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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김정일이 배워야할 이카루스 신화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10월 07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김정은의 3대째 세습은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 한민족들에게 암담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북한사람들이 운운했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단지 권력의 세습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평화로운 통일과 남북화해를 추구하기 위하여 가급적 김정일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온 진보적인 인사들조차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권력세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김정일은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서 헌신하는 지도자라기보다는 김일성을 정점으로 하여 가문의 영달과 권력유지를 위해 전 인민의 생명을 담보로 핵개발이라는 위험한 노름을 마다하지 않는 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지금 김정일이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억지로 충성맹세를 강요하여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김정일은 아들의 세습에 급급한 나머지 누이동생 김경희와 약관 27세의 아들 김정은을 일약 대장으로 승진을 시켜서 선군정치에 의한 권력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정권은 항일투쟁이나 집권과정에 아무런 기여한 바가 없는 김정은을 김일성과 유사한 이미지를 연출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세습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노동당 총비서 재추대를 축하하는 행사나 해외 외교관들에게 충성맹세 편지 쓰기 운동을 통해서 세습을 기정사실화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의 반응은 싸늘하다. 미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차관보는 노동당 대표자 회의를 통해서 북한의 권력 승계가 공식화한데 대해서 “이것이 아마 북한에서 전개되는 최고의 리얼리티 쇼라고 생각한다”고 밝힘으로써 북한 정권의 세습화를 희극화시키고 있는 것에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케이티 오 객원 연구원 또한 비슷한 시각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아들과 여동생을 그렇게 단번에 요직에 기용한 것은 그의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한 뒤에 “세계에서 유일한 코미디가 펼쳐지고 있다”는 냉소적 논평으로 내놓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유명한 건축가이며 조각가·이자 발명가였던 다이달로스는 크레타섬의 미노스왕의 환대 아래 왕의 시녀와의 사이에서 이카로스를 낳았다. 마침 크레타의 왕비 파시파에는 포세이돈이 보낸 황소와 몰래 통정하여 황소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미노스왕은 괴물 처리문제로 고심하다가 다이달로스에게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탈출할 수 없는 미궁 라비린토스를 만들도록 명하였다. 하지만 나중에 다이달로스가 파시파에의 간음을 방조한 사실을 알게 된 미노스왕은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를 함께 미궁에 가두고 말았다.

천재 다이달로스는 미로를 탈출할 수 없기에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이고 이카로스와 함께 하늘로 날아서 탈출하게 된다. 이카로스는 마치 신처럼 새가 되어 신의 영역인 하늘을 나는 것을 신기롭게 생각하였다. 그는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자신의 능력에 자만하게 된다.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에게 신의 영역인 태양 가까이 가면 안된다고 경고를 한다. 하지만 신의 권력에 도전하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아버지의 경고를 망각한 채 높이 날아오르다 뜨거운 태양열에 날개를 붙인 밀랍을 녹게 하여 자기 꾀에 스스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 그는 날개를 붙게 만든 밀납이 녹아 에게해에 떨어져 죽고 만다.

필자는 김정일이 천재였던 다이달로스의 신중함의 지혜를 김정은에게 주어야한다고 본다. 준비가 안된 아들을 부추겨서 권력의 정점에 무리하게 세우려는 것은 아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아버지의 어리석은 소행이다. 이카로스는 긍정적으로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르네상스적인 인간형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스스로 무덤을 파는 미성숙한 인간으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민주화를 보여주고 있는 러시아나 참신한 인물로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중국에 비교하면 북한의 선택은 그야말로 폐쇄적 사회주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천재 다이달로스처럼 아들에게 지혜를 주는 지도자도 되지 못함으로써 북한 사회 전체를 세계인의 손가락질과 조롱을 받도록 만들고 있다. 다만 그는 위험한 핵무기를 미성숙한 김정은이 다룰 수 있는 위치를 허용하여 세계의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는 동북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근 /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윌더니스 주간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10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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