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작명(作名)에 대한 소고(小考)

1. 작명의 의미
 호사유피(虎死留皮) 인사유명(人死留名)이라 하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이요, 지부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라고 하여, 하늘이 녹 없는 사람 즉 쓸모없는 사람을 낳지 아니하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자라게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천지만물(天地萬物)에게는 이름이 다 있게 마련이다.
항차 인간에게는 이름이 다 있게 마련이고 이승에서 부르던 이름이 저승에 간 후도 계속 불러주게 된다.
주자는 유명천추(留名千秋)라 하여, 이름이 오랜 세월까지 전한다는 말이고 유교에서는 명체불이(名體不離)이라고 하여, 이름과 몸은 서로 떨어질 수 없어 사물에는 이름이 있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흔히들 좋은 이름 하면 부르기 좋고 듣기가 좋고 보기도 좋으면 더없이 좋은 이름으로 양명(良名)이라고 할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악명(惡名)이라고 할 것이다.그리고 그 이름자가 지니는 의미도 좋으면 더 바랄 게 없는데 양명하자는 것이 작명가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이름 짓기 즉 작명(作名)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과 좋은 이름 짓기에 부심(腐心)했었고, 이름의 좋고 나쁨에 따라서 인생의 운명(運命)이 결정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름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기왕에 부르는 이름을 쓰기·부르기·보기·뜻이 좋은 글자를 택하는 과정이 작명이라고 하겠다.
특히 동양문화권(東洋文化圈)에 있는 나라의 국민이 더더욱 이름에 대하여 애착(愛着)이 크며, 귀한 자녀들에게 재산과 논밭을 주느니 보다 좋은 이름과 건강을 주라고 누군가가 갈파(喝破)하기 까지 했다.
아무개는 이름이 좋아 출세하고 이름이 나빠 단명(短命)하거나 출세를 못했다고 하는 인식이 있는데 과연 그런 지를 확인할 수 없음이 현실이다.
우리 포천 시에서는 시 승격 기념 ‘아기 이름지어주기’운동의 일환으로 포천에서 출생하는 신생아의 좋은 이름지어주기 추진으로 지난 2월 25일에 7명의 작명위원에게 위촉장을 시장이 수여(授與)하고, 3월 1일부터 작명이 시작되어 그동안 기대 이상으로 실적을 올려 시민의 호응(呼應)을 얻고 있다고 하겠다.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신청서에 출생아의 출생 일시, 장소, 성별, 부모의 성명, 기출생자의 성명, 항렬자(行列字), 신청인 사항 등을 간단히 기재하여 시청 기획담당실이나, 작명위원에게 직접 신청하거나 전화, 이메일로 신청하면 작명위원에게 배당되어 1~2일 이내 작명을 무료로 해주게 되어 있다.

2. 작명의 방법
필자는 어려서 중부(仲父)님 댁 미은서당(美隱書堂)에서 한문공부를 하면서 중부님께서 작명하시는 광경을 수없이 보았다.
인근동(隣近洞) 일대에서 출산(出産)후 찾아와 작명을 의뢰하면 장시간 동안 작명책자를 통해서 작명하는 모습을 자주 보고 관심을 갖게 되어 지금 작명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는가 한다.
필자의 본명(本名)은 물론 학림(學林)이라는 호(號)도 한학자이신 중부님께서 작명해 주셨는데 학림은 ‘배움의 숲, 학자나 학생이 숲처럼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뜻인데 학교에서의 여러 학생들과의 교학(敎學) 의미로 내 교직에 대하여 호망(好望)하시고 호를 미리 주시지 않았는가 한다.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건만 흠모(欽慕)의 정이 더해지기만 하는구나.
오래 전에 서울 서점에서 ‘김종기 편 이름 짓는 법 책’‘김백만 저 가정작명법’‘정보국 편 작명보감’의 3권을 구독해서 시간이 있는 대로 계속 탐독하였다.
그 후부터는 자식의 이름부터 직접 작명하기 시작하여 조카, 손자, 이웃 아이들 이름 그리고 상호(商號)를 수 없이 지어주곤 했다. 4월서부터 동아문화센터에서의 봄 강좌 ‘김동완의 성명학’ 강좌를 수강하여 작명에 대한 식견을 더 넓힐까 한다.
지난 정초에는 필자 이웃에 살아 작명해 주어 경북 구미로 이사 간 지 30여 년 만에 작명해준 젊은 청년이 찾아와 선생님께서 자기 이름을 좋은 글자로 지어 주어 출세해 좋은 직장에서 일하게 되었다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지 않는가. 참으로 기쁘고 보람을 느끼곤 했다.
작명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우선 동족간(同族間) 서차(序次)를 나타내는 이름 의 상하자(上下字)의 세대별로 교차된 돌림자 항렬(行列)을 확인하고, 한자의 총획수(總劃數)로 음양(陰陽)으로 확인해서 3자 성명의 음양(陰陽)을 상교(相交)로 하고, 오행(五行)의 상생(相生)으로 글자를 배치해서 이상 3 가지 조건에 맞는 한자를 택해서 작명과정을 그치게 된다.
한자의 선택은 뜻과 음이 좋으면서 글자의 모양새도 좋고 획수가 그리 많지 않는 한자로 최종 선정해서 작명한 후 해설을 덧붙이고 예비명(豫備名) 2가지를 지어주면 부모가 최종 선택하여 출생신고토록 했다.
한자 가운데 벽자(僻字), 약자(略字), 난자(難字), 속자(俗字), 일자다음(一字多音) 등의 한자를 피하는 것이 좋겠고 명인(名人)의 이름을 차용(借用)하는 것은 특히 삼가 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금휘(禁諱)라고 하여 선조(先祖)의 이름자를 따서 작명하는 것도 금기(禁忌)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자의 자획(字劃)을 정확히 필서(筆書) 해서 획수를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한 획이 틀려도 전연 엉뚱한 작명이 된다. 성씨 가운데 李·朴·林·權등의 한자는 부수(部首)가 木 자이기 때문에 내려 긋는 ‘으로 써야지’로 써서는 안 된다.
나무뿌리가 땅속에 묻혀야지 밖으로 표출해서는 잘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자의 선택과정에서 한자는 뜻글자로 즉 일자다의(一字多意)의 한자기 때문에 여러 개의 뜻 가운데 좋은 뜻을 가진 것을 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모 성씨의 가문에서 로(老)를 행렬자로 했는데 ‘늙다·노인’의 뜻이 아닌 ‘익숙하다·우두머리’의 의미로 택해야 할 것이요, 우(愚)자를 이름자로 한 사람은 ‘어리석다’가 아닌 ‘우직하다’의 뜻이지 어느 부모가 자식이 늙고 어리석하기를 바라겠는가.
흔한 남의 이름자를 선택하는 것은 삼가 해야 한다.
통계에 의하면 한글 이름 가운데 슬기·보람·아람·사랑·나나·아름 등이 많고, 한자 이름으로는 왜식(倭式)의 정자·순자·숙자 등 흔한 이름으로 나타났는데 가급적이면 흔히 부르는 이름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비근한 예지만 우리 노인대학에 입학한 85명 학로(學老)가운데 동명이인(同名異人)으로 하나의 이름에 사람이나 되어서 출석부와 좌석에다가 가·나·다를 표시해 구분해서 출석 관리하고 있다.
일단 작명해서 출생신고 후는 다른 작명가에게 해설을 구하거나 더 좋은 이름으로 개명(改名)을 다시 하려고 하는 것은 삼가 해야 한다.
묘지(墓地)도 장례 후는 다른 지관(地官)에게 물어보면 대개의 지관이 이장(移葬)을 권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심사숙고해 작명해서 출생신고 해야 한다.
개명은 특별한 사유가 있어 법관의 허가를 받는 절차를 그쳐 개명할 수 있기 때문에 당초부터 심사숙고(深思熟考)해서 작명해서 출생신고 해야 한다.

3. 작명과 항렬(行列)
작명에서는 항렬(行列)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렬은 세대의 차별은 물론이요, 동족간(同族間)의 서차(序次)를 나타내는 의미가 크며 옛날에는 절대 중시했는데 근간에는 씨족(氏族)내지 종족관념(宗族觀念)이 희박(稀薄)해지면서 항렬을 괘념(掛念)하지 아니하고 나름대로 작명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상의 뿌리를 찾고 상문숭조(尙門崇祖)의 정신을 기리는 뜻에서 항렬자가 유지되었으면 퍽 좋겠다.
항렬자는 씨족 문중별(門中別)로 미리 마련되어 있는데 주로 오행상생(五行相生)에 의하여 수·목·화·토·금(水·木·火·土·金)으로 오행(五行)을 1 주기(週期)로 해서 연속이어지게 된다.
그 밖에 천간·지지(天干·地支)로 표기하고, 수자로 서수(序數)로 나타내는 가문(家門)도 더러 있다.
그런가 하면 한글세대들의 한글이름을 선호(選好)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도 자음(子音)순으로 항렬자로 정해서 순 한글 식 작명도 제의(提議)해 보지만 주리·메리·안나 등 서구식 이름의 작명을 아직은 주저하게 된다.
지금까지 항렬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어느 종별의 것이든 정해서 자손들의 서차(序次)를 나타내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몇 가정의 오행 항렬자를 정해 주기도 했다. 항렬(行列)로 많이 쓰이는 것으로는 5행 항렬,10 천간(天干) 항렬,10개 한수자(漢數字) 항렬, 14자 한글 자음(子音) 항렬을 가정·가문·씨족 간에 약속해서 공동으로 사용함이 좋지 않을까 한다.

4. 작명에서의 양명(良名)
우리 동양문화권에 있는 나라에서는 대개가 한자(漢字)로 작명하게 되는데 한자는 뜻글자로 뜻을 나타내게 되어 있으므로 이름자의 상징적(象徵的)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한자의 선택이 중요하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존재는 수리(數理)·음양(陰陽)·오행(五行)으로써 생성(生成)하여 존재하고 있는 만큼 성명(姓名)에 관한 것도 그런 원리(原理)에서 작명법이 마련되었다고 할 것이다.
작명의 의미는 그 사람의 인격과 풍모를 나타내내는 것으로 심원우아(深遠優雅)하고 웅대호방(雄大豪放)하면서 고상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
남성의 이름이 여성적이어서는 안 되며 반대로 여성의 이름이 남성적이어서는 좋지 않다. 이름은 부르기 좋고 쓰기 좋으며, 듣기 좋고 뜻이 좋으면 더 없는 좋은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