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각광받는 문학 기법 중에 스토리텔링이란 것이 있다. 쉽게 말하면 이야기 만들기라 할 수 있는 것인데 이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 만들기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가만히 따져 보니 세상만사가 모두 이야기라는 데서 그 연유가 비롯하게 되었다.
실상 따져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은 이야기에 얽혀 있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성경의 천지창조설에서부터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한 내력 등의 거대한 이야기들은 물론이고,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게 된 내력도 이야기요, 그리하여 내가 태어난 사연도 이야기이다.
비단 사람들과 관련된 것만이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꽃과 나무 등의 온갖 다른 생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수선화는 자기도취에 빠져 물가에서 굶어죽은 나르시스가 있던 자리에 피어난 꽃이다. 너도밤나무는 울릉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던 당시 산신령이 사람들에게 밤나무 100그루를 심지 않으면 벌을 준다하였는데 99그루만 심어 산신령에게 화를 당하게 된 무렵 어떤 나무가 나도 밤나무요 하고 나서서 마을 사람들을 구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산신령이 ‘너도 밤나무라고?’해서 너도밤나무가 되었다는 것인데 이처럼 우리 주변은 이야기 거리로 무성하다. 이 이야기를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하면 서사(敍事)라 하거니와 요즘의 서사학은 신화나 전설 혹은 소설에서부터 일상의 모든 작고 큰 사물, 사건들로 확산되고 있는 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상품들에 이야기를 붙이는 것이다. 가령 어느 지역의 한우가 유명하다 하면 이것에도 스토리를 붙여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식이다. 이런 식의 홍보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재미를 갖게 하고 뚜렷한 인상과 기억을 남긴다. 가령 이 한우는 조선 시대 어느 임금님이 여기 와서 맛을 보시곤 그 맛을 잊지 못하여 몸살이 났는데 어찌어찌 다시 구하고 난 이후는 어전에서 구하는 지역특산이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요즘은 대기업들도 자기들의 상품에 스토리를 붙이려 하고 TV에 홍보하는 여러 상품들에도 알게 모르게 스토리들이 붙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 포천의 경우는 이 지역의 성격, 특산, 문화 등에 어떠한 스토리가 있는지 아직 과문한 탓에 잘 알지를 못하겠다. 우선 포천 지역의 특산이라면 이동갈비, 포천막걸리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동갈비는 요즘 수도권 일대에 웬만큼 퍼져 포천의 명산이라 할 만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지 다소 의문스럽다.
포천막걸리는 요즘 막걸리 열풍 탓에 전국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막걸리 시장에서 오랫동안 막걸리를 생산해 온 대기업들이 내놓는 막걸리에 비해 얼마만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이동갈비나 포천막걸리에 따르는 스토리가 없는 것이다. 이들 상품이 부각되려면 포천의 성격이나 특장이 우선 선명하게 확정되어야 한다.
포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공기 좋고 물 맑은 곳? 그럴 법하다. 이름에서부터 포천은 천(川)을 품고 있다(抱). 포천의 옛지명인 마홀도 원래는 ‘물골’이라는 의미였다고 하니 예로부터 포천은 물이 좋은 지역으로 이름이 났던 것을 짐작케 한다. 고려 시대에는 성종이 청화(凊化)라는 별호를 포천에 부여했다 하니 이 또한 포천의 자연 환경을 높이 평가한 데서 유래한 것일 터이다. 지금도 포천에는 산정호수와 명성산이 있어 수도권 주민들의 나들이터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은가?
포천의 도시브랜드로 시는 ‘무궁무진’을 설정하고 있다. 포천이 무한한 잠재력과 꿈을 가진 도시라는 의미에서 이러한 브랜드네이밍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포천의 좋은 자연환경도 부각시키려는 의미도 있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브랜드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의미부여가 가능한 만큼 그 내포가 막연하다.
무궁무진한 꿈과 잠재력을 강조하는 것은 구체적 가치나 목표 설정에는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포천의 자연환경도 이제는 계속되는 개발에 밀려 언제까지 유지될지 불확실하다. 요컨대 무궁무진의 명확한 내포를 설정하고 이를 개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천의 문화와 역사, 지리를 포괄적으로 조망하여 이를 개념화 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스토리화 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예컨대 포천에는 많은 문화적 역사적 인물들이 있다. 이들 개인의 공과를 포천의 자연과 역사에 연계하여 이들의 삶을 스토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전체의 공통점을 또한 포천과 연관시켜 스토리화 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포천의 자연, 특산들도 이처럼 스토리화 할 수 있다. 이렇게 스토리화 된 포천의 문화, 특산, 자연이 사람들을 포천으로 끌어들이고 불러 모을 것이다. 포천의 스토리는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