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지역적인 어려움과 개발과 발전에서 소외되고, 혐오시설의 문제와 군사적 요충지로 인한 지속적인 분단의 피해 등으로 공허함과 서운함이 교차하고 있다. 그 속에서 압축성장과 급한 변화로 인해 빠른 세상의 물결을 타고 정신적인 바탕마저도 잃어버리고 정리되지 않은 혼돈마저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명예와 긍지를 지니고 이어온 조상의 슬기로운 얼과, 오랜 세월 끈질기게 지켜온 선비정신이 마음속에 자리하여, 그 잠재된 정신으로 닥쳐올 상황이나 고비를 의연하게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와 실천이 필요하게 되었다.
큰 강 속에 거대한 물줄기가 소리 없이 도도하게 흐르면서도 그 세월 속에 면면이 이어오는 정신이 있으니 그 실체를 찾으면 그것은 당연히 선비정신일 것이다. 조선시대 전국향교의 교재로 쓰였던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 입지 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선비는 학덕을 겸비한 단아한 문사요. 수양된 능력자로 역사적인 주체의식이 강하며, 오직 의의 잣대에 의해 값을 매겨나가며, 국가의 위기 또는 정의의 위기를 당하면, 미련 없이 목숨을 던졌으며, 마땅히 죽어야할 때 살아있다면 살아있어도 죽은 것이요, 마땅히 죽어야할 때 죽는다면 죽어도 살아 있는 것이다.’ 라고 하는 숭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흔히 선비를 말할 때 어질고 지식 있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신분에 관계없이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물에게 존경의 뜻을 실어서 부르는 호칭이기도 했다. 그래서 벼슬이 높더라도 학문을 좋아하지 않거나 덕행이 없고 지조가 없는 인물은 소인배로 여겼던 것이다.
또한, 선비는 청렴과 청빈을 우선가치로 삼아 생활에는 검약과 절제를 미덕으로, 시류에 영합하는 것을 병에 걸린 것과 같게 여겼으며, 역사의식과 일의 분별에는 단호하게 임하여, 청렴한 가치관이 확립된 의로운 사람을 진정한 선비로 여겼던 것이다. 그렇게 청렴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염치없는 사람’이라 하여 염치가 업는 것은 금수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일반 백성들에게도 인식되었던 것이다.
이런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기에 선비는 아무리 강한 위협에도 비굴하게 굽히거나 타협하지 않았고, 강인한 지조로 뜻을 굽히지 않고, 임금에게도 바른 도리를 직언하여 형벌을 받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능력이 있다면 도덕은 관여하지 않아도 좋다는 풍조가 만연하여, 부동산 투기로 많은 재산을 축적했거나, 갖가지 부정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행적이 있는 사람이라도, 능력만 있다면 나라의 요직에 중용해도 된다는 의식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능력이라는 것이 무엇을 위함이고 누구를 위한 재주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 도덕이 없다면, 그 사람의 언행은 결코 신뢰받지 못하게 된다. 또한 출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덕이 없다면, 그 여파가 일반인의 정서에도 미치게 되어 심하게 혼탁하고 어지러운 행동을 하고서도 자기 자신의 잘못을 부끄럽게 여기기보다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도덕 불감증에 걸리게 되어 바로잡기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공직에 나가는 사람은 반드시 청렴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고, 능력도 능력이지만 사람의 근본이 자기보다는 세상 사람을 사랑하는 자세로 임해야 올바르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능력만 있어 자기 자신의 사사로움을 앞세우는 사람이 출사를 하게 된다면, 그의 능력이 어떻게든 자기 자신만을 이롭게 할 것인지 궁리하는 쪽으로 가게 되어 세상을 어지럽히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공직에 나가려는 자는 반드시 사사로움보다는 능력과 지혜가 있으면서도, 공심을 앞세우는 청렴하고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어야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능력만 믿고 마음이 거짓으로 가득한 사람보다는, 자신이 처한 사회와 사람을 사랑하는 이가 직책을 수행함에 어떤 것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인지를 살펴, 타고난 능력과 지혜를 발휘하게 될 것이 때문이다.
우리의 자랑 선비들의 행실에 근본이 되었던‘염치’라는 말은, ‘청렴하고 깨끗하여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일컫는 말인데, 적어도 지도자로 나가거나 공직에 진출하는 사람들은 염치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 그 사회를 온전히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요즘 회자되고 있지만 앞으로 모든 공직자의 추천과 선택을 할 때에는, 반드시 염치가 있는 사람을 임명하여야 하며, 그런 사람이 되어야 공정하고 반듯하게 공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