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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이산가족상봉과 남북관계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09월 28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한가위를 보내면서 눈가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한반도의 현대사가 만들어낸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라면 남북분단으로 인한 수만의 이산가족들의 생이별이리라. 우리는 이산가족들이 상봉하여 피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을 보면서 함께 슬퍼하며 이들의 정기적인 만남을 실현할 수 있기를 소원하였다. 그러나 금강산 여행객 박왕자씨의 피살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전면적으로 중단되는 사태로 발전하여 이산가족들의 슬픔을 달래주던 그들의 정례적 상봉도 불가능하게 되고 말았다. 결국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이는 남북교류를 할 수 없다는 현정권의 결정으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겪다가 천안함사건이란 엄청난 장애물에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

천안함사건 이후 대내외적으로 비난을 받아오던 북한은 출구전략으로 한가위 분위기를 이용하여 이산가족 상봉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6자 회담에 진전이 있으려면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조치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미국측의 주장에 대한 화답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G20 정상회의를 주최하고 있는 남한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정세 불안은 매우 부담스럽기 짝이 없으며 대사를 앞두고 해빙무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는 수해를 당한 북한 주민들을 돕는다는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쌀, 시멘트, 굴착기 등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부적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쌍방의 필요에 의해서 추진되던 이산가족 상봉문제가 북한이 금강산 관광재개를 연계하자는 갑작스러운 제의로 두 차례의 남북적십자 회의가 합의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북한의 금강산 관광 연계 작전에 대해 극우주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좌파 정권 10년에 무엇이 남았나.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얹고 사는게 현실이다. 전면 이산가족 상봉도 아니고 고작 100 여명짜리 이벤트 생사 때문에 북괴에 군자금을 대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남북교류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한에 현금을 주는 문제로 천안함 사건의 해결이 없이는 힘든 일”이라고 못 박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문제가 정치와는 별개의 문제이며 함께 결부시키지 말라는 이들의 입장은 부분적으로는 타당하고 이해가 가지만 현 정부와 이산가족의 입장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박왕자라는 한 사람의 여행객의 죽음이 몰고 온 전 민족적 경색과 대결은 과연 정치와 인도주의를 별개로 했던 것일까를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그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수많은 이산가족의 슬픔도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 정부가 한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칠 수 있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서도 지금과 같은 대결과 경색 국면을 해결하는 것이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북한이 남북교류를 이용하여 핵개발에 들어갈 비용을 획득했다는 주장도 부분적으로 가능하지만 전면적인 진실은 아니다. 김정일 정권은 3대 세습을 시도하고 있으며 전대미문의 희극적 정치극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다고 남한이 북한 정권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닫힌 자세를 취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일부 경제 자유지역 이외의 주민들을 자본주의의 영향에서 단절시킴으로써 세계의 개방적 흐름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골짜기 까지도 개방과 개발의 시장논리가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단절 정치가 지속될 수는 없다. 그들의 최대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마저도 개방정책으로 경제개건에 성공하여 자본주의를 적절히 활용하는 실용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해 대결국면을 유지해야 한다는 보수주의자들처럼 북한의 닫힌 자세를 모방하여 똑같이 대응하려고 해서는 독일과 같은 평화적 통일을 실현할 수 없다.

수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주의적으로 쌀을 대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시점에서 이산가족의 슬픔도 위로하고자 하는 균형감각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뿐 아니라 북한이 중국에게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 차원의 경제 자유지역 개발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데 북한에 대한 끝없는 증오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본다. 한국 국민은 미래에 있을 통일 이후의 한반도의 정세를 포괄적으로 걱정하는 포용적 마음을 가지는 것이 김구선생과 같은 거시적 민족주의를 이해하는 한민족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압록강을 바라보며”라는 시에서 한민족의 분열이 안타까워 노래한 바 있다.

“그대여
한반도 북단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
압록강 건너에서
정겹게 손을 흔드는 그대여

한여름 옷을 벗고
노동의 땀을 씻는
그대의 허연 젓가슴을
미친듯이 사랑하고 싶소

그대와의 정겨운 사랑을
잃어버린 지 어언 50여년
살가운 그대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부르고 싶은 그대의 이름마저
떠오르지 않소

비운의 배필로 떨어져있었던 시간들만
가슴에 파편으로 남아있을 뿐
차가운 이념의 옷으로
다시 감추는 그대의 알몸

우리의 선조대왕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이 호령하던
집안시 압록강가에서
너와 내가 사랑을 나누던 영과 육이
춤을 추던 그 강가에서
이별의 눈물을 삼켰소

화려했던 먼 역사의 영광이 빛을 바래고
되살아날 우리들의 재회가
머나먼 꿈일 뿐이라면
낡은 이념의 옷을 벗어 버리세그려

백두산 천지에서
호돌과 웅녀의 나신으로
덩더쿵 뜨겁게 사랑하세“

박정근 /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윌더니스 주간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0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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