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은 G20 정상회의로 분주하다. 유명한 세계의 정상들이 대거 서울로 몰려들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국격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등의 자화자찬격의 수식어가 신문과 방송 스크린을 메우기 시작했다. 우리 역사상 이렇게 강국들의 정상들이 모인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필자의 뇌리를 스치는 것은 과연 국격이란 것이 타인의 힘으로 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남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우리를 널리 알리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우리의 가치가 저절로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고 본다. 역시 국격이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어떤 문화를 향유하고 공유하고 있는가에 달려있으며 그 가치를 남들이 존중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성립된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국가적으로 잔치 분위기가 한창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청목회의 로비사건이 불거졌다. 검찰이 십수명의 의원 사무실을 급습하여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다. 청목회라는 조직의 청원경찰들이 자신들의 정년연장 등의 이익을 위해서 관련된 의원들에게 소액 후원금을 낸 것이 순수한 정치 후원금으로 보기 어렵고 대가성의 불법적 로비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때가 때니 만큼 국가적인 대사를 초당적으로 치루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을 터인데 엄청난 비리사건인양 국회 안에 있는 의원사무실을 압수수색함으로써 검찰의 국회탄압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민들은 왜 그렇게 급하게 서둘러 평지풍파를 만들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문제가 있을 때 정부와 국회가 합리적인 대화와 협상의 유연성을 도출하는 것이 오히려 국격의 판단 근거가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에 관련된 대포폰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것에 대한 재수사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국무총리실의 하드 디스크가 망가질 때까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검찰이 국회의원에 대한 후원 자료가 모두 제출되었는데도 이렇게 강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대포폰 수사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는 야당의 입을 막으려는 저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런 검찰의 태도에 대해 “대포폰으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드러난 이상 검찰은 마땅히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 후원금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한 검찰이 왜 청와대 관련 사건에는 맥을 못 추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하면셔 “약한 권력에는 강하고 강한 권력에는 약한 것이 검찰이냐”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더 나아가서 국회가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이귀남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정부 인사는 이번 압수 수색이 검찰의 독자적인 판단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는 청와대나 국무총리하고도 사전조율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민간인 사찰의 배후로 알려진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 대한 수사재개에 대해서 재수사 의지가 없음을 밝혔다. 법무장관이나 검찰은 공정사회를 운운하며 국회의원에 대한 로비사건에 대해 정치적인 배려가 없음을 고집하면서 민간인 사찰이라는 만인권적 행위에 대해서는 왜 눈을 감으려고 하는가 묻고 않을 수 없다. 공정이란 남의 문제에 대해서 가하려는 비판이나 법적 책임을 자신에게도 적용하려고 할 때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로비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국회의원에 대한 소액 후원제도에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정치 자금 없이도 정치를 할 수 있는 풍토를 정부와 국민이 조성하고 있는 지를 먼저 검토해보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당선되기 위해서는 수십억의 돈이 들어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선거가 없는 해는 1억 5천만원까지,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까지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정해놓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연말에 연말소득공제를 이용해서 10만원 미만의 정치 후원금을 부탁하는 방식으로 재정적 문제를 풀고자 한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수사가 소액 후원에도 수사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후원 분위기를 얼어붙게 하고 소액후원제도를 불가능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아야 한다.
청목회 로비사건에 비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G20 정상회의에 초당적 대처를 하여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이끌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할 책임이 청와대나 검찰에게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떡값 사건은 확실한 진상조사와 함께 법적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검찰이 과연 공정할 수 있는가를 국민들은 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도 청목회 로비사건에 꺼냈다는 공정의 잣대를 자신들에게도 적용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