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교정을 들어서는 입구는 참 예쁜 은행나무 길이다. 그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던 환상적인 가을 날, 10년 전 만났던,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몇몇 동기들과 점심을 먹고 들어오면서 그 길을 드라이브 했다. 학부시절, 학교를 바쁘게 다닐 때는 그렇게 예쁘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10년 사이 그 나무들도 성장했고, 나무를, 계절이 변하는 자연을 보는 내 마음의 눈도 더 밝아진 게 아닌가 싶다.
은행나무는 은행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이다. 전 세계적으로 은행나무과에는 오직 은행나무 1속, 1종만 있을 뿐으로 가까운 가족, 친적 하나 없는 외로운 나무이다. 은행나무라는 이름은 흰 빛이 나는 살구나무 열매를 닮은 나무라고 하여, 한자로 은 銀, 살구나무 杏자를 써서 붙여진 것이다. 서양에서도 이 뜻을 그대로 인용하여 ‘은빛살구(Silver apricot)’라고 부르기도 하고 금발인 ‘처녀의 머리(Maiden hair tree)’ 라고도 한다. 자생지인 중국에서는 잎이 오리발을 닮아 ‘압각수(鴨脚樹)’, 또는 열매를 손자대에 가서야 얻는다고 하여 ‘공손수(公孫樹)’라고도 부른다 한다.
은행나무는 화석식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지구상에 살아남아있는 식물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식물의 하나로 함께 살던 많은 나무들이 화석으로 발견되고 있다. 지질학상으로 보면 고생대부터 생육하고 있었으며 쥬라기에서 전성기를 이루다가 빙하시대에 비교적 따뜻한 중국에 자리 잡았다가, 이제 우리나라에서 은행나무 전성기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아 도입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불교나 유교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중 가장 많은 것이 은행나무인데 무려 19건이나 되며, 노거수로 보호받고 있는 것도 813그루에 달한다. 오래도록 우리나라에 터잡은 나무인지라 나이가 지긋한 은행나무마다 사연, 전설도 많이 전해 내려온다.
은행나무의 잎은 부채모양으로 그 맥이 가지런하게, 나란히 나있다. 이러한 맥들은 은행나무의 잎모양을 지탱하고 수분과 양분의 통로역할을 한다. 잎은 한방에서 고혈압, 파킨슨병, 당뇨병, 수렴약 등으로 처방해왔으며, 민간에서는 위경련과 진해제로 사용해왔다. 또 은행나무의 잎에서 징코민이라는 독특한 성분을 추출하여 인기가 좋다. 성인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이 성분은 우리나라에서 자란 나무의 잎이 약효가 더 좋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로써 우리가 먹는 ‘은행’은 암나무에서만 열린다. 하지만 이 암나무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서 가로수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 냄새는 외종피에서 나는 것으로 빌로볼과 은행산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벗겨내면 딱딱한 하얀 껍질이 나오고 그것을 까면 얇은 막이 있고 그 안의 배유를 먹는 것이다. 이것은 한방에서 ‘백과’라 하여 기침, 천식, 빈뇨, 임질등 비뇨기 질환, 강장, 폐결핵, 종기 등에 처방한다. 민간에서는 두부나 젖을 먹고 체했을 때, 백일해, 어린아이의 야뇨증 등에 처방하였으나 이 은행나무에도 유독 성분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여러 전통 음식에 들어가며 그냥 볶아 먹어도 맛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가 있어 우리나라의 가을이 더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