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알리는 들국화들이 경쟁하듯 예쁘게 피어난다. 그중에서도 키가 제법 큰 축에 드는, 사실 국화보다는 밤송이를 더 닮은 꽃, ‘수리취’를 소개하려 한다.
국화과인 수리취는 키가 1m까지도 자라며, 큰 키를 받치는 튼튼한 줄기에는 흰털이 밀생한다. 줄기에 달린 잎은 어긋나게 달리며 표면에는 꼬불꼬불한 털이 있고 뒷면은 하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 흰털이 밀생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을, 9-10월에 피어나는 꽃송이는 처음에 뾰족한 가시로 덮힌 밤송이모양으로 있다가 점차 봉우리가 열리면서 어두운 자주빛의 꽃이 아래를 향해 피어난다. 하지만 산비장이나 엉겅퀴처럼, 꽃잎같이 보이는 설상화(舌狀花)가 없고 모두 관상화(管狀花, 통상화)로만 이루어져 있어 화려한 느낌은 아니다.
같은 집안 식물로는 한라산, 지리산 같이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 ‘큰수리취’, 국화잎을 닮은 ‘국화수리취’ 등이 있다.
사실 수리취의 이름을 정확히 알기 전까지는 그냥 ‘떡 해먹는 풀’로 알고 있었다. 식물원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쑥처럼 떡할 때 넣어먹는 풀이라 하시며 ‘떡취’라고 부르셨다. 예부터 단오날이면 해먹는 떡이 ‘수리취떡’이라고 하는데, 요즘에도 강원도지방에 이 수리취떡을 만들어 파는 떡집이 있다. 봄에 어린잎을 따서 깨끗이 씻어 떡을 찧을 때 함께 찧는데 푸르스름해지는 빛깔도 고울뿐더러 그 향도 향긋하다고 한다. 잎에는 섬유질이 많아 그냥 먹기에는 좀 거북하지만 봄에 뜯는 어린 잎은 데쳐 말렸다가 묵나물로 해먹기도 한다.
그리고 수리취는 부싯깃으로도 이용되었다. 수리취 잎을 말려서 손으로 비비면 검은 부분은 떨어져 나가고 하얀 솜같은 섬유소만 남는데 이것을 부싯돌에 대고 치면 불이 붙는다. 그리고 수리취의 넓은 가을 잎에서 나온 솜은 바느질할 때 손가락에 끼우는 골무의 속을 채우는데 사용하기도 했단다.
또한 진한 갈색의 자주빛 꽃은 겨울철 마른소재로써 꽃꽂이에도 널리 쓰인다. 가을철 꽃대는 뾰족뾰족한 모양의 꽃봉오리를 그대로 매달고 있어 독특한 소재로 유용하다.
얼핏 보면 별 볼품없는 꽃으로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이처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 선조들이 참 지혜롭다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