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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조문학 공모] 소설 학생 최우수作 - 천장에 붙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11월 24일
 
↑↑ 고양예고 2학년 이채리
ⓒ (주)포천신문사 
“엄마, 동수가 천장에 붙었대.”

나는 엄마에게 말을 건네요. 엄마는 응?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떠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나에게 물어요. 하지만 나는 다른 말은 못해요. 왜냐하면 들은 게 그거거든요. 엄마는 한 번 묻더니 아무런 말도 안 해요. 엄마가 화날 때 짓는 표정을 지어요. 나는 엄마가 화났나 해서 왜 그러냐고 물어요. 엄마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이따 밥 먹을 때 부르면 오래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바로 오늘 일이에요.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유치원에 갔어요. 유치원 아이들도, 유치원의 모습도 다 그대로였어요. 아 맞다, 오늘 동수가 안 왔어요. 그것 말고는 다른 게 없었어요.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오늘따라 선생님이 이상한 거 있죠? 선생님은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있거나 책상에 엎드려 있었어요. 나는 선생님한테 가서 팔을 꾹꾹 찌르며 물어봤어요.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선생님은 몸을 일으켜 나를 봤어요. 선생님 머리가 너무 헝클어져 있어서 손을 뻗어 넘겨주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내 손을 꼭 잡았어요. 아냐, 괜찮아. 선생님 안 아파. 선생님은 정말 이상했어요. 나를 계속 뚫어져라 봤거든요. 평소에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는 이상한 사람이 있으면 도망가라고 일러주던 선생님이 그 이상한 사람이 되었어요. 나는 선생님한테 왜 그러세요? 얼굴에 뭐 묻었어요? 하고 물어봤어요. 선생님은 아무런 말도 안 하고 내 손을 놔주었어요. 그러더니 웃어줬어요. 선생님 정말 괜찮아, 가서 놀아. 얼굴에 뭐 안 묻었어. 선생님은 평소처럼 말했어요. 나는 말을 잘 듣는 착한 애라서 선생님 말을 듣고 가서 친구들과 놀았어요. 이따금 지루해지면 바느질 놀이 하는 곳에 가서 종이에 그려진 점선을 따라 바느질을 했어요. 선생님은 가끔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어요. 그러다 집에 갈 시간이 거의 다 됐어요. 나는 화장실에 가려고 복도로 나왔다가 선생님이 누군가와 전화하는 것을 봤어요. 선생님이 전화를 끊으면 깜짝 놀래켜서 장난 칠 마음으로 몰래 숨어서 선생님을 지켜봤어요. 그런데 갑자기 선생님이 동수 얘기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동수가요, 천장에서 바로 붙었다고요. 네, 어머님 너무 걱정 마세요. 괜찮아요. 동수는 꼭 천장에 갈 거예요. 선생님은 이상한 말을 했어요. 동수가 천장에 붙었다니? 그래서 오지 못 하는 걸까요? 아닌데. 어제만 해도 동수는 나랑 하루 종일 같이 놀았어요. 만날 내 머리를 잡아당기며 심술궂게 구는 동수지만 같이 놀면 꽤 재밌거든요. 어제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같이 놀다가……. 어라, 어떻게 헤어졌었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동수랑 어제 분명히 같이 놀았는데. 그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나요. 동수는 진짜로 천장에 붙어버린 걸까요? 그럼 너무 슬퍼요. 어떻게 헤어진 지도 모르는데, 동수가 천장에 붙어 영영 유치원에 오지 못 하면 어떡해요. 아, 아니다. 그래도 어제는 동수가 나한테 머리 잡아당겨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어요. 나한테 너 좋다고도 얘기했는걸요. 맞아, 그래서 동수랑 나랑 짝꿍하기로 했어요. 동수는 내 남자친구가 됐어요. 그래서 어제 참 재미있었는데. 동수랑 손 꼭 잡고 소꿉놀이도 했거든요. 근데, 왜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요?

앗, 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할 시간이에요. 나는 얼른 거실로 달려가 TV를 틀어요. 오늘도 지구를 지키는 라라공주가 나와요. 라라공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웅이에요. 길고 곱실거리는 금발머리에 반짝거리는 눈을 가지고 있어 참 예뻐요. 라라공주는 평소에는 얌전한 공주님이에요. 새침하기 그지없고, 누구를 만나도 참 얌전하게 행동해요. 그런 라라공주가 변신만 하면 용감한 영웅이 돼요. 라라공주는 오늘도 자기보다 훨씬 커다란 괴물과 싸워 이겨요. 모두들 그 영웅을 나나라고 불러요. 아무도 나나가 라라공주인 줄 몰라요. 나나는 라라공주와 전혀 달라요. 머리도 갈색의 생머리로 바뀌는 걸요. 참, 라라공주에겐 정혼자도 있어요. 어른들 앞에선 의젓하고 멋진 왕자님인데 라라공주 앞에만 서면 장난꾸러기로 변해요. 이름은 윌리엄이에요. 윌리엄은 꼭 동수 같아요. 동수는 평소 친구들한테도 잘 해주고, 선생님한테도 칭찬을 많이 받는데 나한테만 못되게 굴거든요. 그래서 나는 동수가 싫어요. 아, 아니다. 안 싫어요. 동수는 내 남자친구니까. 좋아요.

엄마가 나를 불러요. 잠깐만. 나는 라라공주가 대마왕과 싸우는 장면을 보고 가슴을 졸이며 대답해요. 엄마는 계속 나를 불러요. 라라공주가 대마왕을 물리쳤어요. 나는 박수를 막 쳐요. 이번엔 라라공주가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엄마가 화난 목소리로 나를 불러요. 이크, 이번엔 정말 혼나겠어요. 나는 엄마에게로 달려가요. 엄마는 밥 먹으라며 밥그릇을 내 앞에 밀어줘요. 나는 수저를 들어요. 수저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손에 잘 잡히지 않아요. 수저를 꼭 잡고 겨우겨우 밥을 떠요. 자꾸 밥풀이 여기저기 묻어요. 엄마는 그럴 때마다 밥풀을 떼어주며 왜, 간식으로 먹게? 하고 말해요. 나는 흐흐흐 소리를 내며 웃어요. 그런데 아까 동수 얘기는 뭐니? 엄마가 물어요. 나는 몰라, 선생님이 천장에 붙었다고 했어. 라고 대답해요. 정말 그런걸요. 밥을 다 먹었어요. 엄마가 나보고 양치질하고 책을 읽으래요. 나는 양치질을 하고 나와 방으로 들어가 라라공주 인형을 집어 들어요. 라라공주는 나나로 변신된 상태에요. 나나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려요. 나는 나나의 머리를 빗어주며 말을 걸어요. 나나는 내 소원을 들어주기도 했거든요. 저번에 유치원 급식에 시금치 좀 그만 나오게 해달라고 했더니 정말 들어줬어요. 라라공주님, 내일은 동수가 오게 해주세요. 사실 오늘 너무 심심했어요. 엄마가 방으로 오는 소리가 들려요.

오늘도 유치원에 동수가 오지 않았어요. 선생님께 왜 동수가 오지 않았냐고 물어요. 선생님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고민해요. 그러더니 이따가 말해주겠다고 해요.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후 친구들과 놀아요. 매일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던 동수가 없어서 허전해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선생님이 영화를 보여준대요. 오늘 볼 영화는 쥐라기 공원이에요. 공룡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머리가 아파요. 재미가 하나도 없어요. 저것보다 평소에 동수랑 가지고 놀던 익룡 모형이 훨씬 멋진 것 같아요. 나는 잠깐 잠을 자요. 한참 뒤, 영화가 끝났는지 선생님이 박수를 치며 아이들을 불러 모아요. 선생님이 동수에 대해 해 줄 말이 있대요. 아이들은 모두 귀를 쫑긋 세워요. 나는 얼른 잠에서 깨어나 선생님 가까이로 다가가요. 선생님이 말했어요. 동수가 다시는 유치원에 오지 않을 거래요. 왜요? 나는 큰 소리로 물어요. 동수가 아주 먼 곳에 갔어요. 거기서 더 좋은 유치원에 다닌대요. 선생님은 활짝 웃으며 말해요. 아이들은 동수가 나쁘다고 욕해요. 나도 같이 욕해요. 나쁜 동수, 아무 말도 없이 가버리다니.
생각해보니까 뭔가 이상해요. 선생님은 그 때 동수가 천장에 붙었다고 했단 말예요. 그래서 나는 유치원이 끝나고 선생님한테 가서 따지기로 결심했어요.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가고, 선생님은 유치원 한 가운데에 있는 의자에 앉아 엎드렸어요. 나는 선생님에게 다가갔어요. 선생님, 선생님. 나는 선생님을 흔들어 깨웠어요. 선생님은 깜짝 놀라 일어났어요. 선생님, 동수 얘기 거짓말이죠? 선생님이 당황해요. 역시 거짓말이었나 봐요. 나는 인상을 한가득 찌푸리고 선생님을 째려봐요. 선생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해요. 선생님, 그 때 누구랑 통화하는 거 다 들었어요. 동수 어쩌고 하는 거! 선생님이 말을 더듬어요. 어, 그, 그게. 동수가 천장에 붙었다면서요? 나는 선생님이 변명할 틈을 주지 않고 막 쏘아붙여요. 선생님이 그 상태로 굳어요. 역시, 동수는 천장에 붙은 거였어요. 어쩐지 눈물이 나요. 불쌍한 동수. 천장에 매달려 있으려면 힘들 텐데.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물어요. 그 때 그랬잖아요. 동수가 천장에서 바로 붙어버렸다고, 동수는 꼭 천장에 갔을 거라고! 선생님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뭔가 생각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려요.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 웃어요. 그렇게 웃긴가? 선생님이 얄미워요. 거짓말하고, 내 말에 웃기까지 하다니. 화가 나요. 나는 왜 웃어요? 하고 선생님한테 막 화를 내요. 선생님은 웃는 것을 멈추고 나를 똑바로 봐요. 미안해, 거짓말해서. 동수는 천장에 붙었대. 그래서 여기 오기 힘든 거야. 이건 비밀이야. 절대로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그럼 동수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게 더 힘들어져. 나는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고개를 묵묵히 끄덕여요. 그럼 동수가 천장에서 떨어지면 돌아오는 거예요? 선생님은 그건 잘 모르겠다, 떨어진 후에도 치료를 해야 할 거야. 하고 심각하게 말해요. 나는 오늘부터 나나를 껴안고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안 와요. 아빠도 안 와요. 그래서 거실에 혼자 앉아서 막 울었어요. 그 때 아빠가 들어오더니 나를 안아줘요. 엄마 어디에 있냐고 물어요. 아빠가 엄마가 다쳤대요. 크게 데였대요. 덴 게 뭔지는 나도 잘 몰라요. 근데 내가 전에 엄마가 만든 뜨거운 설탕과자를 팔에 엎어서 두드러기가 한가득 났을 때랑 비슷한 거래요. 다만 엄마는 그게 좀 심하대요. 나한테 맛난 카레를 해주려다 그걸 엎어버렸대요. 그래서 팔을 홀라당 데였대요. 엄마 팔도 라라공주에 나오는 대마왕처럼 끔찍하게 변한 건 아니겠죠? 대마왕은 죽은 후 불에 들어갔다 나와서 끔찍한 모습으로 부활했거든요. 나는 걱정이 됐어요. 다행히 아빠는 아니라고 했어요. 아직 엄마를 만나지는 못했어요. 아빠가 엄마는 조금 있다가 올 거라면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엄마는 지금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해서 나를 만나면 안 된다고. 아빠 외엔 아무도 못 만난다고 했어요. 절대 안정이 뭔지는 몰라요. 그래도 중요한 것 같아서 나는 아빠의 말을 듣기로 했어요. 서른 밤 정도 자면 올 거라고. 아빠는 그 다음부터 부엌에 잘 가지 않아요. 나보고도 절대 가지 말라고 했어요. 두드러기 났을 때도 엄청 아팠는데, 엄마는 얼마나 아플까요.
나는 엄마를 기다리며 동화책을 계속 읽었어요. 엄마는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다른 책은 잘 이해가 안 돼서 5권만 번갈아가면서 계속 읽었어요. 엄마한테 외워서 들려줘야겠어요. 엄마는 아프니까, 내가 엄마를 만나면 돌봐줘야 해요.

아직도 서른 밤이 안 지났대요. 서른 밤은 무슨, 백 밤도 더 지난 것 같은데. 코가 아파요. 눈도 아파요. 나는 엉엉, 하고 큰 소리로 울어요. 엄마가 안 와요. 아빠는 만날 엄마만 보러 가요. 나는 혼자 집에 앉아 있어요. 라라공주도 없는데. 나는 나나를 껴안아요. 근데 나나는 너무 작아요. 그리고 움직이지도 않아요. 대마왕을 무찔러주지도 않아요. 저번에 기도했을 때, 유치원 급식에서 시금치를 없애준 것처럼 동수나 엄마를 데려오지 못 하는 거야. 나는 나나를 바닥에 던지며 신경질을 부려요. 나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요.
유치원에 가요. 아빠는 회사 가는 길에 나를 유치원에 데려다 줘요. 그래서 나는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 중 가장 빨리 가요. 유치원에 도착하면 선생님이 나를 반겨줘요. 그런데 사실 선생님이랑 노는 건 재미없어요. 선생님은 라라공주도 잘 모르고, 재미있게 놀지도 못해요. 그냥 항상 웃고만 있어요. 엄마처럼 내 밥풀을 떼 주지도, 동수처럼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지도 못해요. 다들 어디로 간 거야. 아무도 없어요. 나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울음을 터뜨려요.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요.

내가 너무 울어서, 아빠는 회사에서 달려왔어요. 아빠는 선생님한테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나를 데리고 나가요. 나는 아빠의 다리에 딱 달라붙어요. 아빠는 걸음이 느린 나를 번쩍 안아들고 왜 울었냐고 물어봐요. 아무도 없어서. 동수도, 엄마도 아무도 없어서. 아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요. 나는 아빠의 품으로 파고들어요. 아빠한텐 오랜만에 안겨보는 거예요. 아빠는 내 등을 다독여요. 엄마에게 데려가주겠대요. 진짜? 나는 소리를 질러요. 아빠는 엄마가 이제 좀 괜찮아졌다고 해요. 다행이다. 나나가 내 소원을 들어줬나 봐요. 오늘 가서, 던져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겠어요.

깜빡 잠들었어요. 깨어나니까 병원이었어요. 병원이 너무 컸어요. 우리 집 뒤에 있는 행복 소아과는 작은데. 여기 병원은 대체 몇 층인지 모르겠어요. 아빠는 나를 차에서 내려 꼭 안아들고 올라가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요. 엘리베이터는 발사되는 것처럼 쭉 올라가요. 그리고 7층에 멈췄어요. 아빠는 꼬불꼬불한 복도를 지나 잘도 찾아가요. 그리고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어요. 사람이 많아요. 둘러보는데, 엄마랑 똑같은 등이 보여요. 나는 아빠에게 내려달라고 해요. 아빠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내가 발로 차면서 떼를 썼어요. 나는 아빠가 내려주자마자 엄마에게 달려가요. 그리고 침대에 매달려서 엄마를 불러요. 엄마는 일어나 나를 봐요. 나는 막 울어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막 울어요. 그런데, 엄마가 이상해요. 얼굴이랑 팔에 새하얀 휴지 같은 걸 칭칭 감고 있어요. 엄마의 얼굴이 반쪽밖에 안 보여요. 나는 엄마 팔에 매달리며 나 왔다고 해요. 엄마는 아무 말도 않고 나를 보다 아빠를 쳐다봐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어쩔 수 없었어. 오늘 유치원에서 하루 종일 울었다고. 엄마는 한숨을 푹 쉬더니 다시 나를 내려다봐요. 그러더니 왼쪽 팔을 들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요. 나는 침대 위로 올라가서 엄마의 앞에 앉아요. 엄마의 얼굴을 더 잘 보고 싶어요. 엄마 얼굴 왜 안 보여? 보고 싶어. 엄마는 나를 꼭 안아서 무릎에 앉혀요. 나는 엄마의 얼굴에 쓰인 것을 벗겨내려고 손을 뻗어요. 엄마가 입을 열어요. 엄마의 목소리랑 조금 다른 목소리가 나와요. 여보, 데려가요. 나는 엄마의 품으로 파고들어요. 아빠가 침대에 다가와서 날 엄마한테서 떼어 내요. 나는 엄마를 꼭 붙잡지만, 아빠는 힘이 너무 세요. 아빠가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날 데리고 나가요. 왜 나가는 거죠? 아빠에게 떼를 써요. 엄마랑 있을 거라고. 왜 데려 가냐고 떼를 쓰고 화를 내요. 아빠는 무시하고 나를 꼭 껴안고 병원 밖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차를 타러 가요. 횡단보도를 건너고 유료주차장이라고 쓰여 있는 곳으로 가요. 아빠가 차를 여느라 정신이 없을 때 나는 도망쳐요. 횡단보도에 도착했을 때, 아빠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신호는 빨간 색이에요. 괜찮아요. 차가 얼마 없으니까 괜찮아요. 엄마를 보려면 내가 뛰어야 해요. 아빠한테 잡히면 엄마를 또 못 봐요. 나는 무작정 뛰어서 건너요. 그런데 저 멀리서 어떤 차가 빵빵, 하고 소리를 내요. 나는 차를 봐요. 차는 나한테로 다가와요.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요.


저기, 자그마한 아이 둘이 사람이 별로 없는 횡단보도에 선 모습이 보인다. 여자아이가 됐다고, 어서 가라고 남자아이를 떠민다. 남자아이는 그럼, 내가 저기 중간까지만 같이 갈게. 하고 의젓하게 말한다. 아이들은 손을 꼭 잡고 횡단보도를 걷는다. 신호등의 파란 불 아래 쓰인 숫자가 줄어든다. 10, 9……. 멀리서 SUV차량이 달려온다. 운전자는 조그만 아이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아이들은 천천히 걷는다. 두 아이는 동시에 중앙선 부근에서 멈춰 선다. 6, 5…….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게 손을 흔들고 마저 건넌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가 건너가는 것을 지켜보다 뒤돌아 원래 건너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3, 2……. 운전자는 횡단보도와 도로에 아무도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점점 더 속력을 높인다. 60, 65, 70, 80……. 여자아이는 거의 다 건넜다. 남자아이는 아직 횡단보도 중간쯤에 서있다. 1. 운전자는 뒤늦게 남자아이를 발견해 브레이크를 밟는다. 남자아이는 다시 한 번 여자아이를 돌아보고 인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남자아이가 차에 치여 도로 위로 붕 뜬다.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보고 멍하니 서 있다가 동수, 난다. 하고 말한다.

한참 뒤, 여자아이는 어머니에게 안겨 있다. 여자아이는 의식이 없어 보인다. 남자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도로에 서있다. 경찰관은 무전기에다 대고 무심히 말한다. 네, 현장에서 바로 죽었습니다. 여자아이의 어머니는 여자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동수는 꼭 천당 갈 거예요. 라고 말을 건넨다. 여자는 힘없이 고개를 돌리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여자아이의 어머니는 비명을 지른다. 앰뷸런스의 사이렌소리가 울린다. 모든 상황이 정리 되고, 다음 날. 여자아이가 깨어난다. 여자아이는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어머니는 여자아이가 멀쩡한 것을 확인하고 유치원에 보낸다. 유치원에 다녀온 여자아이는 어머니에게 동수가 천장에 붙었대. 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현장에서 죽었다는 경찰관의 말과, 천당에 갈 거라는 자신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또 저기, 그 여자아이가 횡단보도 앞에 홀로 선 것이 보인다. 아이는 어딘가 모르게 초조해 보인다. 뒤에서는 웬 남자가 달려온다. 아직 빨간 불이다. 멀리서 중형 세단이 달려온다. 여자아이는 남자를 보고 주변을 둘러본다. 차는 멀리 있기 때문에 여자아이의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차는 점점 속력을 높여간다. 80, 85, 90……. 남자는 점점 아이에게 다가온다. 아이는 횡단보도를 달려 건넌다. 속력을 빨리한 차가 순식간에 횡단보도 근처를 달리고 있다. 아이가 횡단보도 끝자락에 다다랐을 쯤, 차의 운전자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다. 아이는 아, 하는 외마디 소리를 낸다.
한참 뒤, 여자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도로에 서있다. 경찰관은 무전기에다 대고 무심히 말한다. 네, 현장에서 바로 죽었습니다. 어머니는 힘없이 고개를 돌리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앰뷸런스의 사이렌소리가 울린다. 깨어난 어머니는 몸을 일으킨다. 어머니는 멍한 표정을 짓는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어깨를 다독인다. 어머니는 말한다. 우리 아가, 천장에 붙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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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너 지금 목소리가 덜덜 떨린다. 제 수상소식을 전할 때 지인의 말이었습니다. 그만큼 너무 놀랐고 기뻤습니다. 이 수상이 오랫동안 정말 꾹 참고서 문학을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대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여기며 감사히 생각합니다. 매일, 매 시간마다 제 부족함을 깨닫고 있습니다. 이 글, ‘천장에 붙었다’는 제 어릴 적 경험에서 발상한 것입니다.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릴 적 유치원에 다녀온 제가 어머니께 가서 친구가 천장에 붙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고. 정말 사소한 계기, 경험 하나하나에서 발상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글을 쓰며 셀 수 없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글은 참 제게 고마운 존재입니다. 글로써 제 깊숙이 있던 아픔도 가만히 꺼내볼 수 있었고, 글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많이 만났습니다. 즐거움을 알았고, 저를 다지고 깎아내고 인내하는 법을 알았습니다. 이렇게도 부족한 작품에 상을 주신 이해조 문학공모전에 감사드립니다.

이채리 / 고양예고 2학년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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