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청률 50퍼센트를 웃도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빵을 만드는 과정이 단순한 노동을 넘어 마음과 몸을 닦는 수도의 경지로 승화시키는 스승을 통해서 순수함과 인격을 도야해가는 김 탁구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드라마는 분명 물질만능 사회의 갈증을 해소하는 시원한 청량음료를 마시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게 분명하다.
우리는 아마도 눈앞에 욕망을 해우기 위해서라면 온갖 거짓과 협잡을 일삼는 자들에게 핍박과 굴욕을 당하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주인공에게서 희망을 얻고 싶은 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신의를 저버리고 권력과 재력 앞에서 양심을 파는 인간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아서 그 부패의 냄새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빵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좋은 기술을 가졌다하더라도 김 탁구의 스승이 의미하는 좋은 빵을 만들 수 없다. 이른 아침 산책을 하다가 발견하는 하찮은 풀잎에 매달린 이슬과 같은 그의 순수함이 오히려 어떤 지식이나 기술보다 이 사회의 구원을 위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거성’이라는 물질의 상징 앞에서 치기어린 질투심에 가득 차 김 탁구를 파괴하고자 하는 이복동생 마준에 대해서 죽기 직전에 스승은 묻는다. “탁구야. 이 세상에서 사람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니 넌 어떻게 하겠느냐?” 탁구는 자신을 해하고자 하는 마준에 대해 보복하기 보다는 “기다려야죠. 빵이 익을 때까지”라고 대답한다.
우리는 태풍이 쓸고 간 잔해 속에서 절망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안타까운 눈길을 준다. 탁한 세상에 침을 뱉고 손가락질을 하기보다는 탁구처럼 세상이 좀 더 성숙하고 정결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모른다.
세상은 우리에게 황금사과를 매달고 있는 욕망의 나무에 올라가서 남몰래 그 사과를 훔쳐 먹음으로써 남보다 더 영악해지라고 가르친다. 사탄형의 마준의 모친, 서인숙은 자신의 탐욕을 나무라는 시어머니를 죽이고, 비서실장과 정을 통해 낳은 마준이 회사를 차지하기 위해서 사랑 없는 결혼을 강요한다.
마준은 김탁구를 이기기 위해 애인인 신유경을 빼앗지만 그의 어머니가 원하는 길이 너무 부패한 것에 신물이 나있다. 그는 그의 할머니에 대한 살인의 비밀을 알고 있음을 내비쳐 어머니의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얻고자 한다. 비록 이복형의 애인을 탈취하고자 하지만 그의 사랑에 대한 순수성이 그의 구원의 단서가 될지 모른다.
빵에 관한 최고의 철학을 지닌 스승은 서인숙과 비서실장의 모략에 의해서 평생 쌓아온 명성을 잃는다. 하지만 그는 세속적 명성의 허망함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죽기 전에 김 탁구라는 신선하고 낙관적인 제자를 얻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수많은 제자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지만 오직 김 탁구만이 그의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숨을 거두기 전에 “인생은 저 들판의 꽃들처럼 지면 내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것을.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자 탁구를 얻은 것’이라고 고백한다.
‘거성’의 구일중 회장 또한 탁구와 마준 사이에서 누가 후계자가 되어야할 것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 물론 거대한 회사의 경영이란 착한 심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는 자신이 쓰러져 무의식 상태로 가장하고 가족 인연의 허구성을 파헤친다. 전인화가 열연하는 서인숙은 남편의 회복보다 재산의 상속에 더 관심이 있으며, 비서실장과 함께 이사회를 움직여 마준에게 상속되도록 음모를 꾸미는데 여념이 없다.
마준 또한 탁구를 견제하고 신유경과 결혼하는 데 온 정신이 팔려있다. 정작 회장을 구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야할 가족들이 오직 물욕과 권력에만 몰두하는 허위적 가족의 모델을 보여준다. 구일중은 박변호사를 통해서 김탁구가 경영수업을 할 수 있도록 어려움에 빠진 청산공장을 정상화을 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대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종한다. 그는 누가 인간관계의 신의나 사랑의 가치를 진정으로 보여주며, 평생을 바쳐 세운 거성을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헌신할 것인가를 깊이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비인간화되어 갈수록 인간은 마음 깊은 곳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것은 인간성의 진수로서만 충족이 될 수 있으며, 물질이나 쾌락의 향유는 순간적인 허상일 뿐이다. 멜로드라마 수준의 ‘제빵왕 김탁구’의 스크린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묶어두는 것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인들의 정신적 갈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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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년 09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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