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2010년 호랑이해를 보내고 며칠 후면 2011 신묘년 토끼해를 맞이한다. 지난 한해는 호전적인 호랑이 이미지 탓인지 천안함 폭파사건에 이어 연평도 폭격으로 전쟁분위기에 싸인 국민들의 마음은 우울함을 떨칠 수 없었다. 경제적 위기와 권력세습의 위기를 핵무기로 해결하려고 하는 북한은 남한을 대화보다는 위협과 협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호전성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전략도 거칠기 짝이 없다. 폭력에는 폭력으로 제압을 해야 한다는 강경노선 일색이다. 한미연합작전과 전국에 걸친 사격훈련이 장기간 실시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한반도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보다 대화를 통한 평화로운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필자는 새해가 토끼의 해이기에 한반도의 위기의 해법으로 토끼가 “토끼의 간”이란 작품에서 발휘한 지혜가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바다왕국의 용왕이 자신의 병을 치유에 용하다는 토끼의 간을 구해오라고 거북이에게 명령한다. 충성스러운 거북이는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하여 육지로 나와 토끼에게 바다 속을 구경시켜주겠다고 유혹한다. 호기심이 많은 토끼는 거북이를 따라 바다 속으로 따라와 용왕 앞에 선다. 그때서야 용왕이 원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목숨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토끼는 거북이에게 완전히 속고 농락을 당한 것이다. 거북이가 자신의 목숨을 두고 벌인 사기극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토끼는 아마도 분노에 휩싸였을 것이다. 당장에 거북이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울분을 토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그러나 토끼는 오히려 발상의 전환을 하고 극을 완전히 반전시키는 지혜를 발휘하여 독자들을 감탄시키고 만다.
토끼는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 보면서 그들의 약점을 움켜쥐고 논리를 반전시킨다. 용왕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간이기 때문에 그것의 소재에 대한 정보를 지니지 않은 그들을 기만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간은 보름동안은 몸속에 지니고 있지만 보름동안은 밖으로 꺼내 말린다고 설명한다. 마침 지금이 말리는 기간이라서 몸속에 지니지 않고 있다고 속인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죽여도 그들이 원하는 간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대신 육지로 보내주면 용왕의 치유를 위해서 자신의 간을 주겠노라고 약속한다. 토끼의 주장이 그럴듯하기에 용왕은 거북이와 동행하여 토끼의 간을 가져오도록 명령하고 만다. 하지만 정작 육지에 도착하자 토끼는 그의 꾀에 속아 넘어간 거북이를 조롱하고 숲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이 원작의 스토리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원작을 개작한 최신판 스토리이다. 육지에 도착한 토끼가 거북이를 조롱하고 달아나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신의 똥을 간이라고 속여 거북이에게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토끼의 똥이 용왕의 병에 즉효약이 되어 그를 쾌유시키고 거북이는 큰 공로상을 받았다는 해피엔딩의 희극적 결말이다. 물론 개작 작품의 주제의 하나는 병이란 약으로 아니라 마음으로 치유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더 중요한 주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은 용왕의 질병과 자신의 목숨의 위기에서 토끼가 지혜를 발휘하여 평화롭게 대응함으로써 해피엔딩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신묘년 새해를 맞이해서 고루한 설화에 불과한 “토끼의 간”을 꺼내는 자체가 진부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호랑이해의 남북경색 국면을 지속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절묘한 토픽이라고 보고 싶다. 남북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시점을 그저 권력의 유지나 확장에 두어서는 민족의 제단에 큰 죄를 범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여러 매체에서 이미 밝혔듯이 비록 국지전이라도 전쟁이 나는 경우 한반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된다. 설혹 전쟁에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상처뿐인 영광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구의 삼분의 일이상이 모여 사는 수도권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휩싸이리라는 것은 눈에 선한 상황이다.
우리 국민들은 비행기 한 대의 테러로 뉴욕 맨하탄이 완전한 지옥을 연출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일부 극우주의자들은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주장하지만 핵으로 무장하고 있는 그들의 마지막 발악은 수도권을 초토화시키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뻔한 예상이 아닌가.
이제 남북한 당국자들은 토끼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 발자국 물러서서 휴전선으로 갈라진 남한과 북한보다 언젠가 통합될 한반도 전체의 미래를 꿈꾸면서 서로 양보하고 도와주어 함께 윈윈하는 지혜를 보여주기 바란다. 세계의 수많은 민족 중에서 뛰어났다는 한민족이 토끼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새로운 설화에 기록되게 하는 것은 어리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