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하여

이는 두 막대기가 서로 버티고 섰다가 이쪽이 넘어지면 저쪽이 넘어지는 것과 같다.

사람 인(人)자가 그래서 사람 인 자이다.  

이쪽을 헤치면 저쪽은 따라서 손해를 보고, 저쪽을 도우면 이쪽도 따라서 이익을 받는다.

남을 헤치면 내가 죽고 남을 도우면 내가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체 만물은 서로서로 의지하여 살고 있어서 이 세상 그 어떤 상도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평범하고도 깊은 진리는 부처님께서 크게 외치는 연기의 법칙이니 만물은 원래부터 한 뿌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주의 근본 진리를 알면 남을 헤치려 해도 헤칠 수가 없다.

이 진리를 모르고 자기만 살겠다고 남을 헤치려 날뛰는 무리들이여. 참으로 내가 살고 싶거든 남을 도와라. 내가 사는 길은 오직 남을 돕는 것 밖에는 없다.

아무리 상반된 처지에 있더라도 생존을 위해서는 투쟁(鬪爭)과 반목(反目)을 버리고 서로 도와야 한다. 물과 불은 상극된 물체이지만 물과 불을 잘 조화롭게 사용하는데서 우리의 생활이 윤택해진다. 이제는 서로 손을 잡을 때다.

성철 큰스님의 법어(法語)중에“화창한 봄날 푸른 잔디에 황금빛 꽃사슴 낮잠을 편히 자네”라는 가르침이 있다. 

우리는 본래 평화의 꽃이 만발한 낙원에서 살고 있다. 시비선악의 양쪽을 버리고 융합자재(融合自在)한 이 중도(中道) 실상을 바로 보라. 그것이 바로 영원한 휴전과 절대적 평화가 있는 우리의 고향이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일제히 입을 열어 중도를 노래하며 부처님 맞이하여 찬양하는 거룩한 장관속에 손에 손을 잡고 다같이 춤추도다.

불기2548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며

포천시 경승실장 보문정사 주지 석혜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