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은 한여름의 숲속에 눈에 쏙쏙 들어오는 진한 주황빛의 꽃이 화려하게 피어났다. 꽃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고, 돌려나는 잎이 있으니 ‘하늘말나리’가 분명하다.
꽃집에서 흔히 보는 하얀 백합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꽃인지 금방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진한 향기와 큼직한 꽃송이 때문에 장미만큼이나 백합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오늘 소개할 ‘하늘말나리’도 백합과 같은 백합과의 식물, 우리나라 야생 백합이다.
키는 1m정도 자라고 앞서 말한 분명한 특징 때문에 이름을 쉽게 맞출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돌려나는 잎은 원줄기의 아래쪽에 달리고 그 위로 그보다 작은 잎이 어긋나 달린다. 꽃은 다른 나리류에 비해 조금 작은 편이지만 2-3개씩 모여 피기 때문에 탐스럽다.
이맘때쯤이면 산이나 들, 또는 시골마당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백합류의 종류는 꽤나 많다. 식물도감을 뒤져보면 ‘나리’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늘말나리, 말나리, 참나리, 중나리, 땅나리, 섬말나리, 하늘나리, 솔나리, 날개하늘나리 등이다. 나리류의 이름만으로도 대충 식물의 특징을 짐작할 수 있는데 ‘하늘’이 붙은 것은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고, ‘땅’은 꽃이 땅을 향해 핀다는 뜻이다. 그리고 ‘말나리’가 붙은 것은 동그랗게 돌려나는 잎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이 나리류는 대부분 주황색 바탕에 주근깨 같은 자주색 반점이 있지만, 솔나리는 분홍색, 흰솔나리는 흰색으로 예외인 경우도 있다.
이런 나리류의 특징 중의 하나가 비늘줄기(인경)이 있다는 것이다. 종에 따라 크기나 모양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마치 활짝 피어나기 전의 연꽃봉우리를 닮았다. 나리류의 비늘줄기는 예로부터 식용이나 약용으로 이용되었다. 특히나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중요한 구황작물이었는데 비늘줄기를 갈아 우려내어 얻은 녹말로 떡이나 국수, 수제비 등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조림, 국거리재료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민간에서는 비늘줄기를 짓찧어 뼈가 부러지거나 삔 부위에 붙였으며, 동상치료에도 사용했다고 한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릴 때 비늘줄기를 끓여 물을 마시고 열이 많아서 몸에 오한이 있을 때도 쓰였다.
나리류는 종자로도 번식이 가능하지만 꽃이 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꽃이 진 다음 비늘줄기를 쪼개어 심는 것이 좋다. 나리류 중에서도 참나리는 잎겨드랑이에 까맣고 둥근 곁눈이 생기는데 이것이 떨어지면 새로운 싹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