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사자성어를 선정해 왔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교수신문이 신문에 칼럼을 쓰는 교수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후 선정하면서 시작되었는데 그 내용에는 한 해 동안 정치, 경제, 사회의 세태, 풍속과 관련한 표현이 발표된다. 8일 간에 거쳐 전국 한문학을 전공한 관련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10년을 상징적으로 반영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를 꼽았다고 한다.
감출 장, 머리 두, 드러낼 노, 꼬리 미 자로 구성된 장두노미는 중국 원나라의 문인 장가구가 지은 『점강진·번귀거래사』와 왕엽이 지은 『도화녀』라는 문학작품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는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몸통과 꼬리는 숨기지 못해 드러내놓고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인데 어떤 제기된 의혹을 진실은 밝히지 않고 꼭꼭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속으로 감추는 것이 많아서 행여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커다란 등치로 발도 길어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것 같던 타조가 무엇에 놀라 쫓기는 모습을 생각하노라면 문득, 어린 시절 눈이 많이 왔을 때 동네 아이들과 뒷산을 뛰어다니며 꿩잡기를 하던 생각이 떠오른다.
꿩은 등치도 크거니와 특히 수컷은 그 외모가 아름다운 깃털을 가지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탐스러워 잡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빼어난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몹시도 추웠던 겨울날에 아이들의 마음에는 눈이 펑펑 오기를 기다렸고 때마침 눈이 오면, 시골 개구쟁이들은 서너 명씩 한조로 네다섯 팀으로 나뉘어 준비해 놓았던 작대기를 하나씩 들고 꿩을 잡으러 뒷산으로 올라간다.
그 시절에는 눈도 많이 왔지만 이산 저산에 꿩도 많았다. 산에 올라 조금만 지나다 보면 벌써 저쪽에서 꿩이다 하고 작대기를 치는 소리가 들리고 금방 꿩 한마리가 비명을 지르며 푸드덕대고 날아올라 몇 십 미터쯤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앉는다. 눈이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잘 뛰던 꿩은 그 자리에서 멀리가지 못하고 숨어있다.
그럴라치면 일정한 간격으로 나뉘어 작대기를 들고 기다리고 있던 다른 아이들이 또 소리를 지르며 쫓아간다. 그러면 다시 그 꿩은 놀라서 처음보다 가까운 곳에 날아 앉아 숨고, 이렇게 몇 번만 쫓으면 꿩이란 놈은 위로 날아올랐다가 머리를 풀숲에 처박고 몸통은 버둥대며 허우적대고 있다.
그 시절 이렇게 몇 번만 쫓으면 놀라서 머리를 박고 허우적대는 꿩의 모습을 보면서 아니 덩치도 크고 힘도 센 놈이 뭐가 그리 겁이 많아 저렇게 버둥대다니 하는 의구심과 신기함을 느끼며, 그렇게 숨어있는 곳으로 달려가 작대기로 내리치면 꿩은 힘이 빠지게 되고 그럴 때 손으로 쉽게 잡아서 잔뼈를 발리고 만두에 넣어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는 지난해에 수많은 논란과 사건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진실을 감추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상황을 상징적인 표현으로 많은 사람들이 장두노미를 선택했을 것이다.
집을 짓는 데는 그 용도에 맞는 자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여야 튼실한 저택을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일을 추진하거나 사람을 배치하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만약에 꿩을 쫓을 때 달리기를 잘한다고 혼자서만 계속 쫓으려고 한다면 제풀에 지쳐서 포기하게 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모든 일은 역할을 분담하여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힘도 덜 들고 효율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자칫 기둥에 쓸 목재를 서까래로 쓰거나 아무 나무로나 대들보로 올린다면 그 집은 오래지 않아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는 사람이 하는 일에도 다르지 않아 시에서 할 일과, 도에서 할 일, 그리고 나라가할 일을 혼돈하지 말고, 서로 자신의 능력과 역할을 충실히 발휘하여 조화로운 포천의 미래를 설계하기를 바란다.
신묘년(辛卯年) 새해에는 속임수가 없는 정직함으로 견제보다는 화합을, 치우침 보다는 균형을 찾아, 실현이 가능한 일부터 성실히 추진하는 신실한 포천이 되기를 진솔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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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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