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넉넉함이 자리잡은 10월 어느 날 제14회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축제 참가 및 자매결연 교류사업 추진을 위하여 주민자치위원장님, 동장님을 비롯하여 위원분들과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포천을 향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포천동 이운영 주민자치위원장님이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주셨다. 포천분들은 참 정이 많고 만나면 즐거운 분들이다. 제일 먼저 포천시청을 찾았는데 포천시장님이 위원장님과 동장님께 감사패를 전달해주셨다. 그리고 나서, 어느 작은 마을의 오솔길을 따라 걸어들어가니 정원이 아름다운 포천동 주민자치위원님의 집이 보였다. 여성위원분들이 손수 우리를 위해 점심을 마련해 주셨는데, 생전 처음 먹어보는 능이백숙을 비롯해 차려놓은 음식 하나하나에서 그 정성이 느껴졌다.
너무 맛있고 정겨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향한 곳은 아트밸리이다. 멋지고 큰 규모와 자연 속에서의 울림을 간직한 무대에 한동안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버려지고 쓸모없다 여겨졌던 공간도 어떻게 활용하고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배움과 함께 제주의 공무원으로써 내가 지역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며 일해왔느냐는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트밸리 견학을 마치고 찾은 곳은 승리전망대였다. 승리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땅은 마치 손을 뻗으면 잡힐 것처럼 가까이에 있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우리 아이들이 자라났을때도 우리와 똑같이 분단된 조국에서 살아가고 있을지? 그 아이들이 자라면 분단국가라는 현실조차 잊어버리고 살아가지는 않을지? 그런저런 생각들이 교차하며 한동안 망원경으로 멀리 보이는 갈 수 없는 땅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어 포천동 위원님들과 제주에서 온 우리 일행이 삼삼오오 마주앉아 맛있는 음식만큼이나 맛나는 대화를 하며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는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찾은 곳은 산정호수가 눈 앞에 펼쳐져 빼어난 광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제14회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명성산을 등반하였는데 한 2시간을 올라가다보니 산 중턱에 억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등반 중간중간 나무사이에 펼쳐놓은 멋진 시 한 구절 한 구절도 피로함을 잊게 하는 또 하나의 청량제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1년 후에 도착하는 편지’를 쓰며 “1년 후에가 되면 난 또 한 번 오늘의 포천기행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기억에 남을만한 자그마한 아이디어들이 성공적인 축제를 이끌어내는 밑거름이 되는 것 같다.
명성산에서의 또 하나의 재미거리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젊은 사람들이였다. 아이스크림보다는 ‘아이스깨끼’라는 단어가 더 빨리 떠오르게 하는 아이스크림통, 이곳까지 어떻게 저 무거운 통을 들고왔을까? 젊음이 좋긴 좋구나….
명성산은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축제기간에 찾는다는 얘기를 들으며, 아름다운 제주의 한라산과 억새를 떠올렸다. 지리적 요건만 좀 편리하다면 제주의 천혜자연 환경을 더 많은 사람들께 선보일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져보았다.
잠시 등반의 피로를 푼 다음 축제가 열리는 산정호수가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개막식에 참석하였다. 개막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빈석도 보이지 않았고, 축제를 위해 참여한 관람객들만이 잔디밭에 편안히 앉아 개막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개막식을 지켜보면서 이제 개막식은 딱딱하고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고, 축제에 참여한 관람객들이 즐기는 행사의 일환이 되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하였고, 개막식 후에 선 굵은 목소리의 성악가가 들려주는 클래식은 산정호수와 너무나 어울리며 내 귀를 맑고 청아하게 만들며 그 자리에 머물게 하였다.
매년 전농로에서 펼쳐지는 서사라문화거리축제에도 이런 클래식한 분위기의 작은음악회를 하면 벚꽃과 어우러져 좋은 그림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였다. 포천에서의 마지막날 아침은 제2땅굴, 평화전망대, 월정리역을 관람하였고, 오리고기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김포공항으로 향하였다.
굳이 김포까지 배웅을 하겠다고 먼 길을 마다않고 많은 포천위원님들이 참석해 주셨다. 정말 이제 포천은 제2의 고향처럼 푸근하고 그 곳에 사시는 포천위원님들 또한 이젠 가족처럼, 친지처럼 너무나 정겹다. 공항에서의 이별은 조금만 더 지체하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아쉬움의 시간이었다. 이 분들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정성어린 선물로 우리의 손을 꼭꼭 채워주신 위원님들…. 자매결연이 형식적인 만남이 아닌 친구를, 형제를 얻은 것처럼 끈끈한 정을 간직하고 이어지니 어찌 아니 반가울 수 있을까?
포천에서의 2박3일은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해 준 정겨운 가을여행이었고, 많은 걸 보고 배운 시간이었다. 포천에 오면 늘 느끼는 거지만 이 곳 분들은 모두가 참 유쾌하시고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력을 갖고 계신 듯 하다. 제주에 와서 보니 포천 위원님이 우리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동영상을 메일로 한아름 보내오셨다. 한동안은 내내 포천에서의 추억에 사로잡혀 살았다. 그만큼 포천은 이제 내게 언제라도 찾아가고 싶은 고향같은 곳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