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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동농 이해조가 바라보는 여성문제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10월 19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이해조문학회 회장
ⓒ (주)포천신문사
구한말 한국사회는 유교의 영향으로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사고가 지대하여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식의 고루한 생각 때문에 여성은 집안에서 살림이나 하면 된다고 여겼다. 이해조 선생을 비롯한 애국개몽기의 선각자들은 여성의 문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개혁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해방시켜 사회에 생산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국사회를 개화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요즘 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이해조 선생과 같은 선각자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동농 이해조의 계몽사상 중에서 여성에 대한 개화 의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소설이 ‘홍도화’이다. ‘홍도화’라는 소설의 제목은 가련한 주인공 이태희의 모습을 묘사한 소설의 첫 장면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비 끝에 부는 동풍이 홍도화 약한 가지를 흔들고 또 흔들더니, 곱고 고운 꽃 한송이가 똑 떨어지며 허공중천에 높이 날려, 푸른 산 첩첩한 굽이를 순식간에 넘어가 구곡 청계수에 풍덩 빠지더니, 다시 불끈 올라 솟아 둥둥 떠내려가니,”라는 대목이 있다. 여기서 ‘홍도화’는 이 소설의 주인공 이씨 부인의 처지를 상징하고 있다. 고운 꽃 한 송이가 똑 떨어져 청계수에 빠지는 이미지는 주인공 이씨 부인을 상징한다. 그녀가 첩첩 산중으로 시집오게 되어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는 비극성을 쓸쓸한 홍도화 가지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씨 부인은 어린 나이에 조혼의 풍습을 고집하는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지체 높은 양반의 며느리로 시집을 오게 된다. 그러나 시집오자마자 남편이 병으로 죽고 청상과부로 살게 되다가 어렵게 재가를 하는 기구한 운명이다. 하지만 험난한 삶을 통해서 주체적인 인간으로 변모해간다.

여기에 등장하는 첩첩 산중은 바로 우리고장 ‘포천’이다. 소설 속에 작가 동농이 나고 자란 고장임을 알 수 있게 영평(옛 포천지명) 8경이 그대로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주인공 이씨의 모진시집살이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훗날 만나게 될 심상보와 다시 재회하게 되는 운명적 장소로도 등장한다.

이 소설은 여성에 대한 해방을 선언하는 소설임과 동시에 구시대적 봉건사상을 타파하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가장 구시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가장 억압적인 현실로 살아가는 개인이 누구인가를 찾던 동농은 조혼의 풍습 때문에 어린나이에 아무 것도 모르고 시집을 가는 여성, ‘여자를 가르쳐서 무엇하나’라는 생각으로 교육의 기회를 상실한 여성, 이런 풍조로 미몽의 구시대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며 살아가는 여성을 조명하고자 한다.

더구나 남편의 죽음으로 과부가 되어 독수공방으로 마치 인형처럼, 집 잃은 짐승처럼 긴 세월을 보내면서 동시에 모진 시집살이로 자살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피동적인 여성을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화시키려는 동농의 개혁정신이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고 본다. 특히 이 소설은 주인공 이태희 뿐 아니라 구시대의 대표적인 인물들 또한 여성이 중심이 된다. 같은 처지의 과부이면서도 모질게도 시집살이를 시키는 맞동서나 미신을 너무 믿어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나 본인 스스로도 개가한 후처로 살면서 개가한 전처 소생을 끔찍이도 미워하는 시동집이나 모두 여성으로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결국 개화하지 못하는 여성은 결국 모든 사람들을 구시대적 풍습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으며 갈등의 시초 또한 깨이지 못하고 배우지 못한 여성에게 있음을 암시해 주고 있다. 결국 동농은 여성이 눈을 뜨고 개화를 해야 이 사회가 변하고 실질적인 새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나 개화사상이 항상 옳거나 구습을 무조건적으로 악으로 몰아 일시에 없애려하면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요즘 시부모와 며느리의 갈등이 종종 사회문제가 되거나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동농은 어느 한편을 드는 이분법적 태도보다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씨 부인은 개가를 한 이후 다섯 아이를 낳았으나 아이들이 다들 간질병으로 죽게 된다.

그 원인을 모르는 시어머니는 벽장 속에 숨겨 둔 신당을 잘 모시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 신당에 절을 하지 않고 공경하지 않는 며느리를 원망하여 좋은 약들을 다 버린다. 그녀는 손자들이 죽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무당, 판수의 힘에만 의지하려고 한다. 동농은 샤마니즘에 빠진 시어머니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씨 부인의 태도가 문제가 있음을 은근히 지적하고 있다. 이씨 부인은 구습에 빠진 시어머니를 알아듣게 설득하기보다 시어머니가 출타한 시간에 신당의 패들을 모두 불태우는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

화해와 타협, 대화와 설득은 없고 오로지 배운 것만이 옳다는 그녀의 극단적인 개화사상은 신, 구간의 갈등, 구습의 시어머니와 신교육을 배운 며느리와의 갈등이 많았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제의 압제에 국가의 운명이 위태로웠던 그 시절 동농은 우리민족이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여성이 먼저 깨우쳐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봉건적 생각을 바로잡아 한 인간으로서 여성이 새롭게 태어날 때 진정한 우리 민족의 자유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금도 여성의 개가(재혼)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지만 100여 년 전에 여성의 해방과 진정한 양성평등을 외친 동농 선생은 현시대에 바라보아도 매우 진보적인 여성해방론자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이해조문학회 회장 jkparkdj@hanmail.net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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