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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광릉숲 유네스코 등재의 생태문학적 의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08월 17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포천소재의 광릉숲이 유네스코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것은 포천시민들에게 생태문학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모든 지자체가 물질문명적 발전을 지향하는 시대적 추세에서 광릉숲의 유네스코 등재는 서로 어울리는 명제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왜냐하면 도시적 발전과 생태지역 보전은 서로 대척적 가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포천은 군사지역으로 묶여서 개발제한지역이라는 불이익을 오랫동안 받아왔기에 포천시민들은 물질적으로 또는 심리적으로 박탈감에 시달려왔다. 이제 경기북부가 기지개를 펴고 개발과 발전의 동력을 얻어서 경기남부에 못지않은 대형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지구를 글로벌하게 바라보는 유네스코에서 오히려 생태적 가치가 있는 지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포천 광릉 숲이 경기남부의 용인, 수지, 안양, 수원처럼 대단위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서서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다면 유네스코의 생태 보전지역으로 등재될 수 있었을까 반문을 할 시점이다. 유네스코의 관점에서 포천은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이 겪은 실패의 전철을 밟게 하고 싶지 않으리라.

포천의 아름다운 산천을 멋없는 빌딩들이 세워진 회색의 도시로 만들기 보다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사는 에코토피아로 보존하기를 원하리라. 에코토피아는 결코 인간중심의 도시계획으로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무모하게 난개발해서는 창조할 수 없다. 오히려 생태와 자연을 우선으로 하고 시민들이 거기에 겸손하게 어울려서 살아가는 곳이 에코토피아이다.

전국에서 가장 면적이 큰 지역을 확보하고 있는 포천은 산과 계곡, 들과 한탄강 지류, 그리고 너무 크지 않은 도시권으로 구성되어있다. 시내에서 조금만 나가면 들판을 거닐 수 있고, 천변에서 갈대와 물고기와 대화할 수도 있다. 눈을 들면 왕방산, 명성산 등이 굽어보고 있어서 산바람이 귀를 간질인다. 게다가 온갖 나무와 풀, 꽃들이 있는 광릉 숲 속에는 아름다운 새들이 노래하고, 철마다 변하는 나뭇잎들은 키메라처럼 다양한 색조를 뽐낸다.

문명의 손이 타지 않았기에 포천은 오히려 자연과 생태의 축복을 받는 아이러니를 맛보고 있다. 포천과 가까이 있는 DMZ는 수십년간 인간의 개발의 손을 타지 않은 덕택에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이렇듯 문명과 생태는 좀처럼 어울리기 어려운 관계인 것이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어 개발이 되어 재산증식도 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살고도 싶은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신은 공평하여서 두 가지 모두 허락하지 않는다. 물질문명을 선호하면 자연과 생태는 멀어지고, 자연과 어울려 살면 인위적 문명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이것이 사실 인간과 자연간의 시적 정의이다. 포천시민들이 광릉 숲의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고자 한다면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들판에 메뚜기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 무감각하다. 들판의 벼 입사귀 위에서 춤추듯이 튀어 다니던 메뚜기가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몹시 불길하다. 생태계의 한 고리가 끊어지면 또 다른 종이 사라지고, 그것은 또 다른 종의 멸종을 예약하는 것이다. 정현종시인은 이런 현상을 “오 이 불길한 고요/생명의 황금고리가 끊어졌느니”라고 ⌜들판이 적막하다⌟라는 시에서 적고 있다.

하지만 유네스코 등재를 획득한 광릉숲은 그런 불길한 예감 속에 두어서는 안된다. 포천시민들이 그저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것에서 만족해서는 안되며 생태보존을 위한 실천을 직접 해야 한다. 그래서 포천을 그야말로 사람과 자연이 가장 조화롭게 살아가는 곳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광릉숲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며 시를 다름과 같이 지어보았다.

왕방산이 명성산으로 이어지며
소나무 전나무 숲들이 산세를 자랑하고
개감수, 연북초, 금붓꽃, 돌단풍
이름도 모를 야생화들이
왕방계곡 여기 저기 피어있는
포천이여
크고 작은 관상수들이 들어차서
생명을 살리는 산소가 그득한 숲길로 걸어가면
도회의 오염에 찌들었던 가슴이 펴지고
하늘로 쭉 뻗어나간 수목들의 기상은
일제에 탄압에도 굴하지 않은
최익현선생의 기개가 되살아나는 듯
시민들의 정신을 개벽시켜주는
광릉 숲이여
이제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자연의 보고가 되었으니
풀 한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그루
생명 하나 하나가
아름다운 자연의 둘도 없는 식구들임을
우리 모두 깨달아야 되리
조선 세조 임금도 칭송하여
능림으로 세운 광릉 숲의 정령이여
여기 안식하는 수많은 왕손들의 영혼들과 함께
소리봉 곳곳마다 모여 사는
서어나무 군락을 보호하소서
서울에서 의정부를 넘어
남에서 북으로
불어오는 시커먼 먼지바람을
북쪽 DMZ 천연의 싱그런 바람으로
밀어내고 정화하는 광릉숲이여
그대는 한반도 생태의 보고이도다
아, 광릉숲의 풀 나무여, 꽃이여
한 민족의 생명의 자궁이 되어라
세계인의 생명의 원천이 되어라.

박정근 / 대진대교수, 본지 칼럼위원장, 윌더니스 주간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0년 0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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