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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눈 온 날의 단상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11월 29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올 겨울 들어 눈이 처음으로 제법 내렸다. 눈이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당장 출근할 일이 걱정스러운데도 산뜻한 기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첫눈이 오면 우리는 잊었던 사춘기 시절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젖어들곤 한다.

비록 잠시일지라도 온 세상을 순결한 하얀 색으로 칠해서 우리에게 피안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물해주는 첫눈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동심의 세계이기도 하고, 온통 사랑의 열정에 빠진 낭만적 향수이기도 하다. 물론 햇살이 따뜻해져 눈이 녹은 질척거리는 길거리가 귀찮은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주 북한군에 의한 연평도 폭격에 의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합동작전에 대한 보복이라고는 하지만 민간인에게까지 무차별 폭격을 가한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연자실하고 있다. 마치 사랑해야 하고 사랑하고 싶은 첫사랑의 애인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할퀴려고 덤비는 꼴이다. 남북한이 함께 협력해도 세계 경쟁의 파고를 이겨나갈지 모르는 판국에 같은 민족공동체요, 같은 형제자매요, 첫사랑 애인이어야 할 동반자가 총칼을 겨누고 폭탄을 쏘아대니 남아있는 정마저 달아나버린 상황인 것이다.

지금 서해에는 한미 연합훈련을 하기 위해서 미 해군의 조지 워싱톤호와 한국의 세종대왕호가 함께 북한의 가상의 적을 상대로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여차하면 북한의 심장부를 날려버릴 수 있는 기세이다. 이쯤 되면 볼 장 다본 남녀가 남은 애정은 고사하고 서로를 불신하고 살상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수준으로 치닫는 꼴이다.

한민족의 관점에서 본다면 참으로 한심한 상황이다. 남녀가 서로 결별하더라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으니 ‘미워도 다시 한 번’ 정도는 되어야할 것이 아닌가. 지난 정권에서 진행되었던 밀월의 관계들이 모두 헛된 꿈이었단 말인가.

남북한의 긴장상태가 최고조로 달한 이 시점에서 무슨 감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전쟁이라도 불사할 듯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흘러간 옛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볼지 모르지만 이럴수록 막가파식의 해결은 금물이다. 이혼 직전의 부부가 전쟁이라는 도장을 찍기 전에 서로 좋았던 시절을 되돌아보는 것도 위기를 벗어나는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

필자가 눈 온 날 아침 평소에 느끼는 낭만적인 감정을 운운하는 것은 우리 민족이 당면한 위기를 몰라서가 아니다. 북한군의 민간인 폭격 같은 망나니 같은 행위를 무조건 포용하자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미래의 통일을 꿈꾸는 남북한 민중들마저 자칫 그 옛날부터 품고 있었던 민족애라는 첫사랑의 향수마저 저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은 미국이나 중국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남북한은 미국과 중국에 의존해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도피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면 돌파가 될 수 없다. 이혼을 하던 재결합을 하던 당사자가 만나서 차근차근 오해도 풀고 사과도 주고받아야 한다. 필자는 남북한 모두 한 민족으로서 사랑을 하자고 맹세하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는 소망에서 “첫 눈 오는 날”이라는 자작시를 적어본다.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가 약속 하였던가

첫눈 오는 날
둘이서 손잡고
아무 말 없이
하염없이 하염없이
하얀 눈길 걷자고

쏟아지는 눈이
두 어깨에 쌓여
하얀 눈사람이 되어 가면
온 몸으로 온 몸으로
하얀 눈 한 없이 껴안고
사랑을 속삭이자고

두 손 걸고
굳게 맹세 하였건만
하얀 눈이 시기하였던가
눈처럼 하이얀
순결한 우리 사랑을

지난 밤
소리 없이 쌓였다가
메마른 세상에
하얀 눈물만
질펀하게 쏟아놓고
말없이 떠나버린
첫눈이여

박정근 /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이해조문학회 회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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