을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시점에서 그것만이 독자로서의 우리들의 예의임을 알아야할 것이다.

박정근 / 대진대 영문과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이해조문학회 회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1년 0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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