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의 포도가 생산되기까지는 나무에서부터 사람의 손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또 포도나무는 자력으로는 일어설 수 없고, 누군가에 의지해야만 일어설 수 있는 특성을 가져 좋은 열매를 맺고자 한다면 가지를 잘라주고, 묶어주고, 솎아주고, 또 봉지를 씌워야 한다.
포도 농사를 짓는 과정을 요약해서 정리하면 먼저 퇴비주기를 하고 초벌전지작업과 포도껍질 벗기기를 한다. 그리고 완전전지작업을 하고 또 비료를 준다. 그리고 시기를 맞추어 눈따기, 순따기, 가지 짚기를 하고 넝쿨 손따기를 한다. 꽃이 달릴 무렵 순치기를 하고, 육순, 달팽이, 옆순, 끝순따기를 거쳐 송이솎기, 알솎기, 봉지 싸기 등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물론 해충을 방제하는 것도 필요하며 포도가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재배하는 사람의 숨은 노력과 땀이 포도송이마다 방울방울 맺혀있으며, 비가림과 멀칭 비닐도 2년에 한 번씩 교체하는 부지런함도 필요하다.
그런데 포도 농사가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재배면적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지금 현재의 유통방법은 오로지 가판에서 판매하는 것에 전량을 의지하고 있는 것도 미래를 생각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근래에 들어서 우리지역 농업은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수입농산물로 인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의 약화로 인한 근본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뿐만 아니라 공업화와 상업화로 경제구조가 변화되면서 식량농업이 활력을 잃게 되어, 오로지 돈이 되는 상품만을 단기적으로 재배하려는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지금 우리지역의 포도재배도 큰 틀의 계획적 변화가 필요하며, 그 우선적인 과제는 일정하게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자체적인 생산 매뉴얼 제작을 통한, 전 농가가 고른 품질의 상품을 출시해야만 상품의 격을 높일 수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좀 더 다양한 계층에게 희망하는 가격을 받아낼 수 있기에 새롭고 도전적인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고른 품질을 갖춘 안전한 농산물을 지속적 제공하게 된다면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런 스스로의 노력은 개방과 경쟁이라는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될 수 있으므로 농가들의 협동심을 통한 체질변화만이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아무리 생산량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높은 가격으로 충분한 물량을 소화해 낼 수도 있고, 그동안 정부에만 의존하던 보조금의 타성에서도 충분히 벗어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품질이 개선된다면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과욕을 버리고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생산구조의 변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 후에 농가들은 우선적으로 산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작목반을 통합해서 단일 체제로 결성하고 전략적인 생산기술을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가 새로운 가치창출을 이루어 내려면 나만 잘되면 된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버리고 함께 잘살 수 있는 우리민족 고유의 풍습인 덕업상권을 통한 공동체 정신의 발휘가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포천 가산포도의 이번 동남아 수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포도농가가 터득한 축적된 영농 노하우에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품질을 더 향상시킨다면, 아무리 가격이 비싸도 질 좋은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여 계속 시장을 넓혀 나가게 되면 포도는 분명히 작지만 강한 희망의 농업으로 자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농산물은 ‘먹거리’라는 고정적 관념을 뛰어넘어 식품, 유통, 관광, 레저를 포함한 예술, 문화 분야와 연계하여 ‘사서 먹고 즐기는 산업’으로의 새로운 시장의 창출도 필요하다. 그리고 포천농업이 지금까지 이어오는 공급자 위주의 농업을 벗어나 수요자 위주의 다양하고 차별화된 농업교육과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여, 백범 김구선생이 그렇게 한없이 가지고 싶어 하였던 문화와 예술로 발상을 전환하여야 한다. 그래서 포천에서 특성화되고 있는 포도, 사과를 비롯한 농산물 연합 사업들을 중심으로 정체성과 자부심을 지켜가는 특별한 농산물 홍보축제를 준비해 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