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23 오전 10:54:1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특별기고

[김자현의 포천일기] 기계와 인간의 줄다리기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6월 17일
↑↑ 김자현 소설가
ⓒ (주)포천신문사
손님이 온다니 집 근경이 말끔해야지. 꼭 한 달 전에 낫으로 베었는데 다시 한 자나 자랐다. 왕성한 잡초들의 생명력! 올라가려고 뒷문을 열었더니 보이지는 않는데 벌써 윗 텃밭에서 까치소리가 대단하다.

녀석들-우리 텃밭에서 맘대로 시식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비탈을 올라서는데 까치 또 한 녀석이 텃밭에서 하늘로 치솟아 뺑소니친다. 지붕을 가로질러 옆 논 쪽으로 내달으면서 앞산과 옆 산을 향해 소리친다.

“야야--! 오늘 햇살도 비치지 않겠다. 비가 온 뒤끝이라 날도 선선하겠다. 저 늙은 공주 얼굴 탈까 봐 이런 날 일하는 거 알지! 오늘 후식은 아욱으로 할까 했는데 다 글렀어!”

목청이 유난히 걸걸하고 꺼끌꺼끌한 놈이 온 들판을 휘젓는다. 이 숲 저 숲에서 까치들이 알았다고 맞받아친다. 저 눔이 이제 보니 파수꾼이었군! 그래, 그렇다, 어쩔래! 오늘은 깜깜해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텃밭에 풀을 베고 정원 가꿀 차비를 할 거다 왜! 떫으냐! 나머지 터에는 야생화를 심을건데 야생화에 주둥이를 댔다간, 알았지?

그런데 저렇게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을 보면 녀석들은 내가 지네들 말을 못 알아듣는 줄 아는 것이 분명해. 하지만 말은 몰라도 눈치는 백단이다.

낫과 갈퀴를 꺼내들고 위 터로 오른다. 어쩜 이렇게 무성할 수가 있지? 쪼그리고 앉으면 무릎 관절에 나쁘다 하고 엎드려서 베는 게 나을 거야. 왼손으로는 풀을 싸잡고 오른손에 들려있는 낫으로 풀을 벤다. 이십여 분쯤 지났을 때 허리를 보호할 생각으로 풀을 잡지 않고 낫만 휘두른다.

당연히 풀들이 흔들거려 잘 베이지 않는다. 얼마가 지나자 풀이 흔들리지 않을 찰라가, 그리고 풀의 각도와 낫의 각도가 터득되었다. 이제 한 손만으로도 풀이 석석 베어져 나간다. 내 디엔에이 속에 아마도 농부의 흔적이 있는 게 분명해. 이렇게 빨리 터득하고 적응할 수가 있어! 잠시 잊어버렸던 기억을 되살리는 것처럼…

마침, 한 십 여분 일까 지났는데 소리가 하도 요란하여 허리를 폈더니 건너편 앞 논에 웬 남자가 예초기를 갖고 나와 풀을 깎고 있다. 지금은 21세기, 나는 지금 19세기 연장을 쓰고 있는데 저 사람은 20세기 연장을 들고 나온 폭이다. 여태 가만있다가 하필이면 오늘, 이 시간에 나와 기계 자랑을 할 것이 뭐람! 저렇게 큰 진동으로 이 조용한 들판을 흔들어놓다니! 교만한 것들은 언제나 저렇게 소리가 요란한 법이지.

우리 마을에서 낫을 사용하는 집은 오로지 우리 집 하나뿐일지 모른다. 멀어지는 문화라서 단순히 슬픈 건 아니다. 그깟 예초기 하나 사용한다고 에너지 운운할 필요까지야 없지만 환경에 예민하게 대처해야 할 때가 왔다. 지구적 에너지의 고갈도 문제지만 화석연료가 탈 때 발생하는 제 삼의 공해가 문제인 것은 백번을 이야기해도 과하지 않다.

또한 예초기 뿐 아니라 풍요와 쾌적을 추구하던 인간은 드디어 기계에 밀려나 이제는 명퇴와 조퇴, 실직에 이어 청년 실업이 전 세계적 추세다. 기계와 인간의 줄다리기가 시작된 셈이다. 여기저기서 일자리 창출에 대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 운운 하지만 모든 조직과 산업현장, 노동현장에서 기계로 일할 궁리를 하면서 일자리 창출이란 원천적으로 넌센스다. 일거리가 있다한들 한시적이고 일회적 노동에 불과하다. 더구나 기계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이 건설 현장이요, 그 중에서도 토목 현장이다.

태풍과 같은 민심의 분출에도 불구하고 이틀 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의 내용을 보면 4대강 사업이 끄떡없이 진행될 것 같다. 애초에 일자리 창출 운운했으나 비단국토의 누더기 사업을 위해 개미 같은 인력이 아니라 수억 짜리 기계들을 국고를 털어 수없이 사들이는 건 아닐까 또 걱정이 앞선다.

김자현 / 소설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0년 06월 17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