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유난히 무덥고 태풍에 많은 비가 내려서 지루하게 느껴졌던 여름이었다. 그런 여름이 지나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익어가고 있지만 풍요로워야할 들녘과 우리들 마음에는 잦은 우기로 인해 상실감이 더해간다.
농작물 피해로 농산물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어디 그 뿐인가. 겨울 난방유 값은 또 얼마나 오를지 걱정이 앞선다. 아무쪼록 16만 포천시민과 묵묵히 땀 흘리며 가을 수확에 종사하시는 농업인 모두 작금의 어려운 시기에 상실감도 크겠지만 잔뜩 움츠리지 말고 매사에 긍정적적인 마음으로 일상에 임하시길 축원해본다.
43여 년 전 필자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가을에 하던 운동회가 생각난다. 청명한 하늘아래 만국기 밑에서 달리기 하던 생각도 나고 어디 그뿐인가. 차전놀이, 기마전,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기, 그리고 청백으로 나누어 하던 줄다리기 그리고 오재미라는 놀이기구로 바구니 터트리기 바구니가 터지면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들에 나가 일하고 저녁에는 순댓국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다.어머니가 순댓국을 잡숫고 싶다고 하셔서. 그런대 순댓국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드는 순간 갑자기 어린 시절운동회 생각이 떠오른다. 운동회 날 순댓국이 몹시 먹고 싶어서 어머니에게 순댓국을 사달라고 때를 썼던 적이 있다.
어머니는 내가 순댓국을 사달고 조를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애들은 순댓국 먹으면 안 된다고 순댓국은 애들이 먹으면 죽는다고 오늘은 어머니와 순댓국을 먹으며 그때 어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던 이유를 짓궂게 여쭈어보았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는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다가 이렇게 말씀 하신다.
네가 운동회 날 순댓국 사달고 할 때 사주지 못해서 지금 사주는 거라고. 가을만 되면 항상 그때 사주지 못한 게 한이 되어 가슴에 사무친다고 말씀을 하신다.
“어머님 저는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그 때 그렇게 말씀 하셨던 어머니 마음을. 그 시절에는 보릿고개 시절이었지요. 자식이 먹고 싶다고 하는데 돈이 없어서 사주시지 못했던 어머님 마음이 오죽하셨겠습니까.”
요즘은 들녘의 풍경은 너무나 적막하다. 수확의 기쁨을 누려할 계절에 태풍으로 인해 쓰러진 ‘벼’를 안간힘을 다해 수확해 보지만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 그래서인가.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농부들의 상길감이 가을밤에 울어대던 귀뚜라미 울음대신 하는가 보다.
상실과 적막감에 묻힌 10월의 가을밤. 가만히 가을이 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속에 그리움이 하나씩 베어드는 것을 느낀다. 청명한 가을 햇빛 따라가면 오래 전에 떠나간 그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고 유년의 시절로 돌아가 땅 따먹기와 동그라미 그리며 자치기하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도 같다.
가을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풍성해지고 보는 것마다 여유가 느껴지는 계절이다. 어머니와 순댓국을 먹으며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해지는 여유를 가지고 내일도 이른 아침 들녘으로 나간다.
산새들도 지금은 모두 역광 속으로 사라져 제집을 찾아 쉬고 있겠지만 아마 이른 아침 나와 같이 높은 기상을 하겠지. 희망이란 녀석을 찾아서 16만 포천시민이 함께 만들며 살아가는 고운 사랑으로 올가을 희망의 빛이 넘치는 우리시가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