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는 술을 마신 후 과격한 행동이나 폭력을 사용하고도 술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너무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합니다. 이러한 음주 문화의 특성으로 인해 가정폭력이 술로 인한 실수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술로 인해 발생한 실수나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관대한 입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술은 이성적인 생각을 마비시키고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강하게 하는 성질이 있는 물질이므로 술을 마신 후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는 음주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우리 사회의 정서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에는, 첫째, 술은 인지능력을 저하시킵니다. 즉 술은 주변상황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감소시킴으로 폭력을 사용하게끔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가해자는 인지능력이 감소되어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왜곡해서 받아들이기가 쉽습니다.
둘째, 술은 공격성을 증가시킵니다. 술을 마시면 공격성과 관련된 뇌구조에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가정폭력을 사용할 위험성이 그만큼 증가합니다. 알코올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라토닌을 분비시켜 사람에 대한 공격적인 반응을 쉽게 하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셋째, 술은 상대방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가정폭력과 술을 마신다는 것은 상대방을 통제함으로써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동기를 가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가해자들은 때로는 배우자를 통제하기 위하여 술을 마심으로써 폭력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넷째, 술 문제와 가정폭력은 세대를 통해 전수됩니다. 가정폭력과 술 문제는 가정 내에서 관찰과 학습과정을 거쳐 세대를 이어 전수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의 알코올 중독과 가정폭력은 자녀들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자녀들은 성장하여 알코올 중독자가 되거나 알코올 중독자의 배우자가 될 수 있으며 가정폭력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정폭력의 무서움은 더 이상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